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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의 심리학 - 감정적 협박을 이기는 심리의 기술
수잔 포워드 지음, 김경숙 옮김 / 서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엊그제 뉴스를 보니,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게 가서 "너 보는 앞에서 죽을 테니까 평생 후회하며 살라"고 협박을 하고, 휘발유를 끼얹고 애걸과 공갈을 반복한 남자가 결국, 여자친구의 새 남자친구가 던져준 라이터로 분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새 남자친구는 자살방조죄로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기사처럼 아주 극단적인 협박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협상과 더불어 협박도 경험한다. 협상이 서로의 이해를 충족시키기 위한 과정이라면, 협박은 협박자가 피협박자에게 일방적으로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수단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심리치료사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수잔 포워드는 <협박의 심리학>(2008, 서돌)에서 선택과 배려, 사랑,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되기도 하는 감정적 협박의 정체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들을 이야기한다.
감정적 협박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때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형태의 조종을 말한다고 저자는 정의한다. 이런 감정적 협박은 주로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데,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너는 고통 받을 것"이라는 심리를 배경으로 한다.
1부에서는 감정적 협박자의 네 가지 유형, 즉 처벌형 협박자, 자해형 협박자, 피해형 협박자, 보상형 협박자에 따라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고, 이들의 상황을 통해 협박의 전개를 이야기한다. 협박을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버려지고 상처받는 두려움, 과도하게 빚진 듯한 의무감, 모두 내 탓이라는 죄책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협박자들의 말에 굴복하고 좌절하고 만다. 이런 굴복과 좌절의 사이클은 계속 반복되면서 학습된 무기력감에 빠지게 되고, 그들 사이의 왜곡된 관계는 고착되기 마련이다.
협박자의 심리와 더불어 피협박자의 심리와 영향을 말함으로써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자신을 살펴볼 수 있다.
2부에서는 그런 감정적 협박을 이기는 심리의 기술로 SOS, 즉 멈추고 Stop, 관찰하고 Observe, 전략을 짜라 Strategize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멈추고 관찰하고 전략을 짜는 과정을 통해 협박과 피협박의 자동적인 반응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시간과 여유를 되찾고서 결정을 내리고 이렇게 내려진 결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들은 상세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두려움과 의무감, 죄책감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라는 이야기로 협박의 심리학은 끝을 맺는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협박자인지 피협박자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남편과의 관계에는 피협박자의 비율이 좀 높았고, 아이에게는 협박자의 비율이 더 높았다. 누구를 상대로 하는가에 따라 비율의 차이가 꽤 많았지만, 나름대로 사랑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자위했는데 그보다는 내 욕심을 차리기 위한 유치한 협박이 꽤 많음을 처음 깨달았다.
그래서 협박에서 벗어나는 방법들을 읽으면서 협박하지 않는 방법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표지에 나온 그림처럼 서리서리 사람들을 얽어매고 있는 밧줄을 싹둑 잘라버릴 수 있는 방법은, 서로를 이용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