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마음이 자라는 나무 14
모모 카포르 지음, 김지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특이한 책을 만났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인 사라예보에서 태어나고 자란 모모 카포르 님은 소설 뿐만 아니라 여행 에세이, 희곡, TV와 라디오 극본 등 다양한 글을 쓰는 작가라고 했다. 그의 책인 이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로 가득하여 마치 그림책 같은 느낌을 준다.
머리는 유난히 크고 무표정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여자가 그려진 표지 그림은 이야기의 주인공 싸냐의 모습이다.
하늘에서 별이 지구로, 지구에서도 유럽, 유럽에서도 발칸 반도, 그 가운데 세르비아라는 나라, 그 가운데 베오그라드라는 도시, 한 병원 분만실에서 갓 태어난 싸냐라는 여자아이의 왼쪽 무릎에 떨어져 작은 점으로 변한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바냐와 싸냐는 아주 어려서부터 서로 사랑하게 되고 결국 결혼한다. 그들의 사랑은 그토록 길고 깊었으나, 결혼식 날부터 바냐가 다른 여자들에게 눈을 돌릴 때마다 싸냐의 키가 작아지는 일이 생기게 된다.
싸냐는 점점 더 작아져서 아이처럼 되었다가 아기처럼 되었다가 인형처럼 되었다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다. 이처럼 작아지는 싸냐의 모습과 그에 따라 변해가는 주변 모습, 또 그에 적응하는 싸냐의 모습은 여러 권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을 읽는 듯하다.
애벌레에게는 사과가, 꽃에게는 화분이, 벌에게는 꽃이 집인 것처럼 싸냐와 바냐의 집은 두 사람의 사랑이었는데 (41~41쪽), 점점 더 작아진 싸냐는 "난 너희들과 더이상 살 수 없어! 너희들은 너무 크고 거칠고 사나워. 또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 게다가 쉽게 말을 바꾸고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다고. 약속도 지키지 않잖아! 신뢰가 중요하다는 걸 몰라. 난 다시 나의 동화 속 세계로 돌아갈 테야."(86쪽)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싸냐는 사라지고 싶지 않았겠지만, 끊임없는 바냐의 곁눈질과 적어지는 사랑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지. 바냐는 싸냐를 잃고 나서야 싸냐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결국 평생을 싸냐를 찾아 다닌다.

길을 지나가다가, TV에서, 옛 친구를 만나서 잠깐 마음을 품는 것만으로도 싸냐가 작아지는 것은 아주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원래 사랑이 그런 것 아닐까.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사랑의 근본이 흔들리고, 그 결과는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의 존재감이 작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결혼 당시의 만족감은 2년 이내에 사라지고 그 이후에는 독신으로 있을 때보다 덜 행복해진다는 통계가 행복학 책에 나와 있었다. 오래된 연인들이 서로에게 심드렁한 이유도 그런 것일 게다. 지금까지의 책에서는 마음에서 그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이처럼 직접적으로 싸냐의 키가 작아지는 것을 묘사함으로써 그 생생한 상황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바냐의 사랑만이 싸냐의 존재 의미라는 것은 좀 씁쓸한 설정이지만, 점점 더 교체 주기가 짧아지는 상품만큼이나 사랑의 생명력도 약해지고 짧아진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급하고 부박하게 될까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이런 사랑에 대한 그림책을 읽으면서 사랑과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 조금만 더 알게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일을 여는 창 언어 인류의 작은 역사 5
실비 보시에 글, 메 앙젤리 그림, 선선 옮김, 김주원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영어 공용화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20여년 전만 해도 영어는 중학교에 올라가야 배울 수 있는 언어였고, 고등학교에 가면 제2외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 과목에 영어가 들어가고, 내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내년부터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가리킨다고 한다. 물론 어린이집에서는 벌써 알파벳과 영어 과목이 당연하게 들어 있고, 영어 유치원 같은 경우는 적어도 2년은 다녀야 하고 일반 유치원에 비해 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초등학생들의 단기 어학 연수는 아주 보편화되어 있다.
대통령 당선자는 영어 공용화 이야기를 꺼냈다가, 영어 과목부터 영어로 강의하라고 조금 축소했고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몰라도 현실화될 예정이다.

