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름 - 상 - 제1부 아름다운 여름, 제2부 언덕 위의 악마
체사레 파베세 지음, 김효정 옮김 / 청미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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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볼이 발그레한 소녀 둘이 나무에 다리를 걸치고 누워 있다. 이들 주위에는 꽃이 피어 있고 나비도 몇 마리 날아다닌다. 마음 편한 미소를 띠고 맨발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이들은 지금 아름다운 여름을 만끽하고 있는 중일까?
<아름다운 여름> 시리즈는 총 3부작으로 1부는 ‘아름다운 여름’, 2부는 ‘언덕 위의 악마’, 3부는 ‘고독한 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상권에는 1, 2부를 실었는데 이 둘은 전혀 연관이 없는 독립적인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겠다.

‘아름다운 여름’의 지니아는 양장점에서 일하면서 사랑을 꿈꾸는 17살의 소녀이고, 화가의 모델을 하는 아멜리아와 친해지면서 어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첫사랑을 시작하는 소녀의 떨림과, 아멜리아를 싫어하지만 밀어내지 못하는 마음의 실랑이는 참 섬세하다. 내가 지나온 17살과는 너무 달라서 한켠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들면서 참 생소했다. 그 나이 또래 소녀의 부푼 마음과 그 눈에 비치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은 사랑이 끝나고 난 뒤의 허망함과 더불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그만큼 지니아는 많이 성숙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여름’이 도시의 소녀들 이야기라면 ‘언덕 위의 악마’는 같은 또래의 시골 소년 세 명이 주인공이다. 이들보다 약간 나이가 든 폴리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이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발가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들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나, 사람들 사이의 복잡함과 기만은 이들을 그냥 두지 않는다.
주된 배경이 시골이라서 풍경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의 풀밭 냄새,옥수수의 풋풋한 향기, 동굴에서 느껴지는 음습함까지 잘 전달하고 있다.

