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거위 구출작전
스테파니 블랭쉐르 글 그림 / 예림당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우에게 잡힌 야생오리 와일드룻은 살아나기 위해 대신 농장의 새끼거위를 여우에게 바치기로 하고 풀려난다. 거위알을 훔치고 집오리의 도움으로 아기거위 네 마리를 부화시킨 와일드룻은 아기거위들을 데리고 있는 동안 정이 들어서 여우에게 데려다주지 않기로 결심한다. 집오리의 자랑으로 아기거위들의 행방을 알게 된 농장 동물식구들은 아기거위를 데리러 달려와서, 마침 들이닥친 여우를 물리치고 아기거위들을 구해내게 된다. 여우는 멀리 도망가고 아기거위들은 가정으로 돌아가면서 와일드룻에게 재미있었다고, 다음에는 멋지게 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말하면서 끝이 난다. 와일드룻은 처음에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아기거위들을 바치기로 했으나 나중에 아기거위들 앞에서 여우를 막아선 용기가 가상하다고 생각된다.

표지 속의 속지에는 노오란 아기거위 네 마리가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재미있게 노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자연이 주무대이기 때문에 녹색과 연두색이 주조를 이루고, 연필 스케치에 수채화로 칠하여 아주 부드러운 느낌이다. 게다가 자세히 잘 보면 각 동물마다 비례와 특징을 잘 살린 그림을 사용한데다, 푹신한 깃털 위에 놓인 거위알들, 물고기를 잡으러 엉덩이를 하늘로 올린 채 잠수한 와일드룻의 사냥 모습, 뒷다리 사이에 꼬리를 말아넣고 귀를 내린 채 도망가는 여우의 모습 등에서 세심한 자연 관찰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동물들이 나쁘게 묘사되는 것이 어린이 동화책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틀에 박힌 한계가 이 책에서도 드러나는 것이 약간 아쉬웠고, 또 하나 나중에 아기거위들을 구하려고 했던 와일드룻의 용기는 가상했지만 알을 훔쳐낸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된다.

아이들은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 개념에서 5살 딸아이는 여우가 아기거위들을 잡으러 올 때 무섭다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면서도, 이 책을 밤마다 읽어달라고 들고 온다. 침대에 누워서 눈이 편한 자연을 느끼고 싶은 엄마, 아기거위의 귀여움에 빠지고 싶은 엄마는 이 책을 선택하셔도 좋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자가 파마를 했어요
쑨칭펑 지음, 팡야원 그림 / 예림당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 그대로 사자가 파마를 한 이야기이다. 원래 주르륵 흘러내리는 생머리였지만 구불구불한 머리를 가지고 싶었던 사자의 고민을 여러 동물들이 합심해서, 특히 여우의 멋진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해주는 과정을 그린 동화이다.

바람이 불 때 파도가 치는 것에 착안해서 모두 함께 입으로 바람을 불어주기도 하고, 빗방울이 떨어져서 물 표면에 동심원이 그려지는 것을 보고 비를 맞히기도 한다. 그러다가 여우의 아내가 과자를 굽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비가 오는 날 연을 띄워서 번개를 맞음으로써 사자의 머리에 파마를 하고 굽슬굽슬한 머리를 성공적으로 얻게 된다. 번개로 파마를 한다는 설정은 기발하다. 게다가 옥수수로 머리를 감아서 팝콘까지 얻게 되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그림은 테두리가 부드럽고 그라데이션을 주어서 입체감이 있었고, 노란색, 분홍색, 푸른색, 녹색, 하늘색 등으로 채워져서 아주 밋밋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강렬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느낌이 되었다. 반짝거리는 표지의 제목도, 받침이 있는 글자는 위아래로 길고 받침이 없는 글자는 짧아서 리듬감이 느껴지는 글씨체도 참 예쁘다.

책 내용처럼 멋있게, 예쁘게, 귀엽게, 세련되게를 외치는 요즘 사회에서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내용으로 보인다. 지금 30대 중반인 나는 중학생때쯤 사춘기가 시작된 후에야 외모에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 아이들은 많이 빨라져서 초등학교 입학 전에 벌써 외모에 관심이 많고 콤플렉스까지 생기기도 한다. 사자가 외모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내면도 충실했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책을 읽어주는 부모만의 마음일 것이고, 아이들은 사자가 구불구불한 멋진 머리가 되고 덤으로 팝콘까지 산더미처럼 얻게 된 것에서 깔깔대며 좋아한다.

마지막에 글보다 그림이 먼저 나가서 클라이막스에서 약간 김이 새긴 했지만, 외모와 더불어 친구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자 노력하고 얻어진 결과에 같이 기뻐하는 여우와 친구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옛날 이야기들 중에는 저승사자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가끔 있다. 이들은 죽기로 예정되어 있는 영혼을 맞으러 오는데, 가끔 업무 착오를 일으킬 때도 있고 강하게 항변하면 그냥 놓아주기도 하는 아주 인간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이런 존재는 일본에도 있는 모양으로, 이 책 사신 치바에서는 사신(死神)’이라는 신의 일종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정보부에서 죽을 사람을 정해서 알려주면 일주일 동안의 조사를 거쳐서 죽기에 적합한지, 아니면 보류하는지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책에서는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각 에피소드마다 죽기로 예정된 사람에게 접근하고 대화를 통해 을 하는 과정이 나온다. 어떤 사람은 보류를 받았고 어떤 사람은 치바가 충분히 공감한 것처럼 보여도 ()’를 받고 다음날 죽게 되는데, 판정의 기준은 확실하지 않으나 대부분의 경우 를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양한 사람을 조사 대상으로 만나 마지막 일주일을 함께 하면서 스토커처럼, 야쿠자와 만나서는 하드보일드하게, 탐정 역할도 하고, 연애 상담사로도 활약하며 살인 용의자와 동행하는 로드무비도 찍는다.

