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느끼한 산문집 - 밤과 개와 술과 키스를 씀
강이슬 지음 / 웨일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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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이 책의 후기들이 대부분이 이렇게 시작하던데,

나 역시 재미있었다.

책을 받아든 날, 우선 튕겨보기 시작했는데

그냥 쭉 읽어버렸다.

최근 이런 저런 에세이 책을 좀 읽어봤는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글을 쓰던 사람들이

읽는 맛이 있게 쓴다.

더구나 저자는 그 snl의 작가였다. ㅎㅎㅎ

감각과 재치를 무기로 하는 프로그램의 내공이

그녀의 산문집에서도 느껴졌다.

그리고 서문에서 밝혀준 저자의 각오대로 느끼하지도 않다.

느끼할라치면

잽싸게 쿨쿨 파우더를 뿌려대서. ㅎㅎ

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되어 있지 않다.

재미와 강약을 배려해서 배치된 에피소드들은 약간 시트콤같은 느낌도 든다.

구성작가의 구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첫번째 에피소드의 배치였다.

snl 일이 끝나고 쉬는 기간동안 하게되었던

성인방송 작가 에피소드를 가장 먼저 배치했는데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끌어들일만한 소재를 제일 먼저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에피소드들도 키득거리는 재미를 던지다가

섹스를 대하는 직업의식이라는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단지 키득거리는 에피소드만이 아닌

작은 깨달음을 통해 다시 한번 의식을 환기해볼 수 있는 마무리를 한다.

살짝씩 아쉬운 에피소드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글마다의 구성이 좋고

담겨있는 감수성이 쿨~해서 부담이 없고 좋았다.

엄청 유명해지거나

엄청 돈을 벌고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저자가

아직, 많이 젊은 저자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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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마지막 공부 - AI에게 철학을 가르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김슬기 옮김 / 유노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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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공지능의 마지막 공부라는 제목이 주는 흥미로움은

책을 읽는 동안에도 이어진다.

인공지능에게 학습 시켜야 하는 최종 단계는 철학이다

라는 전제로

어떤 내용들을 학습시킬 것인가? 하는 내용이 풀려있는데...

읽으면서

이게 과연 인공지능이 학습할 내용인가?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각각의 질문들에 인간들 또한 답을 얻지 못한 것들인데...

그저 생각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만으로 학습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계속 사라지질 않았다.

저자가 원했던 것은

어떤 답을 알려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각 질문에 따른 철학적 화두를 언급하고

그 내용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를

짐작해보기를 원했던 것일까?

에필로그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융합을 이야기하며

이 문제는

인공지능의 문제가 아닌 함께 살아갈 인간의 문제라고 정리하고 있기는 하다.

다섯 명의 보행자를 살릴지, 한 명의 운전자를 살릴지를 고민하는 문제나

예술을 생산은 할 수 있지만 과연 이해하고 있는 걸까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

등등 인공지능만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질문하게 하는 철학서로서 역활을 한다.

또한 인공지능으로서의 질문들 -

인공지능에게 인간은 주인인가 노예인가, 전쟁의 주체로서 인공지능은 사람을 죽여도 되는가

인공지능은 생각함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가 -

또한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으로 주어를 바꾸어도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이 학습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조금, 두려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꽤 먼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인공지능은 이미 꽤나 우리 삶에 들어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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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개좋음
서민 지음 / 골든타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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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네.

기생충 작사 서민님이 이런 1%의 개빠였다니.

서민님이 지금까지 했던 글쓰기 지옥훈련과 tv에서 온갖 수모를 견디며 쌓아올린 인지도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정확히는 개를 키우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돈이 필요한지, 충동적으로

개를 입양하지 말고 제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기 위해서 였다고 외친다.

정말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단호함을 창작하고

개와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냉정하고 디테일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한겨레의 <서민의 춘추멍멍시대>에 연재하던 글을 바탕으로

꾸려진 책으로 연재 당시 달렸던 댓글을 통해

생생한 구독자들의 반응을 보는 재미도 있다.

반려견 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들이기는 하다.

개를 키운다면 해야할 일, 개혐오자들에게 보내는 일갈들.

속이 시원하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개와 고양이를 이뻐라하고

곁에 두고 싶은 욕심은 크지만

적당한 공간과 경제적 자신감이 없어

식구로 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제 나이가 더 들면

아예 입양해서는 안되는 순간이 오겠구나 싶었는데

"우리가 살 수 있는 나이에서 개 수명을 뺀 나이 이후로는 새로운 개를 입양해선 안 된다."

고 단호하게 말해주는 서민님 덕에

마지노선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평균 수명을 75세로 잡고 개 입양이 불가능해지는 나이는 55세.

55세 이전에 연을 맺을 수 없다면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없는 것으로.

개를 키우든 안 키우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싶지만

어차피 개혐오자들은 이런 책을 읽을리도 없고...

가능하다면

얼떨결에 정보 없이 개를 키우기 시작한 사람들이나

혹은 개를 키워볼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거 이렇게 노골적으로 특정 브랜드를 언급해도 돼? 싶도록

개관련 용품도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고

이런 저런 마음의 준비에 대해서도 꼼꼼히 짚어주고 있다.