소녀들과 소년들은 이 여름을 보내고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한여름의 열기가 물씬 풍기는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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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임마꿀레
임마꿀레 일리바기자 외 지음, 김태훈 옮김 / 섬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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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르완다 사태:
르완다 사태의 저변에는 해묵은 종족 갈등이 있다. 르완다는 14세기 이 지역에 진출한 소수 투치족(14%)이 왕국을 세워 토착부족인 후투족(85%)을 지배했다. 그러다가 1916년부터 벨기에의 식민통치가 시작된 뒤 투치족에 대한 벨기에의 철저한 종족 차별 정책으로 두 종족간 갈등이 시작되었다.
1959년 투치족 왕이 죽자 투치족의 한 부족이 정권을 잡고 후투족 지도자들을 살해했다. 후투족이 반란을 일으키자 살아남은 투치족 어린이들이 이웃 우간다로 도망갔다. 1990년 우간다로 망명한 5,000여 명은 르완다애국전선(RPF)을 결성하여 돌아와 르완다를 침공했다. 이후 오랜 내전이 시작되었다.
1994년에 후투족 출신의 대통령 주베날 하비야리마나의 암살 사건으로 50여만 명의 투치족이 살해되었다. 이에 투치족이 반격하여 7월 4일 수도인 키갈리를 함락시켰다. 투치족 반군 조직인 르완다애국전선은 키갈리에서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를 차단했다. 이때 수도에 갇힌 6만여 명의 후투족 민간인들은 반군의 보복이 두려워 필사적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반군이 르완다 제2의 도시인 부타레와 후투족의 최후 거점인 기세니까지 진격하자 후투족들이 피난을 떠났다. 그들은 주로 키갈리에서 서남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임시정부의 잠정 수도 기타라마시로 가거나 서북부 국경을 넘어 인근 자이르 등지로 피난했다. 피난중 총 300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였고, 극심한 식량 부족과 콜레라 등 전염병으로 많은 난민이 죽었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책’이란 ‘일정한 목적, 내용, 체재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여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을 말한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사상을 배우고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지식을 전수할 수도 있다. 이런 목적들이 혼용되기도 한다. <내 이름은 임마꿀레>는 1990년에 르완다에서 발생한 종족간의 내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전수함과 동시에 그 사전의 희생자로서 가해자를 용서하는 감동까지 함께 전해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후투족과 투치족에 대해서는 예전에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강대국의 이해 관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크게 다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이들의 소식은 내전, 분쟁, 난민과 동반한다. 코소보에서 일어났던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의 내전과 인종 청소, 나치에 의한 유태인의 인종 청소, 흑인을 열등 종족으로 취급하여 테러를 일삼는 미국의 KKK단,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등 세계 역사에는 종족 간의 분쟁이 드물지 않았다. 단일 민족임을 자랑하는 우리에게는 그렇게 쉽게 이해되는 갈등 상황이 아니라서 사실 마음을 쓰지 않았던 경향이 있다.
그러나 책에서 임마꿀레가 말했듯이 한 나라의 내전은 그 나라 안에서만 해결되어야 할 일이 아니다. 해외가 무관심할 경우 그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신경 쓰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후투족의 학살과 사냥처럼 고삐가 풀리고 평범하고 좋은 이웃들이었던 그들이 피에 물든 폭도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군인이나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전쟁보다 이런 이웃들의 변모가 더욱 무섭고 끔찍하다. 이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안정을 잃어버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지금은 투치족이 권력을 잡고 있으나 르완다애국전선(RPF)처럼 후투족 난민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악순환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은 용서 뿐인데, 이는 말만큼 쉽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마꿀레는 가족의 대부분, 같은 종족의 대부분이 학살되는 과정에서도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헌신, 사랑으로 마침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살아남는다. 그 중에는 워낙 우연이 많아서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믿음과 확신에 의한 성공으로도 볼 수 있겠다. 그의 강인한 정신과 믿음, 유머를 잃지 않는 긍정적인 모습은 참으로 본받을 만하다.
책의 원제인 ‘LEFT TO TELL’처럼 더 많은 사람이 르완다의 역사에 대해 알고, 다시는 이와 같은 피바람이 몰아치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며, 쉽지 않겠지만 용서와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면 이 책은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열 명의 대사관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이 더 많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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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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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신사임당을 다룬 소설이 없으리라고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우리 나라의 위인전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여성 위인으로는, 유교 시대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지 신사임당이 거의 유일했으므로, 아주 눈에 익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위인전이 거의 소설 수준이었고, 대개 율곡 이 이를 잘 길러낸 어머니의 역할을 주로 다루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신사임당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소설을 읽음으로써 이제서야 신사임당을 알게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기 때문에 사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저자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강릉시립 박물관과 율곡 교육원의 사료들과 도움말을 통해 그 시대의 일반적인 사회상과 인물상을 그려 내었으니, 지금껏 읽었던 위인전보다 훨씬 사실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딸들은 학문을 배울 필요가 없다 하여 서당에 다니지도 못하던 그 때, 선각자에 가까운 외가에서 자라며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신사임당은 그림과 글씨에서 일가를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이는 일곱 아이를 낳고 기르는 바쁜 와중에서도 항상 새벽에 일어나 시간을 쪼개어 노력하는 그의 부지런함과 성취욕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말하듯 다른 여자들처럼 여름 긴긴 낮에 낮잠도 한숨 자고 우물가에서 수다도 떠는 그런 한가로움은 그에게 오히려 어려움이었으니, 그렇게 성취를 위한 욕심이라면 많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위치에서의 노력은 성취에 따라 출세와 관직이 보장되는 남자들의 공부보다 얼마나 순수하고 학문 지향적인가.

그는 어린 시절의 자매들 사이, 자신의 아이들 중 학문이 뛰어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으려고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는 여성적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준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 이런 사회는 아직도 요원하다.

 

장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그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그 장의 내용에서 이 작품과 관계된 이야기를 읽는 것도 재미있다. 아쉬운 점은 16세기에도 채색을 하였다는데 책에는 흑백으로만 나와 있어서 작품의 감흥이 좀 덜 했다는 것과, 더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었다면 하는 점이다.

