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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리어진 반전 스토리
이민희 지음 / 팜파스 / 2013년 1월
평점 :
학교에서 배운 노래가 아닌 다른 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인 것 같다. 그 전에도 몇몇 조숙한 친구들이 유행가나 팝송을 흥얼거리기도 했지만, 야구 놀이에 온통 정신을 빼앗겼던 터라 다른 것에는 눈길이 가질 않았다. 중학생이 되어, 친구들은 저마다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지고 곧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될 즈음에 팝송이라는 걸 처음 들었다. 난생 처음 들었을 리야 없었겠지만, 뭔가를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며 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이틴 대상 FM 음악 프로그램을 찾아 듣게 되었고, 처음 듣는 그 순간부터 귀에 쏙 들어오는 곡들도 늘어 갔다. DJ는 음악을 틀어 주는 짬짬이 시시껄렁한 신변잡담을 주로 늘어 놓았지만, 어쩌다 틀어 주고 있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더 많이, 더 깊은 수준으로 해주는 프로그램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명곡에 얽힌 사연이나 이를 부른 뮤지션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은이가 제일 먼저 소개하는 뮤지션이 '에디뜨 피아프'이다. 어려서부터 거리를 떠돌던 그녀의 재능을 처음 발견한 '루이 르플레'는 키가 150Cm도 채 되지 않은 보잘 것 없는 그이의 체구를 두고 '참새(불어로 피아프)'라는 별명을 지어주었고, '에디뜨 조반나 가씨옹'은 '에디뜨 피아프'라는 불멸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이가 죽기 3년 전에 발표한 'Non, je ne regrette rien(아니오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라는 노래가 요즘 국내 TV에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웬지 나는 '피아프'의 목소리에서 가수 '이난영'의 목소리가 연상된다. 오래 전 보았던 기록영화 필름에서 젊지 않은 모습의 가수 '이난영'은 한복을 차려 입고 '목포의 눈물'을 부르고 있었다. 젊은 시절, 화려한 나날들은 이미 지나갔고, 어쩌면 삶의 신산함을 담담하게 억누르며 부르는 듯한 '이난영'의 목소리가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피아프'의 목소리가 묘하게 겹쳐지는 것이다. 절창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속에서 소개되는 이야기들은 어쩌면 한 번쯤 이미 들었던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보는 반가운 이름들이 많아서 좋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고, 또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그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