이런 사회적 배경을 토대로 '인류의 작은 역사' 시리즈의 <내일을 여는 창, 언어>를 읽어 보자. 언어, 즉 말과 글은 인류의 역사를 발전시키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말과 글 덕분에 문화가 전승될 수 있었고,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하여 현재와 미래의 발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로 나누는 근거가 바로 문헌이라는 것은 언어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프랑스 작가인 실비 보시에 님은 인간의 언어, 세계의 언어, 언어의 수많은 얼굴이라는 세 항목 안에서 언어의 효용, 세계의 언어 현황, 언어의 역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펼친다. 다양한 민족의 역사와 사례들을 많이 싣고 있고, 과학 실험의 결과도 실려 있는데, 딱딱한 이론적인 언어 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설명되어 있으므로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언어는 종교 의식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으므로, 많은 종교 이야기와도 떼어놓을 수 없다.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언어들 자체의 역사는 한 사람의 노력 때문에 다시 생명력을 얻게 된 헤브라이 어와 지금도 끊임없이 소멸하고 있는 작은 부족들의 언어 등 부침이 심하다. 도시화와 세계화 때문에 힘을 가진 언어들이 세계를 통일하는 약육강식과 생존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책 후반부에 맨 위에서 이야기한 영어 공용화 문제가 잠깐 등장한다. 저자는 그에 대한 결론을 명확하게 내리지 않지만, 그간의 어조와 역사적 사실들을 보면 언어로 이어내려오는 공동체의 고유성과 문화를 지키는 것을 지지함을 알 수 있다.
맨 뒤에는 김경원 님의 '한국어가 걸어온 길' 꼭지가 실려 있어서 우리말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 우리말은 세계에서 7000만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다. 다른 언어들에 대해 많이 알수록 과학적이고 배우기 쉽다는 우리말의 전통과 향기와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으며, 다양한 언어들이 모여 아름다운 그림을 이루는 멋진 세상을 기대하게 된다.
판화 스타일의 풍부한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크고, 큼직한 판형에 배치된 글들이 시원시원하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 나이가 많은 부모님은 생계에 필요한 정도로만 영어를 하고 집에서는 우리말을 쓴다. 반면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영어를 더 빨리 배우고, 집에서도 굳이 영어를 쓰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부모님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있고, 한 가정 안에서 부모와 아이들 간에 대화가 되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들었다.
영어 공용화가 만약 이루어진다고 하면, 영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위하여 수많은 학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으로 수직 분할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가까운 과거에도 일본이 우리 민족을 말살하기 위하여 문화통치를 하며 우리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일본어 사용을 강요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 짧은 동안 우리 문화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일본을 무조건 수용하는 학풍이 아직도 남아있으니 언어는 사고까지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짐을 알 수 있겠다.

