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현재 로펌, 경영 컨설팅, 은행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모두 뛰어난 학력을 요하는 분야이며, 자본 집약적 도시 중심 산업이다. 이 때문에 (런던 근교 동남쪽을 제외한) 지방이 창출하는 1인당 순부가가치는 전체 평균을 밑도는데 런던은 171퍼센트를 나타내는 심각한 지역 불균형이 발생했다. 반면 제조업의 경우, 경제 기회가 넓은 지역에 배분될 수 있으며 학력이 높지 않은 사람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무너지는 제조업을 방치하자는 기조가 팽배했던 대처 시절의 영국 정책 입안가들이 놓친 대목이다. 신문을 장식하는 영국의 GDP 수치만 보고 대처주의가 영국 경제를 살려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처주의의 영향으로 부자와 빈곤층의 사회, 경제적 간극, 엘리트 계층과 보통 사람의 격차가 벌어졌으며 런던과 나머지 지역의 불균형적인 성장이 나타났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영국 최고 부자 지역인 런던 시내와 최빈 지역인 서부 웨일스 간의 격차는 EU에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과거 동독의 최빈 지역과 서독의 최고 부자 지역의 격차보다도 더 심하다.
데이비드 캐머런 현 영국 총리는 실업수당을 신청하려면 무보수로 일할 것을 강제하는 등 복지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영국과 같은 나라가 빈곤층에 대해 보다 너그러울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기억해두기 바란다. 2014년 하반기 가디언에는 회사에서 해고당했는데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옛 직장으로 돌아가 `무보수로` 일해야 하는 스코틀랜드 남자의 사연을 담은 기사가 실렸다. 물론 진보 성향 일간지 가디언에나 실릴 내용이긴 하다. 어쨌거나 그 남자가 무보수로 일하고 받은 실업수당은 해고 전 수입보다 적었다.
양국의 교육 시스템만 봐도 제조업에 대한 다른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대학 입학률은 30퍼센트 수준으로 OECD 평균 수준을 한참 밑돈다. 하지만 취업으로 이어지는 기술 교육은 탄탄하다. 정규 교육과 직업 교육을 같이 받은 학생들은 졸업 후 바로 고숙련, 고수입 일자리를 얻고, 미래 전망도 밝다. 독일의 청년 실업률은 8퍼센트 정도며, 스위스도 마찬가지다. 반면 2014년 6월 기준 영국의 청년 실업률은 17.8퍼센트에 달한다. 영국의 대학 진학률은 거의 50퍼센트 정도다. 대학에 간 사람들은 대부분 고소득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꿈꾸고 졸업하지만 컨설팅, 은행, 로펌, 보험회사 등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대다수는 백수가 되거나, 꺼지라고 외치는 고객을 응대하는 콜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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