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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 꼴까닥 침 넘어가는 고향이야기
박형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0월
평점 :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은 작가가 붙인 부제 그대로 ‘꼴까닥 침 넘어가는 고향 이야기’이다.
타향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여 주석이 필요한 사투리들을 정겹게 써 가면서, 고향에서 시작하여 가을, 겨울, 봄, 여름의 사계절로 나누어 먹을거리와 관련된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소개해 놓고 있다.
가난이 힘이라는 추천사의 제목처럼 가난을 즐기며 사는 작가의 모습은, 한 세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낯설음과 동시에, 겪어보지 않았지만 왠지 많이 본 듯한 아련함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내가 30대 중반으로, 아직까지는 예전의 시골을 기억하는 거의 마지막 세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0대 이하로는 아무리 이야기를 해 줘도 이런 아련함보다는 낯설음과 궁상을 느끼기가 쉬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인생 내력이 독특해서 놀랐고 두 번째는 아이들의 이름 (푸짐이, 꽃님이, 아루, 보리)들이 특이해서 놀랐으며, 본문의 내용과는 분위기가 판이한 작가 서문에서 마지막으로 놀랐다.
본문에서는 여러 가지 계절의 별미들 (그렇게 비싸지 않지만 요즘처럼 사시사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계절에 특화된 것들)을 주구장창 소개함으로써, 내 위를 자극하여 위산 과다에 시달리게 했으며 밤늦은 간식을 찾아먹게 하였다. 그렇지만 가끔 가다 횟배앓이나 돼지 불알 까는 이야기, 이 잡는 이야기, 무장아 똥덩이 이야기 등을 통해 식욕을 싸악 죽이고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강약의 묘미도 느낄 수 있었다.
고구마는 누구나 겨울마다 먹지만 작가가 설명하는 것처럼 ‘고구마 엿물이 쫀독하니 늘어붙은’ 고구마는 먹어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음식을 먹는 미각에 중심을 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과 같이 먹는 사람들의 분위기 등에서 작가의 관심과 애정, 능청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능청에 흔연히 녹아들어 재미있는 한 해를 느껴볼 수 있었다.
누구나 돌아갈 수 있는 고향과 같은 이야기를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