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_김화영과 함께하는 모디아노 읽는 밤
파트릭 모디아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관심이 생겨서 그의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었습니다.
솔직히 번역이 매끄러운 느낌이 아니고 약간씩 거슬리는 문장들이 있었지만 내용은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번역가 김화영 선생님과 함께하는 모디아노 읽는 밤 이라는 행사를 발견! 알라딘에 신청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뽑히게 되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
행사는 2015.01.21 7시부터 9시까지 프랑스 문화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보내주신 행사 소개에는 동행인 포함하여 스무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적혀져 있어서 사실 조금 긴장했습니다. (너무 가까이서 들으면 저의 무식함이 왠지 탄로날 것만 같아서요ㅋㅋㅋ)
그런데 역시 저의 기우였습니다. 참석자가 거의 70명은 된 것 같습니다. 다들 완전 열심히 눈을 반짝이며 노트필기까지 하시면서 들으시더라구요 *.*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이런 열기 좋았습니다 ♥♥
모디아노 책 중에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은 역시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고 하시며, 이 책을 예로 들어 많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책을 읽고 나름대로 모디아노의 생애에 관해 찾아봤다고 했는데 놓친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모디아노의 아버지가 유대인이었다는 점과, 유대인은 모계로 인해 아버지만 유대인인 것은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으면서 왜 이렇게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지도 궁금했었는데,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모디아노 아버지 세대에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유럽으로 이주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어둠속에서 끌어올려 기억해주는 작가. 김화영씨는 모디아노를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모디아노는 기억에 대해 쓰는 작가입니다. 기억이 모든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전제하에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디아노의 거의 모든 소설은 자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던 만큼 소설의 인물들도 모두 뿌리가 뽑힌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그런 면모가 보입니다.
누구를 시켜서 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문학을 읽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줄거리 요약이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 문학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모디아노의 소설은 줄거리의 독특함보다도 아름다운 문장들과 그 행간 속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에 더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책을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모디아노를 읽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프루스트와 모디아노를 비교해서 말씀해주신 것이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로 유명한 프루스트도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대표적인 작가인데 사실 너무 책 내용이 방대하고 문장 독해가 어렵기로 소문난 책이라서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프루스트와 모디아노는 공통적으로 스무살 이전의 유년기와 청년기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했습니다. 하지만 프루스트는 모디아노와 완전 다르게 부유하고 풍요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하셨습니다. 프루스트는 과거의 기억을 유토피아적으로 묘사한 반면에 모디아노는 과거를 미화하거나 하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기억에 남는 답변으로는 번역 관련 질문에 대한 말씀이셨습니다. 번역가는 원문 텍스트 뿐만 아니라 숨어있는 침묵까지도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굉장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후기가 길어졌네요. 그만큼 마음에 남는 강연이었습니다. 추천해주신 `팔월의 일요일들`과 `도라 브루더`라는 작품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
출처 : 본인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