'인류의 작은 역사' 시리즈는 1권 <전쟁과 평화, 두 얼굴의 역사>, 2권 <가장 오래된 약속, 종교>, 3권 <생각을 담는 그릇, 문자>, 4권 <보이지 않는 질서, 시간>, 5권 <내일을 여는 창,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언어와 함께 <생각을 담는 그릇, 문자>를 함께 읽어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행운 - 내 인생에서 놓쳐선 안 될
대린 맥코웬 외 지음, 안종설.고도원 옮김 / 흐름출판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시리즈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위 시리즈의 저자인 잭 캔필드는 전세계 1억 명의 인생을 바꾸며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내용이 <내 인생에서 놓쳐선 안 될 1% 행운>의 띠지에 나와 있을 정도로, 위의 시리즈는 따뜻하고 푸근한 마음이 들게 하는 좋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위의 시리즈들이 가족과 친구, 동료들 간의 사랑과 우정, 행복을 담고 있다면, <내 인생에서 놓쳐선 안 될 1% 행운>에서는 '운명의 하루를 만난 42명의 백만장자 이야기'라는 표지 설명처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42명의 백만장자들이 그 길을 걷게 된 운명적 계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42명은 인종도, 배경도, 활동하는 분야도 아주 다양하며, 백만장자의 길에 들어선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30세에 벌써 은퇴하여 자유를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50대에야 진정한 자신의 길을 알아낸 사람도 있다. 특히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백만장자가 된 여성들의 이야기, 자신의 또는 가족의 질병을 딛고 일어나서 이를 바탕으로 성공한 컴퓨터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트레이닝 회사 제퍼-텍 이야기, 환경 친화적 세제인 아밀리아 비누, 세균성 수막염 때문에 전신마비와 실명을 가져왔으나 포도주를 감별하는 후각 덕분에 설립한 와인 바 심포지움 등이 눈에 띈다.
<내 인생에서 놓쳐선 안 될 1% 행운>에서는 1% 행운을 끌어당기는 방법으로 일곱 가지, 즉 함께해서 가능하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우리는 녹슨 삶을 두려워한다, 살아가라,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것처럼, 가난해도 부자의 눈을 잃지 마라,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지금 있는 것들에 감사한다는 항목들로 전체를 나누고, 각각의 항목에 적당한 성공 사례들을 배치하였다.
2007년 인기 도서인 <시크릿>이 끌어당김의 법칙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성공한 백만장자들이 각자의 삶의 역사를 담담한 어투로 고난과 역경, 굴하지 않는 열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아주 쉽고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에너지와 성실함에 대해서마저 쉽게 생각하고 넘기지는 말아야겠다.
 
미국은 어려서부터 경제에 눈을 일찍 뜨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를 보면 걸스카웃 같은 단체에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쿠키를 팔아 판매왕을 뽑기도 하고 집앞에서 벼룩시장을 열기도 하는 등 아이들이 경제 활동을 하는 내용이 자주 눈에 띈다.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에서도 그런 내용이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1% 행운을 좀더 쉽고 빠르게 접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재적인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을 이야기했듯이, 1%의 행운을 이야기하는 백만장자들의 이야기에서 99%의 노력을 함께 읽어 내도록 노력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의 인기 작가인 기욤 뮈소의 책은 '사랑하기 때문에'를 제일 먼저 읽었고, '구해줘'는 두 번째로 읽게 되었다. 쓰여진 순서대로 하면 '구해줘'를 먼저 읽었어야 하는데, '사랑하기 때문에'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전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구해줘'를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배경이 뉴욕이다. 맨해튼과 브루클린, 퀸스와 저지 등의 지명들이 괜히 반가워진다. 

