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짓기
정재민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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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미있다. 잘 읽힌다. 읽히는 속도감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떠오를 정도다.

작가분이 엔지니어 일을 하시던 분이라고 하던데

한 분에게 이렇게 재능을 몰아주는 거 반칙 아닌가?


2. 표지가 넘 무섭게 빠졌다. 스릴러, 추리물이라기보다는 공포물 같다.

어느 분 후기를 보니 아이들이 볼때마다 무섭다고 했다는데

나도 무섭더라. 가능한 표지가 안보이게 두었다.


3. 드라마, 영화, 소설, 만화 등을 보다보면 정말 너무 싫은 등장인물이 있기는 한데,

최근에 이 작품에 등장한  이재영이라는 소설가 만큼 짜증나는 존재가 있었나 싶다.

정말, 정말, 너무 싫었다. 소설가의 필요라는 이유로 타인에게 들이대는 것도 마음에 안들고

그와중에 상대를 단정짓는 오만함도 짜증나고

굴욕에 대한 보복심리를 얄팍한 정의감으로 포장하는 모습도 가증스럽고

사실 여타의 다른 작품에서 나오는 많은 악인들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악인도 아닌데...

왜 이리 싫고 싫고 싫은지.

정말 맹렬하게 이재영의 파멸을 원했다.


일반적인 모습에 가까워서, 나도 그럴 것 같아서. 싫지만 이해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싫다. 그냥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 라고 다짐하고 싫은 마음을 온전히 간직하련다.


4. 그렇게 너무 싫어서, 엔딩이 더 허무하고 허탈했다.

내가 읽은 게 맞나? 싶을 정도다. 

나는 이 이야기의 한 축인 이재영에 관한 이야기를

김정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영훈이 만들어 낸 이야기로 읽었다.

그런데, 정말 그게 맞나? 싶다.

정말 맞다면 파리의 연인의 모든 게 꿈이였데요. 에 버금가는

어처구니 엔딩이 되버리는데?

내가 잘못 읽은 건가?


5. 영훈의 삶과  

영훈의 어머니 희연과 희연의 어머니 애란의 삶은 안타까움이라는 단어로 부족한

상처와 고통의 역사이다.

특히 희연과 애란은 존재했다는 것이 이유가 되어 상처받아야 하는 삶이라는 것이

아프고 애닳다. 마음이 아프다. 내 손을 벗어난 내 삶을 살아야 하는 형벌이라니.


6. 뒷표지에 이산하 시인의 서평?은 아래와 같다.

- 작가는 자신을 감추면서 타인의 상처와 치부를 파먹고 사는 자이다. 그런 점에서

정재민의 이 소설은 '나를 의심하지 않고 타인을 먼저 의심한 죄'로부터 모든

글쓰기의 범죄가 비롯됨을 역설적으로 통찰한다. -

이 이야기는 소설을 포함한 글쓰는 자들의 죄에 대한 이야기일까?

김정인이 이재영에게 이야기한다.

"나에 관한 이야기는 나를 통해 들으라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글을 쓸 때, 기본이 되는 자세가 아니였을까?

이재영은 저 다짐을 일말의 주저도 없이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판단한다.

세상엔 지켜보는 자의 기준으로 판단되는 많은 존재들의 상처가 존재하고

그 상처들은 사과를 받지 못한다.


7. 결말과 함께 묻고 싶은 것이 이재영이 만났던 불감증이라는 여자.

그 여자는 왜 배치된 것일까? 4년의 세월 동안 다듬은 작품 답게 촘촘하고 성실하게 짜여진 이 작품에서

그 여자가 의미없이 등장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왜일까? 이재영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는 건 이유로서 부족한데.

혹시 내가 결말을 잘못 읽었다는 증거일까?

이재영의 이야기는 영훈의 이야기가 아니라 독립적이며 실재적인 이야기라는?



8. 최근 접한 한국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정재민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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