워낙 단호해서 살짝 거부감이 들수도 있고,

이런저런 의견에 대해 100% 동의할 수는 없을 수도 있지만

문제의식 자체에 대해서는 반발할 수 없는지라

분명 도움이 될 개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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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 이근아 그림 충전 에세이
이근아 지음 / 명진서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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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하면서 불쾌했다.

뭐 이렇게 징징대.

뭐 이렇게 뜬구름 같은 소리야.

그러다가 깨달았다.

아,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을 닮아서 불쾌한거구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내 싫은 면을

이렇게 드러내는 이 사람이 거북하구나.

그리곤, 조금씩 안정을 찾은 듯한 글이 나오면서

불쾌감도 가라앉아 갔다.

수명이 길어졌다.

건강만 하다면 이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을 만들 때처럼

내가 가진 것을 떼어 본다.

좀 더 큰 덩어리의 새알에 집중한다.

강점을 몰아

재능이 삶의 중심에 들어오는 꿈을 꿔본다.

라는 글과 함께 소개한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와 그림이 위로가 된다.

소개되는 그림들은 단지 그림으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작가의 이야기가

그 그림을 어떻게 만들어 내었는가를

알려줄 때 비로소 그 그림 안의 이야기가 뚜렷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미술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은 그림을

생의 위로로 삶기에 적합했던 이야기를 쌓아온 것 같다.

저자의 큰 새알이 그림이였던 것처럼 내 새알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새알이 있기는 한가...

시작할 수 있는 건강인가 궁금하지만...

어쨌든 아무 것도 하지 않기에는 아직 남은 날이

적지가 않다.

나도 매일의 벽돌을 쌓고 싶어서

남편을 따르는 것이 아닌,

능동적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1년이 돼 간다.

스프링처럼 발딱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습관이 완성되는 데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66일이 지나자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아직은 어두운 시각,

일본 공포영화 <링>의 한 장면을 따라 한다.

텔레비전에서 요괴가 그랬듯 침대 밖으로 기어 나온다.

그리고 내가 원래 요괴였다는 상상을 한다.

......

나는 조금 있다가 아이들이 일어나면

착한 엄마로 변해야 하는 요술 걸린 괴물, 요괴가 된다.

조금 후면 잠에서 부스스 깬 남편을 향해 웃는다.

나는 변신 요괴다.

나를 떼어놓는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날들을 살아간다.

친정집에 가면 여전히 내 방이 있는데,

내 집엔 내 방이 없다.

얼마전에 읽었던

[나를 잃기 싫어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라는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은 영어공부 자리에 그림 에세이가 들어간 것 같다.

육아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잃어가는 절박함 속에

나를 찾는 방법을 찾아내는 분투의 결과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삶 속에서

필사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시간이다.

그 시간들 속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그 시간을 견디게 한 그림을 떠올려 같은

마음을 품었을 누군가에게 소개한다.

엄마의 불안을 알아버린 어린 딸의 이야기가 마음에 밟힌다.

다음 책에는

아이가 성장하거나

엄마가 단단해지거나

하는 후일담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시간을 바탕으로 자신의 벽돌을 쌓아가는 것이 당연했던 남편이

저자의 벽돌쌓기를 위해

시간과 공간을 배려해줬다는 후일담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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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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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이 되어서야 동학농민혁명 국가 기념일이 선포되었다.

만약 성공하였더라면, 이라며 안타깝게 되뇌이는 우리 민중의 역사.

정말 다른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을텐데.

이 책은 동학농민혁명의 흐름을 따라

해당지역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렇게 글로 보기 아깝다.

다큐로 찍어놔야하지 않을까. 안그래도 보전상태가 안좋은 곳들도 많은데.

얼마전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녹두꽃]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안타까워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해당 지명을 무엇으로 떠올리는가에 따라 다른 공간이 된다.

지금도 누군가 살아가고 다른 역사들이 켜켜이 쌓여가지만

기억을 떠올리면 그곳은 풀리지 않은 상처를 안은 땅이 된다.

터만 남은 자리도 있고

기념비가 세워진 자리도 있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정리해두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렇게 공간을 확인하며 정리해두는 건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진짜. 여기 있었다. 라고 확인해주는 느낌이랄까.

스토리로 풀어지지 않고

특정 캐릭터 중심으로 설명되지 않아

흥미로만 읽기 쉽지는 않다.

(특히나 지명, 인물명에 약한 나같은 경우 더욱)

하지만, 현실감으로 다가오는 묵직함이 페이지페이지에 담겨있다.

관련 기행 프로그램 같은 것이 짜여진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볼거리가 화려하진 않아 인기는 없을 것 같다.)

언제 듣던지 가슴이 아린 파랑새 노래를 읇조리며

누구보다 급진적이며 (심지어 지금보다 더! 이미 여성권익에 대한 선포가 있었다!)

인간중심의 생각을 지녔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디뎠던 땅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시간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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