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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라 ㅣ 기담문학 고딕총서 8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모파상은 단편소설 형식의 완성자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어렸을 적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의 모파상 편에는 아주 유명한 '목걸이'와 더불어 '쥘르 삼촌', '비곗덩어리' 등 인생의 씁쓸한 모습을 단편에도 효과적으로 담은 이야기들이 주로 담겨 있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모파상 단편선에도 주로 그와 같은 이야기들이 게재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파상의 기괴 소설들을 모아서 실은 기담총서 <오를라>는 참 특색이 있다.
작품을 알기 위해 우선 작가인 기 드 모파상을 알아보자. '오를라'의 앞표지를 넘기면 첫번째 면에 모파상의 사진과 생애, 작품 세계가 소개되어 있다. 그는 1850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 태어났고, 21세부터 플로베르에게 문학수업을 받으며 창작에 전념했다고 한다. 30세부터 '비곗덩어리'를 시작으로 '여자의 일생', '목걸이' 등 '파리 소시민들과 귀족들의 허위, 범속한 인간상을 간결한 문장과, 주관이 섞이지 않은 객관적 묘사로 그려내는 데 독보적인 경지를 개척했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신경질환이 있었고, 이 책에 실린 '오를라', '자살'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인간성 깊은 곳에 도사린 어두운 공포의 그림자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된다. 42세에 자살을 기도한 그는 이듬해인 1893년에 사망하였다. 그는 단편소설 약 300편, 기행문 3권, 시집 1권, 희곡 몇 편, 장편 소설 6편을 남겼다.
생각의나무 출판사의 기담문학 고딕총서 중 8번째 작품집인 <오를라>에는 '박제된 손', '오를라 (제1판)', '마드무아젤 코코트', '산장', '자살', '무덤', '에라클리위스 글로스 박사', '어린아이', '오를라 (제2판)' 등 아홉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각 이야기의 앞장마다 실려 있는 기이한 느낌의 그림들은 책의 내용으로 더 깊고 완전하게 빠져들도록 만든다.
기담문학의 특징답게 죽음의 느낌이 싸늘하게 내려앉은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죽음과 광기를 다룬 이 글들은 지금껏 가지고 있었던 모파상의 느낌을 완전히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자살과 윤회, 살해와 실성, 미지의 존재 등 몸과 마음의 죽음은 생활 속에 무르녹아 있다. 익숙한 생활의 공간이 믿을 수 없고 무서운 공간으로 바뀜으로써, 원래 설정부터가 비현실적인 이야기보다 더욱 무서운 스티븐 킹의 이야기와도 느낌이 비슷하다. '오를라 (제2판)'은 제1판과 화자만 바뀐 형식이라서 굳이 또한번 읽을 필요가 없어 보인 점이 좀 아쉽다.
뒤늦은 설명이지만 책 뒷표지 안쪽에 쓰인 '고딕문학'에 대한 설명으로 서평을 끝내고자 한다. '서양의 고딕문학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문학적 흐름의 집성이며, 당대의 뛰어난 소설가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성찰한 철학적 장이자 작가적 기량을 뽐낸 아름다운 강연장'이었으며, 찰스 디킨스, 엘리자베스 개츠킬, 에드거 앨런 포, 기 드 모파상, 니콜라이 고골, 도스토예프스키, 헨리 제임스, 이디스 워튼 등을 꼽고 있다. 근간으로 나올 예정인 셰리던 르 파누의 '카르밀라', 이디스 워튼의 '거울' 등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