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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
카렐 차페크 지음, 윤미연 옮김, 요제프 차페크 그림 / 다른세상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원이라고 하면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정원이 생각난다. 10만평이라고 했던가, 그 넓은 정원을 완벽하게 가꾸기 위하여 봄부터 겨울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정정한 할머니의 모습이 참 감명깊었기 때문이다. 그처럼 많은 꽃들이 철따라 피어도, 또다른 색다른 품종의 꽃을 구하기 위하여 우편주문하는 모습, 자신의 동화책에 예쁜 꽃들을 그려넣는 모습, 꽃을 든 손주들의 모습 등은 그 많은 수고를 보상할 만큼 삶에의 풍요로움을 주는 듯했다.
체코의 극작가, 소설가, 평론가, 동화작가, 시인, 저널리스트인 카렐 차페크 님이 글을 쓰고 그 형인 요제프 차페크 님이 그림을 그린 <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는 헤르만 헤세가 말년에 <Feude am Garten>을 집필하는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정원을 꾸미는 정원사가 초록빛 정원을 꿈꾸며 보내는 1년을 월별로 두 꼭지씩 열거한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일반적인 정원일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다.
정원사의 3월을 보자. 3월은 '정원 일이 가장 바쁜 달로, 이 시기에는 봄맞이 준비를 해야 하는' 달이다. 정원사는 추위를 막기 위해 덮어 두었던 이엉이나 잔가지를 치워 식물들이 상쾌한 공기를 맡게 하고, 땅을 파헤쳐 거름을 주고, 도랑을 파는 등 많은 일을 하고자 한다. 그러나 흙이 여전히 얼어 있거나 눈이 내리면 북풍한설과 샛바람에 분통을 터뜨리는 것 이외에는 별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싹이 트고 봉오리가 갑자기 벌어지기 시작하는 자연의 순리에 대해 겸허하게 인간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인내는 지혜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실외에서 키우는 식물들만큼 하늘에 그 운명을 맡겨둔 생명이 있을까.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비가 잦으면 잦은대로, 가물면 가문대로 전전긍긍하는 정원사의 모습이 유머러스하게 묘사되어 있다.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과 보람을 모르는 내게는 그가 가꾸는 정원이 삶의 기쁨이라기보다는 휴가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도록 하는 족쇄처럼 보이지만, 그 고생은 '오직 꽃을 피우기 위한 위대한 노동'으로 여겨지고, '흙은 진정한 깨달음의 세계'로 존재하니 그만큼의 고생에서 보람과 삶의 즐거움, 자연의 섭리와 건강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다양한 꽃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피는 정원, 그 헌신적인 정원사의 정원에 초대를 받아 끝도 없는 꽃 자랑을 듣고 싶다. 갑자기 눈에 띈 벌레와 잡초에 신경이 팔려 손님 대접이 소홀하더라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정원사는 뭇 생명을 수호하며 지구를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하는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