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말을 걸다 - 밥상에서 건져 올린 맛있는 인생찬가
권순이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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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어 아끼고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먹이는 마음은 꽃을 건네는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 안에 제일 좋은 것을 나누는 마음이지요.(16쪽)
고등학교에서 한문을 23년째 가르치고 있으며 과학 선생님인 남편, 아들 둘을 키우는 권순이 님은 아이들에게 줄 것은 서툴러도 내 손으로 만들리라는 소박한 결심으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단다. 이제는 식재료들에도 요리에도 추억이 가득 배어, 요리와 함께 그 추억들을 풀어놓은 것이 바로 <음식이 말을 걸다>(2008, 상상공방)이다.

사랑의 맛, 그리움의 맛, 마음을 달래는 맛, 슬픔의 맛, 시간을 음미하는 맛, 어우러짐의 맛, 나를 대접하는 맛, 깨달음의 맛 등 여덟 가지 항목에는 네 가지씩의 요리가 실려 있다. 제철 음식을 주로 사용하는 신조 덕분에 계절의 향기를 풍기는 요리들이 많다.
사랑의 맛에 가장 먼저 실려 있는 애탕국은 쑥을 고기, 두부와 버무려 완자를 만들고, 이에 밀가루와 계란물을 입혀 멸치 다시마 국물에 끓인 국이다. 멸치와 다시마 국물을 우릴 때에는 시간에 얽힌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고, 완자를 새끼손톱만 하게 빚으며 정성을 쏟던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와 애탕국으로 사랑을 이룬 후배의 이야기가 버무려진다. 그렇게 온갖 추억을 담아 애탕국을 끓여 놓고 다 큰 아이들에게 뽀뽀로 잠을 깨우기까지, 어머니로부터 아이까지 이어지는 사랑 릴레이는 끝이 없다. 봄이 올듯 말듯 감질나는 때 봄과 바다의 향기가 담긴 애탕국을 끓이면서 저자의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넘치고 있는가.
이처럼 책에 실린 32가지의 요리들은 조리 순서에 따라 기술되면서 재료 또는 조리법에 따라 많은 이야기들을 펼친다. 이야기가 끝나면 먹음직스러운 요리 사진과 더불어 간단한 레시피가 제공되기 때문에,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리는 레시피를 참고하여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아담한 책 사이즈에 이야기마다 하나씩 실려 있는 예쁜 일러스트, 멋진 사진들이 어우러져 부드럽고 따뜻하고 나이가 주는 포용력이 눈에 띄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쏙쏙 다가온다. 아마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고 나이를 꽤 먹었고 음식에서 추억을 찾고 싶어하기 때문인가 보다.
나는 무엇을 해도 맛이 없는 손이라서 밑반찬으로 대충 때우는 일이 많다. 그러나 요리에 대한 추억이 없을 아이를 위해서라도, 제철에 나온 생생한 생명력을 요리하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지금이라도 추억을 음식에 담기에는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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