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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우리 탯말 - 어머니와 고향이 가르쳐 준 영혼의 말
한새암.최병두.조희범.박원석.문틈 지음 / 소금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읽으면서, 최명희 선생님의 ‘혼불’, 최근에는 ‘변산반도 쭈꾸미 통신’을 읽으면서 내가 대전 출신인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대전은 충청도에서도 아주 남쪽이라서 전라도의 영향이 강한 곳이다. 대전 토박이인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아주 또렷하고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위의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글이 매끄럽게 넘어가지 않고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모르는 단어마다 통역이 필요하다면, 정작 내용에 대해서는 주목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내용과 이해 사이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책에 나온 어느 샐러리맨의 경우처럼 한 번은 이념에 목숨을 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읽었고, 두 번째는 전라도 탯말(사투리)을 깊게 다시 해석해보면서 읽기 위해 책을 두 번 읽었다는 말도 이해가 간다.
사실 경상도 탯말을 쓰는 사람들은 굳이 표준어를 쓰려는 노력이 없이 약간 자랑스럽게 쓰는 듯하지만, 전라도 탯말을 구성지게 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별로 보지 못했다. 비약인지는 몰라도 고려 태조 왕건 때 전라도와 함경도 사람들을 배척하라는 그런 개념이 지금까지 이어져 있는지, 정권을 잡은 사람들도,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출신지도 전라도는 많이 소외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문학과 음식, 정치적 양심과 사상에서만큼은 전라도는 풍성하다.
이 책은 문학 작품 속의 우리 탯말, 탯말 예화, 탯말 독해, 탯말 사전으로 구성되어 전라도 탯말에 대해 전반적인 것을 설명하고 있다.
문학 작품 속의 우리 탯말에서는 표준화의 헛된 기치 아래에서 사라지고 있는 탯말들에 대해 존재의 의미와 중요성을 역설한다. 문학은 언어로 바로 표현되고 기록되는 1차 산물이기 때문에,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배운 ‘영혼의 말’인 탯말을 사용하여 다양하고 정겨움을 살리자는 것이다. 전라도 출신의 시인인 김영랑 선생님의 ‘오매 단풍들겄네’와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통해, 태백산맥과 옥단어, 혼불의 글귀들을 통해 탯말과 표준어의 어감 차이와 탯말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탯말 예화에서는 두 가지 예화를 통해 다양한 수식어와 종결 어미, 역행동화와 된소리, 모음 변형, 축약, 감탄사 등을 들어 탯말의 변천사와 전반적인 원칙을 설명하였다. 예화는 그 자체로도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예전의 농촌 풍경을 보는 듯하다.
탯말 독해에서는 탯말 한 줄에 대한 표준어 한 줄을 층층이 배열하여 다양한 탯말을 접할 수 있었고, 탯말 사전은 탯말들을 국어 사전식으로 설명하였다.
탯말을 구성지게 사용하는 작가가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지역 탯말은 힘을 얻을 수 있다. 내 고향 충청도에는 이문구 선생님이 계시고, 전라도에는 위에 예로 든 조정래, 최명희 선생님이 계신다. 내 지식이 짧아서 경상도와 강원도 출신의 작가와 작품은 잘 모르겠고, 제주도는 정말로 통역 없이는 알아듣지 못하는 탯말이 많아서 앞으로 도전해볼 영역이다. 대학에 가서 다른 지방 출신 친구들을 처음 만나서 약간 곤혹스러웠던 것이 바로 이 탯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었다. 이 출판사에서 탯말 기획 시리즈로 경상도와 제주도 탯말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골고루 한번 읽어봐야겠다.
탯말의 다양성은 소중하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문화와 예술, 음악이 꽃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황산벌’에서 백제 사람들은 전라도 탯말을, 신라 사람들은 경상도 탯말을 쓰는 것을 보고 참 재미있고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잘 차려진 시골 밥상을 받아서 배부르게 먹은 것처럼 맘이 푸근하다.
요로코롬 기회와 생각의 여지를 맹글어 주셔서 참말로 아즘찮이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