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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장루이와 68일 ㅣ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이보연 상담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평점 :
역시 황선미 작가님! 이랄까.
오윤기라는 아이가 실제하는 것처럼 빠져드는 작품이다.
억지가 없고, 그려질 듯 생생하게 이야기해주는 글맛 덕이다.
거기에 세련된 신지수 작가님의 그림도 마음에 쏙 든다.
장루이와 오윤기라는 소설 속 인물과도 잘 부합하지만
노란 머리와 빨간 모자라는 캐릭터성도 좋아서 두 사람의 이미지를 활용한 굿스가 나와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멋짐도 그림에 묻어 있어서
왠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페이지에서는 가슴도 두근거렸다.
동화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읽을 때마다 어른과 다를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오윤기라는 친구도
보고 있으면 나랑 닮은 구석이 어찌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튀고 싶어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뭔가 책임을 가지게 되면
열심히 하고 싶고, 알아주면 기쁘고. 미움받고 싶지 않고...
나는 이 성격으로 사회라는 공간에게 관계에 허덕이고
윤기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관계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윤기에게 장루이와의 만남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 아닐까?
나의 어떤 모습, 나조차도 잘 몰랐던 그런 나를 알아봐주는 친구를 만난다는 건.
윤기에게는 반짝이라고 불러주는 다른 친구들도 있지만
(물론 그 친구들도 소중하지만)
장루이는 조금 다른 모습을 내보일 수 있는 친구이다.
떨어져 있으면 서먹해져 버릴 친구들과는 조금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친구인 것 같다.
오윤기와 장루이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섬세하게 서로의 상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마음이 아릿해지기도 하고
연애물을 읽듯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책 말미에 실린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은
이렇게 달뜬 마음을 차갑게 가라앉히는 효과를 보였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알아두면 좋을 말이지만...
꼭 이렇게 이어보게 해야했는지는 모르겠다.
웹사이트에서 추후 찾아보도록 안내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별책으로 따로 주거나...
너무나 일반적이고 감정이 배제된 정보가 바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
이 구성 자체가 장루이와 이윤기 어머니들이 보이던 어른들의 욕심 같아서 달갑지가 않다.
한중공동개발 도서라고 되어 있어서
중국 친구라도 나오거나 중국 고서 등의 도움을 받거나 하나 했는데..
그저 한국과 중국에서 공동 출판권을 가지고 발간되는 것인가 보다.
지금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서 무언가가 넣어지거나 빠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1 이라고 되어 있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