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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 ㅣ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렇게 책 읽다 펑펑 운 게 언제였더라.
보석보다 빛나는 맑은 하늘이 야속하게 서글픈 마음이 저며들었던 건 언제였더라.
울 일도, 서러움이 넘치는 일도
대한민국 곳곳에
전세계 곳곳에 끝을 모르고 벌어지고 있고
이 책 속의 백주는 가상의 세계 속 인물일 뿐이지만
악의도 없고
힘도 없고
성실할 뿐인
의지할 곳 없이
거센 세상에 휘둘리는 존재는
이 세상, 어딘가 우리와 함께 살고 있고
백주처럼 스러져버리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더 서럽고, 안타깝고, 목이 메이고, 방향을 모르는 분노를 부른다.
무당의 딸 기련
반역의 누명을 쓴 양반가의 딸 소애
가난하고 병약한 부모와 살아가는 백주, 백희 남매.
무언갈 선택한 적도 없는데
살아가기 위해 짐을 짊어져야 했던 아이들.
정해진 운명 속에서 꾸역꾸역 살아내는 것이 최선인 아이들에게
생은 언제나 더 가혹해진다.
부당하고 폭압적인 세상의 폭력을 향해 분노할 여유도 없다.
우연히 보았던 다큐가 생각났다.
사회에서 밀려난 아이들을 모아서 농구단을 꾸린 감독의 인터뷰 장면이였는데
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의 문 따위는 없다고
단 하나의 문이 주어졌는데
실수 한 번으로 그 문은 닫힐 수 있다고.
저 아이들의 세상도 그랬다.
그깟 문도 문이라고.
작가의 생각을 잘 모르겠다.
죽은 자만이 나가는 문을 통해
나간 아이들이 만나게 될 새로운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른 세상이 아닌데,
어떻게 다른 삶을 살 거라고 기대할 수 있는지.
기댈 곳도 없고, 돈도 없고, 힘도 없고,
심지어 신분도 숨기며 다녀야 하는 쫓기는 신세의 아이들이
죽은 자들의 문을 통해 나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걸 기대할 수 있는 건지.
감상적인 바램일 뿐인 결말이 좀 무책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