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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 - 도원(桃園)편 ㅣ 매일경제신문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1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이동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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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아시아 한중일 세 나라 사람이 한 곳에 모였을 때 공통의 화제로 삼을 만한 이야기거리로 '삼국지'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 비록 제대로 삼국지 전편을 다 읽지 않았더라도 삼국지에서 등장하는 인물 한 두 명이나 에피소드 몇 개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삼국지는 후한말인 서기 184년 황건적의 난으로부터 위 촉 오 삼국이 통일되는 서기 280년까지 역사를 배경으로 한 중국의 대표적 고전소설 중 하나이다.
진나라 사람 '진수'가 집필한 정사 '삼국지'를 기본으로 민간에서 전해지는 여러 가지 야사와 잡기를 바탕으로 명나라 초기 '나관중'이 오늘날 전해지는 삼국지 이야기의 원형이 되는 '삼국지연의'를 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후에도 청나라 강희제 때 '모종강'은 기존에 전해지던 '나관중 본'을 정리하고, 대략 10분의 1 정도를 새로이 윤색 가공하여 '모종강 본'을 내 놓았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삼국지의 정본으로 살아 남게 되었다.
어린이용으로 축약된 삼국지가 아닌 제대로 된 삼국지를 처음 읽은 것은 고우영 화백이 그린 만화 삼국지였다. (고우영 삼국지는 유명 소설가들에 의해 나온 삼국지와도 그 수준과 깊이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후 여러 해 동안 이문열 삼국지, 황석영 삼국지, 장정일 삼국지 등을 두루 읽었는데, 삼국지란 책은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면 그 다음부터는 저 혼자서 스토리가 움직인다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국내에서 출간된 삼국지의 판본은 '모종강본'을 바탕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월탄 삼국지, 김구용 삼국지, 이문열 삼국지, 김홍신 삼국지, 조성기 삼국지 등이 그것이다. 다음으로 많이 인용되는 것이 바로 '요시카와 에이지'가 쓴 삼국지의 번역본이다.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1939년부터 1943년까지 신문에 연재되었고, 책으로 출간 후 일본판 삼국지의 정석이 되었다. 국내에도 수 차례 번역되어 옛날 독자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편이다. 유비가 어머니에게 드릴 차를 구하기 위해 낙양선을 기다리는 장면에서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고, '부용'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면 거의 '요시카와 에이지'판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새롭게 번역이 되어 나온 '요시카와 에이지'판 삼국지 제1권을 본 느낌은 좋게 말하면 마치 옛날 이야기를 보듯 구수한 문체로 편안하게 읽힌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좀 '올드'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리지널 '요시카와 에이지'판을 읽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