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최인호 지음, 구본창 사진 / 여백(여백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후이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 송강 정철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다녀왔다. 아이는 도서관에서 틀어준 만화영화를 보게 하고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골랐다. 눈에 끌리는 제목도 있었지만 최인호 작가의 이름을 보고서 이 책을 선택했다. 제목은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라는 다소 미스터리 픽션 스타일이었는데, 책을 일단 열어보니 어머니 예순 때부터 돌아가신 이후까지 어머니의 삶과 이전의 기억을 망라한 ‘思母曲’이었다.

어머니는 19살에 18살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변호사 남편을 내조하면서 살다가 한국전쟁이 일어나고서 부산으로 피난을 간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아홉 아이들 중에서 살아남은 여섯을 비뚤어지지 않게 키웠다. 아이들을 다 분가시킨 후에는 성당에 다니고 노인학교에 다니면서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눈뜨시는 모습을 보이고, 노환에 따라 시력이 약해지고 다리가 불편해지시면서는 주변 사람들을 어렵게 했지만, 어머님의 일생은 그 연세 또래의 어머니들이 겪으신 것과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다른 것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시선과 연민, 사랑이라고나 할까. 아들은 어머니의 속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주변 남자들을 보아도 자상하게 어머니와 대화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인호 작가는 감정이 다감해서인지 어머니께 고마워하고 안타까워하며 어머니의 일생을 조망하고 생각한다. 결국 어머니의 유품인 묵주를 십년간 떼어놓지 않고 가지고 다니다가 이를 잃어버린 것을 계기로 어머니를 놓아드리게 된다.

최인호 작가는 연작 소설인 가족 시리즈를 통해 예전부터 가족에 대한 많은 사랑을 표현하였다. 원래 내리사랑은 자연스럽고 치사랑은 어려워서, 자식은 어떤 짓을 해도 이쁘고 사랑스러운 반면 부모님은 내게 도움이 될 때나 기대지 않으실 때에야 부모님으로 인정하고 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역전이나 공원에는 집에 있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그렇게 많은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는 법에 대한 책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하지만 기분좋게 나이드는 방법과 부모님께 잘 하는 방법 등은 이제서야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것으로도 다행스럽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고 필요성을 느꼈지만 실제로 행동과 표현으로 나타내기까지는 아직도 엄청나게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가 보지는 못하지만 전화라도 드려야겠다. 그리고 당장 ‘부모님 살아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를 사서 읽어야겠다. 그래서 표현과 행동으로 나타나기까지의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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