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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학교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ㅣ 살아있는 교육 17
윤구병.김미선 지음 / 보리 / 2008년 2월
평점 :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전교조 회원이었던 담임 선생님께서 선물해주신 책이 있었다. 바로 윤구병 선생님의 '꼭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였다.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라는 책의 작가인 김진경 선생님과 함께 윤구병 선생님은 당시 교육의 숨통을 틔워주는 선생님으로서 내게 각인되었다.
요즘 조기 유학과 더불어 대안학교라는 대안이 일반적인 제도권 학교를 대체할 수 있게 나와 있다. 영국의 대안학교인 서머힐이 한동안 회자되었던 기억이 난다. <변산공동체학교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2008, 보리)를 통해 윤구병 선생님이 세우신 변산공동체학교의 모습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1부에서는 윤구병이 쓴 교육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왜 대안학교인가'를 이야기한다. 대개 10년쯤 전, 변산공동체가 운영되고 학교가 설립되던 즈음에 쓰여진 이야기인 듯하다. 변산공동체학교는 원래 30년쯤 뒤에 세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우러 온 아이들이 있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오전에는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농사를 짓거나 여러 몸으로 하는 활동을 한단다.
학교가 만들어지기까지, 폐교를 지역 공동체의 문화 공간으로 바꾸기까지,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인 세상'을 만들기까지의 신념과 필요성은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반복된다.
2부에서는 2007년 한해 동안 변산공동체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 모습을 취재한 김미선 씨의 다양한 인터뷰로 구성된다. 크게 변산공동체학교 사람들, 흔적으로 보는 변산공동체학교, 변산 여름 계절 학교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번째 변산공동체학교 사람들 편에서는 지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 아이 넷을 이 학교에 보낸 학부모, 선생님, 설립자인 윤구병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학교로 인가되지 않았고 교육을 전공한 선생님도 없기 때문에, 초반에는 선생님들이 농사일에도 지쳐서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웠으나, 이제 10년의 노력과 경험이 쌓이다 보니 전인교육이라는 이들의 취지를 어느 정도는 세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부터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 혼란스러운 면 등이 솔직하고 깊게 적혀 있다.
두번째 변산공동체학교의 흔적에서는 그룹 인터뷰와 함께 학교 신문과 모둠 일기의 몇 구절, 학교의 역사를 연도별로 정리하였다.
세번째 변산 여름 계절 학교는 초등학교 3~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4박 5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여름 계절 학교에서 하는 일들과 감상문 들을 실었다.
아직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제도권 학교에 보내는 것이 돈은 들지만 신경은 덜 쓰이기 때문에 대안학교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아직 없다. 아직까지도 대안학교라고 하면 제도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 앞으로의 진학이 불투명한 곳이라는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변산공동체학교>를 모두 읽고 난 후에도 생각이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한 서머힐은 8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찬반양론이 거세다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 대안학교들의 10년 역사는 아직 초창기에 해당할 정도로 짧고, 그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변산공동체학교>는 10년간의 운영을 마치고 펴내는 중간 보고서와 같다. 대안학교의 설립 취지와 환경, 선생님과 학생,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대안학교에 대한 근거없는 환상 또는 비하 대신 현명한 판단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