지금껏 의례적인 인물, 위대한 유학자를 키워낸 어머니로만 조명받았던 신사임당에 대해 새삼스럽게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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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비추는 경제학 - 베리타스 경제시리즈
존 케이 지음, 김준술 옮김 / 베리타스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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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제학이라고 하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설명하는 곡선이 제일 먼저 떠오를 정도로 내게는 시장과 가격으로만 인식된다. 몇 해 전인가 게임 이론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경제학에 이런 분야가 있구나 새삼 깨달았을 정도로 경제에 대해 무지하게 살았다. 이과 계열을 전공하다 보니 사회과학 분야에는 너무나 일찍 분리되어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살아가면서는 수학이나 물리보다는 경제나 철학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뒤늦게나마 경제학에 관련된 책을 하나둘 찾아서 읽어가는 중이고, 그런 중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도 경제학과 사회 현상을 함께 이야기하는 책들이 요즘 꽤 많이 나온다. 얼마 전에 읽었던 한순구 교수의 경제학 비타민은 생활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와 사회를 묶은 이야기들을 많이 실었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형식의 이 책을 보고 반가움이 들었다.

 

책은 일상생활의 경제학과 글로벌 경제학, 의사 결정의 경제학, 시스템 경제학, 경제와 정책, 경제학을 위한 변명으로 나뉘어서 6~9개의 작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 작은 주제들의 제목에는 행운의 편지, 디너 파티의 부동산 수다, 마르쉐 여행기, 방독면의 턱수염 규제 등 저자의 위트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내용은 그렇게 간단하거나 쉽지 않다. 영국 출신의 학자이다 보니 영국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기타 여러 나라의 역사적인 사실들을 통계 처리하여 그 안에서 도출되는 거시적 지표들을 밝히고자 했다. 역사에는 실험을 할 수 없고,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분석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96쪽이라는 적은 분량에 위와 같은 이야기들을 모두 다루다 보니 초보자에게는 설명이 약간 부족한 아쉬움이 있지만, 경제와 사회, 생활이 맞닿아 있음을 재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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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10년 대폭락 시나리오 - 일본을 통해본
다치키 마코토 지음, 강신규 옮김, 차학봉 / 21세기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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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에서도 언급된 ‘버블세븐’ 중 한 곳인 용인시에 살고 있다. 1999년 회사 때문에 이곳으로 이사오고 나서 지금까지 주변 아파트와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끝없이 오르는 것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조급함에서인지 작년 8월에 모델하우스를 보러 갔다가 아파트 하나를 분양받게 되었다. 그 이후로 여러 부동산 대책들이 발표되었으나, 사실 아파트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그리 걱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검은 바탕에 거꾸로 배치된 집의 모양의 표지에 ‘부동산10년 대폭락 시나리오’라니 시작부터 참 암울하다. 이 책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촉발한 부동산 버블의 생성 원인과 정부, 기업, 가계의 역할들,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 일본의 경제와 사회 전반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세수를 확대하기 위하여 금리를 낮추고 부동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잘못을 범했다. 그렇게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기업은 땅 사재기를 하고 가계는 빚을 내어 내 집을 마련하고 장기 대출로 대출금을 상환하였다. 그러다가 버블이 터지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생산 시설이 외국으로 이전하며 공업 용지가 남아돌게 되었다. 또한 고용 불안과 함께 가계의 수입도 줄어들게 되고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 수요 감소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추락하게 되었다. 책에서 예로 든 것처럼 80% 할인까지 되고 있다고 하니, 노후 대책으로 부동산만 의지했던 사람들은 대출금을 갚기에도 힘든 사태가 된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우리 나라에서도 한 치의 차이가 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무섭고 두렵다. 시골의사 박경철 씨의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에서도 인구 감소 때문에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 것을 보면 부동산 가격 하락은 필수적인 대세인 것으로 보여서 암담한 생각이 든다.

일본은 우리와 너무나도 닮은 꼴이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학문과 경제, 사회, 정치의 많은 부분을 일본에서 빌려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일본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관찰함으로써 우리가 앞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큰 사건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재에도 일본 인구의 1/4을 차지하는 건설과 준건설 관련 인구 때문에 공급 과잉인 아파트 건축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미리 상황을 안다고 해서 공급을 줄이고 균형 배분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노령화 속도도 우리가 훨씬 빠르니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사례를 간간이 섞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명확하게 설명하였기 때문에, 부동산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어도 술술 잘 읽힌다. 아직은 남의 나라 이야기를 읽는 것이라는 안심 때문일까. 그러나 내용의 중복이 꽤 많아서 1/3 정도는 없어도 좋을 내용인 듯했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충격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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