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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ㅣ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평점 :
나보다 3살 많은 언니는 중학교 때에도 교복을 입었는데, 하얀 칼라를 따로 떼어 빨고 풀을 먹여 다려야 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고등학교 1학년 겨울부터 교복을 입은 교복 2세대이다. 워낙 옷에 관심이 없다 보니 옷 입는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교복을 은근히 반겼고, 2년 내내 아무 부담없이, 옷이 나를 입는다는 압박감도 느끼지 못한 채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연구소에 다니면서 실험 가운을 입는다.
옷 하면 제복을 입는 수많은 단체들이 떠오른다. 육군의 녹색 군복, 해군의 하얀 세일러복, 의사와 약사의 하얀 가운, 천주교 신부님의 검은 사제복, 스님의 잿빛 승복, 수인들의 푸른 죄수복, 학생들의 형형색색 교복까지, 각 단체의 옷들은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들에게 그들 나름의 일체감을 주지만 창의력과 자유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구속력을 가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 사이버 세상의 분신인 아바타조차 꾸미기에 공을 들이는 아이들에게 항상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옷의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 얼마나 갑갑할지 새삼 생각해 본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파릇파릇함이 귀엽기도 하고 부러워 보였으나, 이들의 이면에는 답답함과 억눌림이 있었다니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다.
저번에 지하철 화장실 안에서 정말 ‘변신’하고 나오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어른스러운 화장까지 어디를 봐도 20대로 보이는 아이였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인지라 살짝 눈쌀이 찌푸려졌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이해할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우리를 배우라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워 갈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