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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평점 :
한비야님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 10년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요즘은 워낙 많은 여행자들이 지구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한 도시에서만 책 한 권을 써낼 정도로 깊게 여행을 하는 사람, 세계 일주 항공권을 사서 일년 내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사람, 테마를 정해 세계를 누비는 사람 등 여행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리고 모두들 프로 사진가 정도의 수준으로 멋진 사진을 찍어서 함께 수록하기 때문에, 그 생생함과 몰입도는 상당하다.
그런데 내 기억 속에서 세계 여행의 원조는 바로 한비야님이다. 가이드가 딸린 패키지가 아니라 혼자서, 육로로 간다는 원칙을 세운 오지 여행은, 책이 처음 나오던 1996년 당시에는 정말 획기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1988년에 해외 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났으나, 한비야 님처럼 많은 사랑과 주목을 받은 여행가는 드물었다고 기억된다.
동양인 중에서도 한국인, 여자, 혼자라는 세 가지 특이한 점 덕분에 현지인들의 눈에 더 잘 띄었고, 지은이 말마따나 '삽살개표 개띠'인 성격은 같은 여행길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더 가까이 사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책에 나오는 수많은 여행자와 현지인들은 참 인간적인 풍모를 띠고 하나하나 독립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가끔씩 피어나는 아련한 로맨스를 읽는 재미도 있었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지금 읽어도 전혀 시대에 뒤떨어짐을 느끼지 못하겠으니, 살아가는 모습과 기술 수준은 많이 바뀌었을지 모르나 사람 사는 이야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비야님은 지금 한 민간봉사단체의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1996년에 쓰여진 이 책에는 그런 앞날의 씨가 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아동 노동으로 일하는 아이들에 대한 안쓰러움, 보고 느낀 것에 대한 깊은 생각과 이해,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 생기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은 모두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그를 만드는 디딤돌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람의 딸~> 시리즈 이후로 이어진 중국 견문록과 우리 땅 이야기도 좋았으니, 언제나 변함없는 한비야님의 치열한 삶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