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 일기 쓰기부터 소설 쓰기까지 단어에서 문체까지
안정효 지음 / 모멘토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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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이해하려면 작가에 대한 이해, 작품이 쓰여진 시대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저자인 안 정효 선생님은 소설가 이전에 기자로 활동했고, 번역가로도 이름을 날린다. 번역가가 되려고 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그의 소설보다, 이 윤기 선생님과 더불어 1세대 전문 번역가로 불리는 번역가로서의 이력에 관심이 많았다.

이 글은 문학 작품, 그 중에서도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지침서와 같다. 첫째 마당 ‘단어에서 단락까지’, 둘째 마당 ‘이름 짓기에서 인물 만들기까지’, 셋째 마당 ‘줄거리 짜기에서 초벌 끝내기까지’, 넷째 마당 ‘시작에서 퇴고까지’ 하여 작품 하나를 끝낸 후, 다섯째 마당 ‘글쓰기 인생의 만보’라는 소제목에서는 글쓰기 인생을 회고하고 지식을 전수한다.

문예 창작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서일까. 글을 읽다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부딪힌다. ‘있을 수 있는 것’을 배제하는 낱단어 선택에서 시작해서, 글의 첫 시작을 한 줄짜리 짧은 문장으로 하면 독자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다는 등, 사소하지만 영향력이 큰 여러 지식들이 줄지어 흘러나온다.
번역가로서의 지식이 함께 더해져서 수많은 외국 작가와 작품들이 사례로 소개되고, 덕분에 지금까지 몰랐던 작가에 대해, 그리고 작품에 대해 조금은 눈을 뜨게 되었다. 습관적으로 우리말에 섞어 사용하던 단어들을 한글로만 표현한 점도 눈에 띈다.
간간이 등장하는,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는 빡빡한 내용 사이의 오아시스였고, 본문에서는 어렵기만 하던 저자의 유머 감각이 엿보인다.

앞으로 소설을 쓸 일은 없겠지만,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불릴 정도이므로, 영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이를 우리말로 옮기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 저자가 표지에까지 넣어 강조한 ‘읽기에 쉬운 글이 쓰기 어렵다-헤밍웨이’, ‘요령으로는 뚝심을 당하지 못한다-안정효’는 꼭 새겨두어야겠다. 책 한 권으로 소설 창작과 번역까지 두 가지 내용을 공부한 뿌듯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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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임정진 글, 원유미 외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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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마시멜로 이야기는 마시멜로를 주고 얼마 동안 안 먹고 참을 경우 하나를 더 준다고 하는 실험이다. 어른은 대부분 참아내겠지만, 아직 유혹에 약한 어린이가 참아 내기는 좀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낸 어린이들은 인내와 성공을 위한 기질이 더 풍부하다고 본다.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 대신 이 책에서는 공부와 자신감, 시간 관리, 금전 관리, 목표 관리, 대인 관계, 체중 관리라는 일곱 가지 목표에 대해 자제심과 인내력, 계획력을 키우는 방법을 설명한다. 부자 아빠를 만나서 편하게 살고자 했던 제니퍼가 시간과 목표, 친구 등 현실 상황에 대해 아빠의 인도를 받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참 바람직하다.
나태하고 편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정신적 나른함과 육체적 만족감을 주지만, 이는 기다리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어버리는 일과 같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것처럼, 바람직한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추구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된다.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다면 돈을 많이 물려주는 것보다 성공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연히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이라는 책을 같이 읽게 되었는데, 그 책에서도 부모가 멘토로 아이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많이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이지만, 부모가 먼저 읽고서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는 부모가 된 후에 아이에게 권하는 순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부모는 마시멜로가 생기는 대로 먹는데 아이더러 기다렸다 먹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수영장 앞에서 안 쓰는 액세서리를 파는 벼룩시장을 열고 요트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 등 참 미국적인 모습이 나오고, 우리 나라에서는 마시멜로가 맛있다고 널리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거리감이 있었지만, 소중한 것을 먼저 하고 자제심과 인내력을 키우는 훌륭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특히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일화와 에피소드 끝의 만화를 통해 책을 읽기 버거워하는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덮을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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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울라 카린 린드크비스트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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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변에서 빠른 죽음과 느린 죽음을 겪는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5일만에 유언 한 마디 없이 돌아가셨다. 할머니도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뇌수술을 받으시고 지금 1년 반째 누워계신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를 주지 않는 당황스러움과 아쉬움을 남기지만, 우리 할머니처럼, <원더풀>의 주인공 울라 카린 린크드비스트처럼 천천히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삶도 그리 쉽지 않고, 오히려 더 어려울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이나 살아남는 사람이나 항상 죽음을 마주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루게릭 병은 책에도 나오는 내용처럼 유전적인 것도, 나쁜 습관에 의한 것도 아닌 병이 갑자기 발생하니 자기 자신이나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의식은 멀쩡한 채 육신이 점점 약해지기 때문에, 유리 감옥에 수감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처럼 가장 잔인한 병이란다. 몸은 멀쩡한 반면 정신이 약해지는 치매 환자와는 반대이다. 더구나 정신적으로 영민한 사람들이 많이 걸린다고 하니 그들에게는 이중의 고통인 셈이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불치병 선고를 받으면 처음에는 화를 내고 부정하고 타협하고 우울해 하다가 수용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주인공은 앞의 네 단계를 모두 건너뛰어 죽음을 수용한다. 자신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남는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물론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얻고, 그런 와중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로움을 간직한다.

