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느냐가 문제다. 결국 우리는 우리 수준에 걸맞은 정부를 갖게 되어 있다. 우리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사회를 생각하고, 정치인의 빈말이나 현실성 없는 공약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민주주의는 잘 작동할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의 예처럼 정치문화가 유아기로 퇴행할 때, 민주주의가 실패한 제도처럼 보일 뿐이다.

한국 정부도 명예훼손법을 적극 활용해, 좌,우,중도를 가리지 않고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은 모조리, 쉬지 않고 고소한다. 2014년 8월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기소되고 출국금지 조치됐다. 문제의 기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에서 정인과 함께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터무니없는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기자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더욱더 터무니없는 처사다. 심지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해당 사안에 대해 일본 외무상에게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마치 일본 정부가 일본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아베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특정비밀보호법을 시행한 것을 보면 안타깝게도 윤 장관이 틀린 것만은 아닌 듯 하다).

2011년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을 `언론 자유귝`에서 `부분적 언론 자유귝`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식적인 검열 증가, 언론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정부의 입김, 언론인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대통령의 측근을 주요 언론사 고위 보직에 앉힌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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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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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대공황 전까지의 낭만적인 시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시대적 배경의 이야기다. 기득권은 그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나는 얼마나 흑인 역사에 무지한가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흔적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이다. 도시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면서도 땅을 밟고 나무 위에서 잠들던 자신의 모습, 사랑, 뿌리, 상실, 젊음의 흔적을 찾아헤매는 이야기. 시대의 변화에 정신없이 희망을 좇아 살다보니 재즈처럼 규칙도 없이 변주를 반복하며 살아온 날들에 대한 기록.

수도 없이 밑줄을 긋고 싶었다. 표현력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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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_김화영과 함께하는 모디아노 읽는 밤

 파트릭 모디아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관심이 생겨서 그의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었습니다.

 솔직히 번역이 매끄러운 느낌이 아니고 약간씩 거슬리는 문장들이 있었지만 내용은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번역가 김화영 선생님과 함께하는 모디아노 읽는 밤 이라는 행사를 발견! 알라딘에 신청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뽑히게 되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

 행사는 2015.01.21 7시부터 9시까지 프랑스 문화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보내주신 행사 소개에는 동행인 포함하여 스무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적혀져 있어서 사실 조금 긴장했습니다. (너무 가까이서 들으면 저의 무식함이 왠지 탄로날 것만 같아서요ㅋㅋㅋ)

그런데 역시 저의 기우였습니다. 참석자가 거의 70명은 된 것 같습니다. 다들 완전 열심히 눈을 반짝이며 노트필기까지 하시면서 들으시더라구요 *.*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이런 열기 좋았습니다 ♥♥

 모디아노 책 중에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은 역시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고 하시며, 이 책을 예로 들어 많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책을 읽고 나름대로 모디아노의 생애에 관해 찾아봤다고 했는데 놓친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모디아노의 아버지가 유대인이었다는 점과, 유대인은 모계로 인해 아버지만 유대인인 것은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으면서 왜 이렇게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지도 궁금했었는데,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모디아노 아버지 세대에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유럽으로 이주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어둠속에서 끌어올려 기억해주는 작가. 김화영씨는 모디아노를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모디아노는 기억에 대해 쓰는 작가입니다. 기억이 모든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전제하에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디아노의 거의 모든 소설은 자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던 만큼 소설의 인물들도 모두 뿌리가 뽑힌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그런 면모가 보입니다.

 누구를 시켜서 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문학을 읽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줄거리 요약이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 문학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모디아노의 소설은 줄거리의 독특함보다도 아름다운 문장들과 그 행간 속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에 더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책을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모디아노를 읽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프루스트와 모디아노를 비교해서 말씀해주신 것이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로 유명한 프루스트도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대표적인 작가인데 사실 너무 책 내용이 방대하고 문장 독해가 어렵기로 소문난 책이라서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프루스트와 모디아노는 공통적으로 스무살 이전의 유년기와 청년기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했습니다. 하지만 프루스트는 모디아노와 완전 다르게 부유하고 풍요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하셨습니다. 프루스트는 과거의 기억을 유토피아적으로 묘사한 반면에 모디아노는 과거를 미화하거나 하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기억에 남는 답변으로는 번역 관련 질문에 대한 말씀이셨습니다. 번역가는 원문 텍스트 뿐만 아니라 숨어있는 침묵까지도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굉장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후기가 길어졌네요. 그만큼 마음에 남는 강연이었습니다. 추천해주신 `팔월의 일요일들`과 `도라 브루더`라는 작품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

출처 : 본인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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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다이노 문학 읽는 방법, 모다이노와 프루스트 비교 읽기에 관한 내용이 머리속에 쏙쏙 들어옵니다. 모다이노 작품을 읽어볼려고 하는데 강연 후기 덕분에 프루스트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오후네시 2015-01-26 21:34   좋아요 0 | URL
ㅋㅋ그쵸 저거 말고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다 담지 못해서 아쉽네요ㅜㅜ
 

히히 모디아노 강연 신청한 것도 되고, 이동진ㆍ김중혁 작가님 북콘서트도 당첨됐다. 너무 좋당!😍 왠지 이런 자랑은 북플에 해야할 것 같았다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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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5-01-17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네요:) 자랑할만

오후네시 2015-01-17 02:14   좋아요 0 | URL
ㅋㅋ잘듣고와서 후기로 두번 자랑하겠습니당 ;-)

수이 2015-01-17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전 다 꽝 ㅠㅠ 잘 다녀오세요! :)

오후네시 2015-01-17 14:59   좋아요 0 | URL
네네 후기 남길게요 :)

blanca 2015-01-17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운이 한꺼번에.. 부럽습니다^^

오후네시 2015-01-17 15:00   좋아요 0 | URL
올해 운 다썼으면 어쩌죠^^;
 
 전출처 : 작가와의만남님의 "김화영과 함께하는 모디아노 읽는 밤"

기억에 대한 모디아노의 서술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기억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번역가는 누구보다 정확하게 독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꼭 번역가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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