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의 인기 작가인 기욤 뮈소의 책은 '사랑하기 때문에'를 제일 먼저 읽었고, '구해줘'는 두 번째로 읽게 되었다. 쓰여진 순서대로 하면 '구해줘'를 먼저 읽었어야 하는데, '사랑하기 때문에'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전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구해줘'를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배경이 뉴욕이다. 맨해튼과 브루클린, 퀸스와 저지 등의 지명들이 괜히 반가워진다. 

배우로 성공하기 위하여 혼자 미국에 온 27살의 프랑스 아가씨 줄리에트는, 결국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높은 집세마저 감당할 길이 없어서 프랑스로 돌아가기로 한다. 룸메이트이자 유명한 법률회사에 채용된 콜린과의 작별 파티가 어긋나는 바람에, 줄리에트는 콜린의 옷을 빌려입고 충동적으로 뉴욕 시내로 나가게 된다. 내일모레면 프랑스로 떠나는데 그동안 둘러보지 못했던 뉴욕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자 했던 것.
또다른 주인공 샘 갤러웨이는 소아과 의사이자 아내를 자살로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멍하니 길을 건너려던 줄리에트가 샘의 차에 치일 뻔한 일을 계기로 이들은 만나고, 사과의 의미로 술을 한잔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지만 둘 모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바람에 만남은 무산된다. 그러나 줄리에트의 적극성 덕분에 둘은 다시 만나서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 한동안 유행했던 로맨스 소설에 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러브 모드는 뜻밖의 국면으로 진행된다. 줄리에트가 프랑스로 돌아가기 위해 탔던 비행기가 원인 모를 화재로 추락하게 된 것. 여기에 죽음의 사자가 등장하면서 서스펜스와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가미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전설처럼 검은 갓쓴 사람이 아니라 늘씬하고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입은 여자 형사의 모습으로 나타난 죽음의 사자.
빈민가에서 탈출해 의사로 성공한 샘과 그의 아내 페데리카, 그 친구 셰이크의 이야기가 마침내 그레이스 생전의 사실들과 연결되면서, 그레이스가 이들의 죽음의 사자로 오게 된 이유가 밝혀진다. 정에 이끌리는 인간적인 모습이 처연한 이들의 모습은, 죽음마저 이겨낼 수 있는 사랑의 위대함을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구해줘'는 '사랑하기 때문에'에 비해 우연적인 요소가 너무 강해서, 주인공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끝없는 우연들은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프랑스 소설 특유의 철학이랄까,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만큼은 상당히 다양한 인물들의 말을 통해 충분히 전해지고 있다.
바로 영화로 옮겨도 될 만한 영상미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고, 중간에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흡인력이 뛰어나다.
'소설의 첫장을 펼쳤을 때보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기욤 뮈소의 말처럼,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고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구해줘', 참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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