소설이었다면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온몸이 마비된 채 눈만 겨우운용할 수 있어서, 딸아이가 알파벳 철자를 가리키면 쓰고자 하는 곳에서 눈을 깜빡이는 방법으로 글을 썼다니 참으로 눈물겨운 책이다.

 

우리 나라 속담에는 ‘긴 병에는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환자와 가족이 모두 지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울라 카린은 죽으면서까지 삶은 위대하다고 말하고 떠났고, 그 덕분에 가족들도 모두 구원받았다고 느낀다. 천년 만년 살아갈 것처럼 시간을 낭비하며 사는 내게는, 자신의 죽음을 마주 대하고서 당당할 자신도, 주변을 포용할 자신도 사실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좀더 현실에 충실해질 것을 다짐한다.

또 한 가지, ‘앨리슨 래퍼’의 책에서도 느낀 점인데, 불치병 환자를 대하는 선진 의료 시스템에 많은 부러움과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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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최효찬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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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누구나 자녀 교육에 혈안이 되어 있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 예능 활동을 잘 하는 아이, 골프를 잘 하는 아이 등 적어도 하나의 특기를 가진 아이로 키우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인성 교육은 정해진 매뉴얼과 판단 기준, 멘토가 마땅치 않다 보니, 또는 부모들마저도 뚜렷한 비전이 없다 보니 참으로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그런 고민을 가진 부모님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에서는 정치, 경제, 학문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문으로 꼽히는 열 가문에 대해, 명문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역사와 가풍, 자녀교육 10훈, 대표적인 인물의 성향과 업적, 일대기 등이 그 당시의 시대 상황과 맞물려 소개된다.

 

예를 들어 유교의 성인이라 불리는 공자 편을 보자. 공자는 ‘첩의 아들’을 성인으로 만든 ‘헝그리 정신’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런 공자 가의 자녀교육 10훈은 ‘가난한 삶을 위로받고 자녀교육에 용기를 얻고 싶은 부모들에게’라는 추천된다. 공자의 어머니가 공자에게 끼친 영향과 공자의 일생, 업적이 수록되고, ‘명문가에게 배운다’ 코너에서는 앞의 자녀교육 10훈 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하나를 골라 자세하게 설명한다. 공자 편에서는 ‘질문을 많이 하는 공부 습관을 갖게 하라’를 다루었다.

 

케네디가에서는 4세대에 걸친 비전 창출과 목표 실현의 원대함에 감동받았고, 발렌베리가에서는 우리 나라의 삼성과 비교되어 투명한 경영과 사회 환원에 대해 배웠다. 퀴리 가에서는 가정 내의 학풍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깨달았고, 쉽게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게이츠가에서도 투철한 자립정신을 배웠으니, 명문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 할 수 있었다.

 

명문가를 만들고자 하는 부모님들은 아이의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 서너곳을 돌리기 전에, 우선 자신부터 비전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아이들을 이끌어보도록 하자. 학교 다닐 때에나 읽었던 위인전을 압축해서 열 권을 읽은 느낌이고, 자녀 교육과 명문가에 대한 내용이니 더욱 마음에 깊게 와 닿았다. 이제는 실천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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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공식 - 인생을 변화시키는 긍정의 심리학
슈테판 클라인 지음, 김영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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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사람을 유심론자와 유물론자로 나눈다면, 눈으로 보이는 것만 믿는 유물론자들에게 행복을 알려주는 책이 바로 이 책 <행복의 공식>이다.
심리학자, 신경학자, 사회심리학자, 신경생물학자, 인지심리학자, 물리학자, 정신과 의사, 화학자 등 수많은 학자들이 행복을 일으키는 호르몬과 뇌의 상태, 신경의 분화 등에 대하여 연구하고 결과를 발표하였다. 행복에 대한 문제는 지금까지도 과학계에서 연구되는 주제이고, 아마 세상이 끝날 때까지도 멈추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초반부에는 여러 학자와 환자의 사례를 통해 행복에 관련된 뇌와 호르몬에 대해 알려준다. 동물 실험에는 윤리적 문제가 덜하므로 연구 사례가 풍부하다. 행복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호르몬 하나를 보충함으로써 기쁨과 만족감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행복과 직접 연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호르몬의 역할과 뇌의 상태에 대한 설명이 꽤 전문적이어서 약간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몸에 대해서 좀더 아는 것도 좋겠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행복의 쾌감보다는 불행의 경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즐거움의 순번을 영리하게 조절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행복을 만들고 연장시킬 수 있고, 책에서는 그렇게 행복을 만드는 방법들을 공식화하여 알려준다. 또한 현대화될수록 높아지는 우울증에 대한 대처법도 알려준다.

앞부분의 수많은 과학 지식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결론이 약간 불균형같지만, 지식이 바탕이 된 터라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유물론자들에게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행복한 것이 불안한 사람들, 세상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우울증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사람들은 이 <행복의 공식>을 통해 좀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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