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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 이근아 그림 충전 에세이
이근아 지음 / 명진서가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읽기 시작하면서 불쾌했다.
뭐 이렇게 징징대.
뭐 이렇게 뜬구름 같은 소리야.
그러다가 깨달았다.
아,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을 닮아서 불쾌한거구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내 싫은 면을
이렇게 드러내는 이 사람이 거북하구나.
그리곤, 조금씩 안정을 찾은 듯한 글이 나오면서
불쾌감도 가라앉아 갔다.
수명이 길어졌다.
건강만 하다면 이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을 만들 때처럼
내가 가진 것을 떼어 본다.
좀 더 큰 덩어리의 새알에 집중한다.
강점을 몰아
재능이 삶의 중심에 들어오는 꿈을 꿔본다.
라는 글과 함께 소개한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와 그림이 위로가 된다.
소개되는 그림들은 단지 그림으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작가의 이야기가
그 그림을 어떻게 만들어 내었는가를
알려줄 때 비로소 그 그림 안의 이야기가 뚜렷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미술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은 그림을
생의 위로로 삶기에 적합했던 이야기를 쌓아온 것 같다.
저자의 큰 새알이 그림이였던 것처럼 내 새알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새알이 있기는 한가...
시작할 수 있는 건강인가 궁금하지만...
어쨌든 아무 것도 하지 않기에는 아직 남은 날이
적지가 않다.
나도 매일의 벽돌을 쌓고 싶어서
남편을 따르는 것이 아닌,
능동적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1년이 돼 간다.
스프링처럼 발딱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습관이 완성되는 데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66일이 지나자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아직은 어두운 시각,
일본 공포영화 <링>의 한 장면을 따라 한다.
텔레비전에서 요괴가 그랬듯 침대 밖으로 기어 나온다.
그리고 내가 원래 요괴였다는 상상을 한다.
......
나는 조금 있다가 아이들이 일어나면
착한 엄마로 변해야 하는 요술 걸린 괴물, 요괴가 된다.
조금 후면 잠에서 부스스 깬 남편을 향해 웃는다.
나는 변신 요괴다.
나를 떼어놓는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날들을 살아간다.
친정집에 가면 여전히 내 방이 있는데,
내 집엔 내 방이 없다.
얼마전에 읽었던
[나를 잃기 싫어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라는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은 영어공부 자리에 그림 에세이가 들어간 것 같다.
육아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잃어가는 절박함 속에
나를 찾는 방법을 찾아내는 분투의 결과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삶 속에서
필사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시간이다.
그 시간들 속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그 시간을 견디게 한 그림을 떠올려 같은
마음을 품었을 누군가에게 소개한다.
엄마의 불안을 알아버린 어린 딸의 이야기가 마음에 밟힌다.
다음 책에는
아이가 성장하거나
엄마가 단단해지거나
하는 후일담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시간을 바탕으로 자신의 벽돌을 쌓아가는 것이 당연했던 남편이
저자의 벽돌쌓기를 위해
시간과 공간을 배려해줬다는 후일담도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