배우로 성공하기 위하여 혼자 미국에 온 27살의 프랑스 아가씨 줄리에트는, 결국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높은 집세마저 감당할 길이 없어서 프랑스로 돌아가기로 한다. 룸메이트이자 유명한 법률회사에 채용된 콜린과의 작별 파티가 어긋나는 바람에, 줄리에트는 콜린의 옷을 빌려입고 충동적으로 뉴욕 시내로 나가게 된다. 내일모레면 프랑스로 떠나는데 그동안 둘러보지 못했던 뉴욕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자 했던 것.
또다른 주인공 샘 갤러웨이는 소아과 의사이자 아내를 자살로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멍하니 길을 건너려던 줄리에트가 샘의 차에 치일 뻔한 일을 계기로 이들은 만나고, 사과의 의미로 술을 한잔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지만 둘 모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바람에 만남은 무산된다. 그러나 줄리에트의 적극성 덕분에 둘은 다시 만나서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 한동안 유행했던 로맨스 소설에 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러브 모드는 뜻밖의 국면으로 진행된다. 줄리에트가 프랑스로 돌아가기 위해 탔던 비행기가 원인 모를 화재로 추락하게 된 것. 여기에 죽음의 사자가 등장하면서 서스펜스와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가미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전설처럼 검은 갓쓴 사람이 아니라 늘씬하고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입은 여자 형사의 모습으로 나타난 죽음의 사자.
빈민가에서 탈출해 의사로 성공한 샘과 그의 아내 페데리카, 그 친구 셰이크의 이야기가 마침내 그레이스 생전의 사실들과 연결되면서, 그레이스가 이들의 죽음의 사자로 오게 된 이유가 밝혀진다. 정에 이끌리는 인간적인 모습이 처연한 이들의 모습은, 죽음마저 이겨낼 수 있는 사랑의 위대함을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구해줘'는 '사랑하기 때문에'에 비해 우연적인 요소가 너무 강해서, 주인공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끝없는 우연들은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프랑스 소설 특유의 철학이랄까,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만큼은 상당히 다양한 인물들의 말을 통해 충분히 전해지고 있다.
바로 영화로 옮겨도 될 만한 영상미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고, 중간에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흡인력이 뛰어나다.
'소설의 첫장을 펼쳤을 때보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기욤 뮈소의 말처럼,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고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구해줘', 참 재미있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논리의 미궁을 탈출하라 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 3
좌백 지음, 왕지성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감수 / 마리북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논리의 미궁을 탈출하라>라는 책 제목보다도 지은이인 '좌백'의 이름이 더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때 그의 무협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 '진산'이 지은 '마님 되는 법'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무협소설은 황당하고 비약이 심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좀더 현실적이 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그의 작품은 구성의 정교함이나 문학적인 장점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전작을 바탕으로 이 책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섣부른 오류일까?

 <논리의 미궁을 탈출하라>는 마리북스에서 '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 시리즈 중 첫 작품이고, <소크라테스를 구출하라>와 <제자백가를 격퇴하라>가 뒤를 잇는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른들도 어려워하는데, 논리와 철학은 이후로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익혀야 하는 개념들이므로, 청소년을 위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은 학습지도 만화로 풀어쓰는 세상이니, 컴퓨터 게임의 시나리오처럼 각 스테이지에서 미션을 완수하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의 진행이 잘 먹힐 듯도 하다.

중학교 3학년생인 지누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다. 건강까지 해쳐 가면서 컴퓨터 게임을 한 지누는 결국 시골에 있는 삼촌 댁에 보내지게 되고, 삼촌의 서재에서 논리학의 세계에 빠져든다. 철학(philosophy)의 대변인 같은 애지(愛知?)라는 소녀와 논리학 책을 벗삼아,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많은 모험을 한다. 여러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논리학에 사용되는 개념들을 배워야 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답을 알아내야 한다. 이런 문답 형식으로 논리학의 기본 문장 단위인 명제 (서술문에서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태 내용)를 시작으로 하여 오류, 궤변, 추리와 추론, 논리학의 근본 법칙인 동일률, 모순율, 배중률 등 많은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논리학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논리학에 대해 따로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 내게는 연역법과 귀납법마저도 헷갈리는 처지였으나, 청소년과 동일한 수준에서 논리학에 대해 배우다 보니 꽤 많은 오류와 법칙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풍부한 일러스트와 각 장 맨 뒤에 실려 있는 논리 퀴즈들 덕에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겠다. 그리고 맨 뒤에 실려 있는 42가지 오류와 사례들, 더 알아두면 좋은 논리학 상식들은, 짧은 한자어들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오류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쉽게 논리학을 접하게 되면 앞으로 모든 학문을 이해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학교 3학년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철없어 보이는 지누, 앞으로 소크라테스를 구출하고 제자백가를 격퇴하면서 쑥쑥 커 나갈 것을 지켜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