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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황선미 작가님의 데뷔작이란다.
책 좋아하고 글 쓸 줄 안다는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대학 노트에 연필을 꾹꾹 눌러 쓰던 시절
완성되었던 한 편의 이야기로 작가가 되었다고.
1등 아니라 2등이라 옆으로 비켜났고 책이 되기에 어중간한 분량이라 제목으로만 남았던 이야기.
스물 네 해가 지난 후 어떤 의미가 되려는 이 작품을 대하는 것을
등을 구부려 손끝으로 발을 만지는 기분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스물 네해 동안 하나의 일을 해오다가
그 시작을 돌아보는 것이 등을 구부려 손끝으로 발을 만지는 기분이라는 게.
그저 쉬운 자세는 아니지만
분명 함께 있던 귀한 내 몸을 이제 돌아보는 기분같은 걸까. 짐작만 해본다.
책이 되기 어중간한 분량이였어서일까
수채화 그림이 그득그득하다.
내용에 없는 연 날리는 컷 같은 건 뭘까 싶고..
수현이는 참 못나게 그려졌지만
꽃밭의 색은 참 이쁘다.
물을 머금은 듯, 촉촉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수채화로 했나보다.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사람 얼마 없는 마을에 살고 있는 수현이.
삼촌과 친구 미정이와 일구어 놓은 꽃밭이 있는 인동집에
낯선 서울 아이가 이사를 온다.
수현이는 말도 안하고 차없이는 학교도 안오고, 얼굴 하얀 그 아이가 꼴밉다.
그런데 어른들이 서울 아이 민우는 많이 아파서 이곳으로 이사온거란다.
우연히 민우의 일기장을 훔쳐보게 되고 민우가 버럭 화를 내기는 했지만
조금 가까워진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던진 공에 맞아 민우가 쓰러졌다.
삼촌이 인동집에 살던 딸과 돌아왔다.
민우도 수술을 받을 후 돌아올거란다. 비밀의 화원과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얼굴 하얀 서울 아이들은 아프면 시골로 온다.
공기좋은 곳으로 왔다지만 병원 다니려면 서울이 나을텐데
굳이 굳이 시골로 온다.
그리고, 시골의 튼튼한 아이들은
그런 서울 아이가 꼴밉기도 하지만 관심이 가는 걸 막을 길이 없다.
시골 아이가 남자아이면 서울 아이는 여자아이.
시골 아이가 여자아이면 서울 아이는 남자아이.
나랑 다른 존재를 향하는 관심. 단지 이성이기 때문은
아니지만 이성이라 조금 더 관심이 짙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언제 뭔가 고급져 보이는 서울 아이보다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시골 아이의 풍요로운 마음이
서울 아이를 치유한다.
난 시골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시골에서 살아본 적도 없다.
딱히 동경이나 로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왠지 모르게 돌아가야할 고향으로
이런 시골마을 그리게 된다.
아마도 이런 동화들을 통해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것 같다.
어딘가에 있을 따뜻한 곳. 마음 안에서나마.
마음에 심는 꽃처럼
마음에 담은 고향같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