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생명의 밥상
김인술 지음, 고우석 감수 / 밀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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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뜻한 바가 있어 귀농하고, 농업의 다면적 가치를 살리기 위한 생명운동과 함께 우리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전통생활문화연구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이력이다. IMF 이후로 귀농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는데, 귀농과 생명, 정체성 회복을 접목시킨 분은 아주 오랜만에 본다.
책에서는 우리 민족의 저력은 인재이며,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태교’에 대한 교육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우선 이 책에서는 태교보다는 건강에 관한 강의 내용을 묶었고, 주된 주제는 예전의 생명의 밥상, 즉 체질과 기후에 따른 음양 오행을 잘 맞추고 신토불이 유기농, 또는 환경 친화적으로 키운 먹을거리를 과하지 않게, 채식 위주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말처럼 바른 먹을 것을 먹음으로써 건강하고 온전한 생명을 영위할 수 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각종 질병 (감기, 암, 고혈압, 당뇨)에 맞는 식이요법, 고기와 채소, 컬러에 따른 섭식을 제시했다.
또한 예전 선조들의 예시, 생일날 수수팥떡을 해 먹이는 이유, 제삿상에 조율이시가 빠지지 않는 이유, 복날 삼계탕과 보신탕을 먹는 이유 등의 다양하고 알기 쉬운 예들에 대해 음양오행적 설명을 곁들임으로써 이해를 좀더 쉽게 하였다.
예전 어른들은 어떻게 이런 것을 생각하셨는지 새삼 경탄하기도 하고 이런 것은 생활에 바로 적용해 봐야지 결심한 것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정 시간에 배웠던 서양 영양학 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약간은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반면 강의글이나 연재하던 글을 모은 것이라 조금 산만하고 중복되는 내용이 곳곳에 보였으며 머리에 많이 남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보다 전에 ‘먹지 마 건강법’이라는, 한의사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웰빙의 일환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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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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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딱 한 줄로 요약한다면 1권은 지상 세계에서 루모가 성장하고 짝을 찾는 이야기, 2권은 지하 세계에서 루모가 짝을 구출하며 기적을 이루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선과 악이 대립하는 가운데 수많은 종족과 인물들, 그 인물들의 배경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을 형성하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앞에서 나온 암시가 뒤에서 구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1000피스 그림 맞추기를 완성시키는 것과 같은 두근두근한 경험이었다.

도박의 일종인 카드게임 루모의 이름을 따서 주인공의 이름을 루모라고 짓는 것에서부터 인생과 도박은 같은 유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루모와 같은 볼퍼팅어에게는 은띠라는 인생의 목표가 하나씩 주어진다. 이를 따라서 볼퍼팅이라는 도시에까지 온 것이고, 어떤 현실적 어려움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은띠를 찾아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루모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아서 약간 낯설기도 했지만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로 인해 사람보다 더 풍부한 청각, 후각을 경험했고, 눈을 감아도 세상이 보이는 것을 같이 느꼈으며, 개의 여러 품종에 따른 외모와 성격들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여기 등장하는 종족들은 모두 발터 뫼르스의 상상의 산물이다 보니 나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이 많이 나왔는데, 곳곳에 등장하는 삽화들에서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감 잡을 수 있었다. 눈물샘이 축 늘어진 볼퍼팅어 우샨 데루카, 일곱쌍의 팔이 있는 상어구더기 폴초탄 스마이크, 뇌가 4개인 아이데트 콜리브릴, 깔때기와 물통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리제벨, 피하자살특공대 등의 모습은 재미있었고, 책의 맨 앞과 맨 뒤에 나와 있는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의 지도를 따라가면서 주인공들의 여행을 같이 할 수 있었다.

책이 정말 두꺼운데 읽어나갈수록 남은 장수가 적어진다는 아쉬움이 커진 책이었고, 체력만 허락한다면 한 자리에서 두 권 모두 읽어나갈 수 있는 흥미진진함이 대단하다. 책을 덮고 나니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현실감각을 잠시 잃고 있었고, 내가 지금 지하세계에 있는지 잠깐 고민할 정도였다.

안주하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거나, 모험과 판타지를 좋아하고, 목적에 대한 추진력을 얻고 싶은 독자들 (초등학생 이상 독서 가)은 루모와 함께 지상과 지하의 어둠을 헤쳐나가는 모험에 동반하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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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소녀 카르페디엠 8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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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라는 과테말라에 사는 인디오 소녀로, 나무 타기를 잘 하고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나무소녀라는 별명을 얻는다. 라티노들에게 생활의 터전을 많이 잃고 시골로 밀려난 이후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온 가족에게, 과테말라 내전이라는 무서운 비극이 들이닥친다.

나무에 올라가면 그만큼 더 하늘에 가까워진다며 나무 타기를 좋아했던 소녀에게 나무는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행복한 장소였다. 그렇지만 나무 위에 숨어서 한 마을의 몰살을 숨죽여 지켜보아야 했던 이후로 나무소녀는 나무에 올라가지 못했다. 그런 가브리엘라를 구원한 것은 수용소 안에서 학교를 엶으로써 희망을 불러일으킨 덕분에 말을 되찾은 막내동생이었다.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에서 동족이지만 사상이 다른 상대편에 의해, 거기에 더해 각 진영이 업은 외국 군사들에 의해 파괴와 학살을 경험한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더욱 무섭게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책장을 넘기기가 두려울 정도로 인종 차별과 내전의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꿋꿋하게 굴복하지 않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가브리엘라의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 아우슈비츠의 수용소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희망을 가졌다는 것이라고 한다.

