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느냐가 문제다. 결국 우리는 우리 수준에 걸맞은 정부를 갖게 되어 있다. 우리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사회를 생각하고, 정치인의 빈말이나 현실성 없는 공약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민주주의는 잘 작동할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의 예처럼 정치문화가 유아기로 퇴행할 때, 민주주의가 실패한 제도처럼 보일 뿐이다.
한국 정부도 명예훼손법을 적극 활용해, 좌,우,중도를 가리지 않고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은 모조리, 쉬지 않고 고소한다. 2014년 8월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기소되고 출국금지 조치됐다. 문제의 기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에서 정인과 함께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터무니없는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기자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더욱더 터무니없는 처사다. 심지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해당 사안에 대해 일본 외무상에게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마치 일본 정부가 일본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아베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특정비밀보호법을 시행한 것을 보면 안타깝게도 윤 장관이 틀린 것만은 아닌 듯 하다).
2011년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을 `언론 자유귝`에서 `부분적 언론 자유귝`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식적인 검열 증가, 언론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정부의 입김, 언론인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대통령의 측근을 주요 언론사 고위 보직에 앉힌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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