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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북 두 번째 이야기
서은영 지음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디자이너, 패션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브랜드 컨설턴트, 패션칼럼니스트인 저자 서은영 씨는 패션모델 장윤주 씨와 함께 <스타일 북>이라는 책을 냈었다. 그는 첫번째 책에서 '왜 입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제 <스타일 북, 두 번째 이야기> (2008, 서은영 지음, 시공사 펴냄)에서는 '어떻게 입어야 하는가'와 '어떻게 조화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하고자 했다고 에필로그에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이 화두들을 어떻게 풀어내었는지 본문에서 살펴 보자.
저자는 파트 1 '스타일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나의 인생이다'와 파트 2 '스타일은 친구고 연인이고 나의 즐거움이다'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대략 파트 1은 어떻게 조화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가, 파트 2는 어떻게 입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처럼 보인다.
파트 1에서는 다양한 부류의 이야기들이 추억과 사랑과 인생을 담아 펼쳐진다. 클래식 스타일, 베이식 스타일, 1900년대 이후 서양 패션의 변천사 등에서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이름과 그들의 스타일에 대해 언급한다. 이런 패션 스타일은 당시 제작된 영화에 잘 기록되어 있으므로, 그런 영화들도 함께 소개했다. 영화 뿐만 아니라 음악도, 문학도, 회화도 스타일에 영향을 주고 받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을 들으면서, 커다란 모자를 쓰고 지극히 모던하면서도 우아한 블랙 울 드레스의 요지 야마모토 스타일, 즉 고요하면서도 아름답고 서정적이면서도 단순한 우아함이 깃든 세련된 감성이 공통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저자의 예민함과 스타일에 대한 열정은 그의 어머니쪽 가족에서 물려받았다고 한다. 어머니와 이모의 패셔니스트적 안목과 기질, 만들어서라도 적용하는 활동력 등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빈소를 지킬 때조차 머리를 하러 다녀오는 그 모습은, 어떻게 보면 너무 겉멋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언제나 여자이기를 잊지 않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열정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파트 2에서는 재킷부터 시작해서 트렌치코트, 원피스, 니트웨어, 스트라이프, 데님, 스커트, 모피, 전통 의상, 진주, 보석, 가방, 모자, 구두까지, 패션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 종류와 연출법과 느낌을 자신의 경험과 버무려서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학창 시절부터 30대 후반인 지금까지 데님과 라운드넥 티셔츠를 줄기차게 입고 다니는 내게, 스타일이란 멀고도 높아서 넘어다 볼 수도 없는 고지이다. 회사에서도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는 편이 낫기 때문에, 가뜩이나 없는 스타일 감각을 기를 여건이 되지 않았다. 패션잡지 안에는 모르는 이야기에다 과장되고 모델만 입을 수 있을 듯한 옷들 투성이여서 재미가 없었다. <스타일 북,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내가 모르는 세계의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어서, 절반 정도는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패스한 것이 많다.
그러나 지금껏 스타일에 대해 아주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을 조금은 편하게 대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원래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에게는 패션의 흐름까지 간략하게 담아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책 앞날개에 있는 "스타일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당당하고 즐겁게 스타일을 즐기자"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제는 스타일에 주눅들지 말고 즐기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본 재미가 쏠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