치바 자신은 누누히 조사 대상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했지만,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음악에 대한 사랑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인간적이다. 그가 일을 할 때는 항상 비가 내렸으나, 중간에 한번 스쳤던 노파를 조사 대상으로 다시 만나고, 죽음에 대해 초연한 그녀를 보면서, 그는 드디어 찬란한 태양과 찌를 듯이 파란 하늘을 보게 된다.

사람의 목숨은 깃털과 같이 가볍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은색 깃털을 표지에 내세우고 깃털 장식을 어깨에 단 채로 음악을 듣고 있는 사신의 뒷모습은 꽤 강렬하다. 각 에피소드마다 파란색 속지로 구분이 되어 있고, 각 에피소드의 내용에 맞는 검은 펜터치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서 자잘한 재미를 준다. 날개가 있거나 깃털 무늬로 사신임을 표시한다. 그리 인상이 좋지 않은 인물을 그린 거친 터치를 통해, 천사의 선한 모습과는 다른 사신의 위악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의 분위기 메이커는 파란 핏방울이 떨어진 듯한 페이지 표시.

아주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소재를 현대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한 사신 치바를 읽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천년만년 살아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아둥바둥하면서 정작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온 하트워밍 스토리의 할머니처럼 담담하고 긍정적으로 죽음을 바라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색과 검은색의 흑백사진,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는 제목으로 라이프지에 실려서 그를 또다시 유명하게 만들었던 1944 6 6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사진을 표지로 쓴 책을 펼치면 마치 셔터가 닫힌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검은색 속지가 맞이한다.

로버트 카파는 1936년부터 1954년까지 18년 동안 스페인내전, 중일전쟁, 2차 세계대전, 이스라엘전쟁, 인도차이나전까지 다섯 차례의 전쟁을 취재한 포토저널리스트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1942년부터 1945년에 걸친 2차 세계대전 종군기이다. 전투에 투입될 때의 긴장감과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사진들, 중간중간 나오는 그의 사랑 이야기, 세계대전 연합국의 적국인 헝가리 출신이라는 데서 나오는 어려움이 진솔하면서도 유머스럽게 배어 있다.

전쟁 사진을 주로 찍는 종군기자라고 해서 어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으랴. 책에서도 두려움 때문에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되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지만 안전한 후방으로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장, 그것도 가장 긴박감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전방을 골라서 출정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사진 철학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해안에 오르지도 않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취재한 다른 기자들과는 달리 그는 상륙용 주정에 올라 병사들과 같이 해안에 상륙했고,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를 처음 세상에 알린 스페인내전의 어느 인민전사파 병사의 죽음에서는 누구보다도 적진에 가까이서 사진을 찍었다.

검은 테두리에 둘려 마치 검은 액자에 넣어둔 듯한 흑백 사진은 흑과 백의 단순함 가운데에서 전쟁과 평화의 대비가 더욱 극명해졌고 더욱 엄숙하게 빛이 났다. 독일군에게서 해방되어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독일군에 협조하여 머리를 삭발당한 여자들도 사진 속에 남아 있다.

그의 전쟁 사진들이 전쟁의 참혹함과 무의미함을 알리는 데에 얼마나 소용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의 바람과는 달리 연합군 측의 선전과 근황 보고에만 쓰였을 수도 있다. 로버트 카파의 소임은 사진과 기사를 송고하는 데에서 끝났기 때문에 이후의 사진의 운명에 대해서는 그의 권한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 매그넘을 창설하여 사진가의 지위를 높인 것에서 사진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알 수 있다.

책에 실린 그의 사진에서는 촬영 구도라든가 촬영 기법 등의 정보는 얻지 못했다. 그렇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피사체를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울 수 있었다. 그것으로 나는 로버트 카파를 이해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
에프라임 키숀 지음, 변상출 옮김, 송은경 그림 / 좋은생각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에프라임 키숀의 작품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내를 구입하고, 이틀에 걸쳐 두 작품을 모두 읽었다. 두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의 감상은 딱 한 줄, 모든 이야기가 너무 과장되어서 별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도 소설도 과장된 오버 액션은 싫어하는 터라 코드가 안 맞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의 유머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 <기술은 재산이다>에서는 그가 만난 여러 과장된 직업인들-가구업자, 변호인, 이발사, 페인트공, 방수처리 기술자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 <일부다처제를 실천하는 아담>에서는 하렘과 포르노 영화 관람기 등 일부다처제에 관련된 이야기들, 3 <어디에도 길들지 않는 남자>에서는 취미에 대해 다룬다.

책 표지에서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아 인생의 참맛을 깨닫게 한다고 하는데, 내가 느낀 것은 이 사람의 생활에는 왜 이리 우여곡절이 많고 주변 사람들도 다들 똑같은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4 8일에 식탁을 주문했는데 다음해 1월에야 식탁이 도착하고, 그 사이에 그 가구업자에게 가구를 주문했다가 받지 못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을 하는가 하면, 텅 빈 가방을 들고 물건을 팔러 다니는 방문 판매원, 잃어버렸던 가방을 찾으러 가면서 혹시나 해서 불렀던 변호인의 과잉 변호 때문에 유치장에 갇히는 등 그의 에피소드는 다양하기도 하다.

이 경향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내에서도, 외출 준비를 하는 데에 12시간을 쓰는가 하면 아이라이너 펜슬을 사기 위해 뉴욕 전체를 뒤지는 등 일관되게 유지된다. 홍콩 영화배우 주성치의 코믹 영화나 <오스틴 파워> 3부작을 재미있게 본 사람은 아마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키숀 매니아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른 작품을 찾아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