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신사임당을 다룬 소설이 없으리라고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우리 나라의 위인전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여성 위인으로는, 유교 시대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지 신사임당이 거의 유일했으므로, 아주 눈에 익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위인전이 거의 소설 수준이었고, 대개 율곡 이 이를 잘 길러낸 어머니의 역할을 주로 다루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신사임당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소설을 읽음으로써 이제서야 신사임당을 알게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기 때문에 사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저자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강릉시립 박물관과 율곡 교육원의 사료들과 도움말을 통해 그 시대의 일반적인 사회상과 인물상을 그려 내었으니, 지금껏 읽었던 위인전보다 훨씬 사실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딸들은 학문을 배울 필요가 없다 하여 서당에 다니지도 못하던 그 때, 선각자에 가까운 외가에서 자라며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신사임당은 그림과 글씨에서 일가를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이는 일곱 아이를 낳고 기르는 바쁜 와중에서도 항상 새벽에 일어나 시간을 쪼개어 노력하는 그의 부지런함과 성취욕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말하듯 다른 여자들처럼 여름 긴긴 낮에 낮잠도 한숨 자고 우물가에서 수다도 떠는 그런 한가로움은 그에게 오히려 어려움이었으니, 그렇게 성취를 위한 욕심이라면 많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위치에서의 노력은 성취에 따라 출세와 관직이 보장되는 남자들의 공부보다 얼마나 순수하고 학문 지향적인가.

그는 어린 시절의 자매들 사이, 자신의 아이들 중 학문이 뛰어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으려고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는 여성적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준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 이런 사회는 아직도 요원하다.

 

장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그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그 장의 내용에서 이 작품과 관계된 이야기를 읽는 것도 재미있다. 아쉬운 점은 16세기에도 채색을 하였다는데 책에는 흑백으로만 나와 있어서 작품의 감흥이 좀 덜 했다는 것과, 더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었다면 하는 점이다.

지금껏 의례적인 인물, 위대한 유학자를 키워낸 어머니로만 조명받았던 신사임당에 대해 새삼스럽게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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