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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10년 대폭락 시나리오 - 일본을 통해본
다치키 마코토 지음, 강신규 옮김, 차학봉 / 21세기북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책에서도 언급된 ‘버블세븐’ 중 한 곳인 용인시에 살고 있다. 1999년 회사 때문에 이곳으로 이사오고 나서 지금까지 주변 아파트와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끝없이 오르는 것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조급함에서인지 작년 8월에 모델하우스를 보러 갔다가 아파트 하나를 분양받게 되었다. 그 이후로 여러 부동산 대책들이 발표되었으나, 사실 아파트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그리 걱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검은 바탕에 거꾸로 배치된 집의 모양의 표지에 ‘부동산10년 대폭락 시나리오’라니 시작부터 참 암울하다. 이 책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촉발한 부동산 버블의 생성 원인과 정부, 기업, 가계의 역할들,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 일본의 경제와 사회 전반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세수를 확대하기 위하여 금리를 낮추고 부동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잘못을 범했다. 그렇게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기업은 땅 사재기를 하고 가계는 빚을 내어 내 집을 마련하고 장기 대출로 대출금을 상환하였다. 그러다가 버블이 터지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생산 시설이 외국으로 이전하며 공업 용지가 남아돌게 되었다. 또한 고용 불안과 함께 가계의 수입도 줄어들게 되고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 수요 감소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추락하게 되었다. 책에서 예로 든 것처럼 80% 할인까지 되고 있다고 하니, 노후 대책으로 부동산만 의지했던 사람들은 대출금을 갚기에도 힘든 사태가 된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우리 나라에서도 한 치의 차이가 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무섭고 두렵다. 시골의사 박경철 씨의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에서도 인구 감소 때문에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 것을 보면 부동산 가격 하락은 필수적인 대세인 것으로 보여서 암담한 생각이 든다.
일본은 우리와 너무나도 닮은 꼴이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학문과 경제, 사회, 정치의 많은 부분을 일본에서 빌려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일본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관찰함으로써 우리가 앞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큰 사건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재에도 일본 인구의 1/4을 차지하는 건설과 준건설 관련 인구 때문에 공급 과잉인 아파트 건축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미리 상황을 안다고 해서 공급을 줄이고 균형 배분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노령화 속도도 우리가 훨씬 빠르니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사례를 간간이 섞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명확하게 설명하였기 때문에, 부동산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어도 술술 잘 읽힌다. 아직은 남의 나라 이야기를 읽는 것이라는 안심 때문일까. 그러나 내용의 중복이 꽤 많아서 1/3 정도는 없어도 좋을 내용인 듯했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충격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