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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이승희 지음 / 폭스코너 / 2021년 3월
평점 :
때로 단 한 구절, 한 문장이
이 책을 만난 이유가 되어 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슬플 땐 잠을 잔다.]
이 문장이 내가 이 책을 만난 이유가 되어주었다.
위안이 되는 동질감을 건네는 저 문장을 둘러싼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왜 감당하기 힘든 감정의 상태에서
견딜 수 없게 잠이 쏟아졌는지...
그것이 회피는 아닌지...
괴로워하던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견딜 수 없는 세계는 견디지 않아도 된다. 단호하게 그렇게 하자.
......
이 모든 게 다 개뿔이라도 난 그렇게 믿을 거다.]
이런 내 마음처럼 시인은
식물에게 기대고, 위안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중얼중얼 전한다.
정말 중얼중얼 한다는 느낌이였다. ^^;;
특히나 초반부에는 남발되는 [것]이며
정리되지 않은 [... 같기만 하고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그런 이유는 전혀 없...]는 느낌의
이야기가 낯설어서
시인이라 그런가.. 하며 되게 감상적이네..
하는 느낌으로 눈쌀을 찌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슬픈 땐 춤을 추는 아이가 아닌
슬픈 땐 잠을 자는 동질감을 획득 후 (나 혼자만이지만 ;;)
시인의 중얼중얼이 조곤조곤으로 바뀌는 건 순간이였다.
훨씬 선명해진 필터로 만나는 시인의 식물과의 공동 생활은
식물없는 내 생활을 청산하고
식물과의 공동 생활이라는 공통점까지 획득하고 싶어지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말 한마디 없지만
사실 온 몸으로 예민함을 표출하는 존재는
예민한 시인에게 부담이 아닐까 했는데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 아니러니하다.
기질과 상관없이 자라는 환경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릴 적 한량같은 아버지의 취미로
온통 꽃에 쌓인 어린날을 보낸 시인은
그 공기가, 환경이 익숙한 것이다.
집안에 꽃이 자라는 걸 본 적 없는 나는
식물을 키운다고 하면
상추, 고추, 토마토 나 생각하는
(시인이 은근 경멸하는 것도 같은) 화단이 뭔지 모르는 존재로
이렇게 아름다운 식물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을 부러워만 할 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