3년간의 한국전쟁이 끝나고서 우리 나라는 정신적, 물질적으로 폐허가 되었다. 과테말라는 1996년까지 36년간이나 내전에 휘말렸다고 한다. 미국의 조종 가능성도 책에서는 언급했는데 과연 그렇다면 제3세계의 많은 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주도하는 전쟁 유발국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좀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듯 과테말라도 내전의 상처를 딛고 굳건히 다시 서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가브리엘라와 같은 인디오와 라티노들 모두 자연 안에서 평등하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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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거위 구출작전
스테파니 블랭쉐르 글 그림 / 예림당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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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에게 잡힌 야생오리 와일드룻은 살아나기 위해 대신 농장의 새끼거위를 여우에게 바치기로 하고 풀려난다. 거위알을 훔치고 집오리의 도움으로 아기거위 네 마리를 부화시킨 와일드룻은 아기거위들을 데리고 있는 동안 정이 들어서 여우에게 데려다주지 않기로 결심한다. 집오리의 자랑으로 아기거위들의 행방을 알게 된 농장 동물식구들은 아기거위를 데리러 달려와서, 마침 들이닥친 여우를 물리치고 아기거위들을 구해내게 된다. 여우는 멀리 도망가고 아기거위들은 가정으로 돌아가면서 와일드룻에게 재미있었다고, 다음에는 멋지게 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말하면서 끝이 난다. 와일드룻은 처음에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아기거위들을 바치기로 했으나 나중에 아기거위들 앞에서 여우를 막아선 용기가 가상하다고 생각된다.

표지 속의 속지에는 노오란 아기거위 네 마리가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재미있게 노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자연이 주무대이기 때문에 녹색과 연두색이 주조를 이루고, 연필 스케치에 수채화로 칠하여 아주 부드러운 느낌이다. 게다가 자세히 잘 보면 각 동물마다 비례와 특징을 잘 살린 그림을 사용한데다, 푹신한 깃털 위에 놓인 거위알들, 물고기를 잡으러 엉덩이를 하늘로 올린 채 잠수한 와일드룻의 사냥 모습, 뒷다리 사이에 꼬리를 말아넣고 귀를 내린 채 도망가는 여우의 모습 등에서 세심한 자연 관찰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동물들이 나쁘게 묘사되는 것이 어린이 동화책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틀에 박힌 한계가 이 책에서도 드러나는 것이 약간 아쉬웠고, 또 하나 나중에 아기거위들을 구하려고 했던 와일드룻의 용기는 가상했지만 알을 훔쳐낸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된다.

아이들은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 개념에서 5살 딸아이는 여우가 아기거위들을 잡으러 올 때 무섭다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면서도, 이 책을 밤마다 읽어달라고 들고 온다. 침대에 누워서 눈이 편한 자연을 느끼고 싶은 엄마, 아기거위의 귀여움에 빠지고 싶은 엄마는 이 책을 선택하셔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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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파마를 했어요
쑨칭펑 지음, 팡야원 그림 / 예림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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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사자가 파마를 한 이야기이다. 원래 주르륵 흘러내리는 생머리였지만 구불구불한 머리를 가지고 싶었던 사자의 고민을 여러 동물들이 합심해서, 특히 여우의 멋진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해주는 과정을 그린 동화이다.

바람이 불 때 파도가 치는 것에 착안해서 모두 함께 입으로 바람을 불어주기도 하고, 빗방울이 떨어져서 물 표면에 동심원이 그려지는 것을 보고 비를 맞히기도 한다. 그러다가 여우의 아내가 과자를 굽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비가 오는 날 연을 띄워서 번개를 맞음으로써 사자의 머리에 파마를 하고 굽슬굽슬한 머리를 성공적으로 얻게 된다. 번개로 파마를 한다는 설정은 기발하다. 게다가 옥수수로 머리를 감아서 팝콘까지 얻게 되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그림은 테두리가 부드럽고 그라데이션을 주어서 입체감이 있었고, 노란색, 분홍색, 푸른색, 녹색, 하늘색 등으로 채워져서 아주 밋밋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강렬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느낌이 되었다. 반짝거리는 표지의 제목도, 받침이 있는 글자는 위아래로 길고 받침이 없는 글자는 짧아서 리듬감이 느껴지는 글씨체도 참 예쁘다.

책 내용처럼 멋있게, 예쁘게, 귀엽게, 세련되게를 외치는 요즘 사회에서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내용으로 보인다. 지금 30대 중반인 나는 중학생때쯤 사춘기가 시작된 후에야 외모에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 아이들은 많이 빨라져서 초등학교 입학 전에 벌써 외모에 관심이 많고 콤플렉스까지 생기기도 한다. 사자가 외모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내면도 충실했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책을 읽어주는 부모만의 마음일 것이고, 아이들은 사자가 구불구불한 멋진 머리가 되고 덤으로 팝콘까지 산더미처럼 얻게 된 것에서 깔깔대며 좋아한다.

마지막에 글보다 그림이 먼저 나가서 클라이막스에서 약간 김이 새긴 했지만, 외모와 더불어 친구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자 노력하고 얻어진 결과에 같이 기뻐하는 여우와 친구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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