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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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간 한지 느낌이 나는 표지 감촉이 좋다.

    옛 무녀 이야기를 위한 분위기인 건 알지만...

   좀 옛날 책 같은 분위기는 아쉽다.

   인간시장.. 때쯤의 소설같달까...


2. 뒷날개에 소개된 세계문학상 수상작 중

저스티스맨과 슈나벨 최후의 자손을 보고 큰비가 세번째다.

인상이라면.... 세계문학상은 좀 특이한 거 좋아하나부다... 

아님 내가 개중 특이한 걸 골라 읽었나부다.


3. 책 말미에 [이 소설을 쓰기까지]와 [작가의 말]이 실려 있다.

보통 작가의 말 하나로 쓰지않나? 나눈 이유를 아예 모르지는 않겠지만

작가가 드러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어색하다.

이 소설을 쓰기까지는 문헌 리스트, 도움받은 분들의 명단 등을 정리해서 말미에

고맙다는 인사를 넣는 걸로 정리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말이 두 번 들어가든 세 번 들어가든 내가 뭔 상관일까.... 

작가 마음이고, 편집자 마음이지.. 마음에 안 들면 안 읽으면 그만인 걸 왜 이리 중얼거릴까.. 나란 인간...


4. 이 소설을 쓰기까지에 소개한 자료 목록들을 보면서, 각각의 사실과 기록들이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또다른 모양을 되어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예측불가한 일이다.

언제, 어느 때,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같은 사실과 기록들이 어떤 옷들을 입게 되는지는...


5. 뒷표지에는 무녀, 무속신앙을 다룬 소재에 관한 이야기와 문장이 좋다는 평이다.  

나 역시 무녀들을 소재한 점에 끌려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문장과 무녀를 다루는 방식은 좀 아쉬웠다.

이야기 속에서 무녀들은 이해받고 있고 문장은 그 이해를 품고 있다.  

그 점이 다른 사람들, 선 너머의 사람들을 보는 기분이 들게 했다. 유리벽 너머의 이야기를 본다고나 할까.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무녀의 변별성, 그들이 인생사를 이해하는 다른 방식을 납득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낯설지 않아하는 문장들이 오히려 낯설어 주춤거리게 했달까...

아마도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 더 그랬던 것 같다.

난 좀 더 무녀들이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직업과 신앙으로서 무속을 다루고 있는 사람들이기를 원했나보다.


6. "큰 비를 내려 세상을 쓸어버리리라"

    "크고 강한 내 딸아, 너의 하늘을 열거라!"

라고 카피를 뽑아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카피에 혹했는데...

기대에 부흥해주지 않았다. 

무진년 7월 13일부터 15일까지..용녀 원향이, 세상을 뒤집을 비를 부를 무녀 원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였는지 모르겠다.

혹은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원향이라, 못마땅한 마음에 읽지 못했나보다.

19살, 만신으로 경탄을 받으나, 언제라도 외면당할 수 있는 무녀의 신분으로,

언제라도 짖밟힐 수 있는 최하층의 여성으로 ... 세상을 뒤집고자 길을 나섰는데...

속을 채운 하랑 때문인가, 만신이 되고자 온갖 욕구를 잠재우던 수양의 시간들 때문인가

피끓는 원향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쩌면 터무니없게도 큰비를 부르고, 우박을 뿌리고, 들짐승.산짐승을 부려 사람들을 위협하고

하늘을 다스려 도리에 어긋난 이들이 벌벌 떠는 할리우드 액션물을 기대했나보다.

내 기대가 어이없는 것이겠지만,

난 이제야 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는 무녀라는 존재가 베옷 짜는 노동과 보살핌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여성성의 상징이 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추국자료에 끔찍해서 실리지 못했다는 죄인 양녀 원향의 요사스럽고 끔찍한 진술을 듣고 싶었다.


7. 투덜거리고는 있지만 기대의 방향이 달라서일 뿐 작품 자체는 흥미로운 책이다.

많은 공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는 굿장면이라거나 의미, 용어들이 낯설지만 다정하다.

그 장면장면들이 거부감이 들지않고 나름 스며드는 것을 보면

긴 세월 이 땅을 살아온 삶에 녹아들었던 이야기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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