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 앞에

아이들이 갈 수 있는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비는 어머니들의

사진과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참담한 일이였다.


그후 에스엔에스에서 어느 젊은 어머니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길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자신의 아이들이 큰소리로 놀라움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악의를 가진 것이 아니였고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야단칠 수는 없었지만...

말로 알려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는 상대이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외국에서는 거리에서 흔하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복지가 잘 되어 있고

시민의식이 높은 나라일수록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자주 부딪칠수록 평범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은 영상으로 문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나름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던 캐나다에서도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나름 인식이 열려있다고 생각했었을 작가도

특수아동들을 대할 때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당황과 분노와 곤란을 토로한다.

 

그 학교에서도 작가의 버스를 타는 아이들을 괴롭히고 놀리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불쌍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이 존재한다.

배려는 하지만 함께 어울리지는 않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뭔가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없다.

처음 만났던 아이들이 작가의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던 1년이 지난 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변화는 아이들의 버스를 몰았던 작가에게 일어났다.  


p. 192

그날은 너무나 평범한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를 몰고 아이들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사소한 임무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라면 누구든 오늘같이 평범한 날을 경험할 것이다.

나도 쓸모 있는 인간이었다.

그 사실을 절감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사소한 임무라도 좋다.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완수하자.

매일 반복하다 보면 머지않아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학창시절부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일상적인 삶을 꾸려보지 못하고

좌절을 경험했던 작가는 스쿨버스 기사가 되면서 일상의 평범함을 경험하게 된다.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과 만나면서 책임감을 배우게 된다.

아마 꼭 스쿨버스가 아니였더라도 작가는 다른 직업을 통해 평범함과 책임감 등을 배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별한 아이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좀 더 강렬한 깨달음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경험들이 작가가 유명 작가가 되지 않으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가치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p. 302

시간은 우리에게서 달아나고 있어. 그러면서 친구들을 빼앗아가지. 사람들은 만났다가도 헤어져.

...

시간과 함께 인연이 끊긴다 해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 소중함도 줄어들지 않지.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 소중해죠. 왜냐하면 그 사람과 다시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지 못하니까.



그래서, 작가는 탐험가들이라는 글로 아이들을 추억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아니, 탐험가들이라는 글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와 함께 버스를 탔던 아이들의 후일담은 실려있지 않다.

궁금하기도 하지만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들이 원하던 것을 이루고 그들의 주변도 함께 조금 더 편안해졌으면 하고

바랄 수 있으니까.





뭔가 극적인 교훈, 설교가 있는 책이 아니다.

힘빠질만큼 그저 1년간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화물이 아니라, 개빈, 비센트, 나자, 올리버, 제이크 라는 이름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