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 초록 지붕 집부터 오건디 드레스까지, 내 마음속 앤을 담은 그림 에세이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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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다.

무언가를 사람하는 사람의 에너지를 전달받는 건

즐겁고 유쾌한 일이다.

저자는 빨간 머리 앤의 삽화가였으며

스스로가 빨간 머리 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빨간 머리 앤의 삽화를 그리면서

그 당시로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자신의 의견에 당당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앤에게 반해있었던 거다.

앤 뿐만이 아니라 몽고메리 작가의 작품들을 전반적으로 좋아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두드러지는 캐릭터인 앤이 독보적인 최애가 아니였나 싶다.

정말 즐겁게 빠져들었겠나보구나 싶었던 에피소드가

둥글게 짠 깔개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짜봤다는 이야기에 입을 떡. 벌어지며 절로 웃음이 나더라.

아, 정말 궁금했나보다.

그러면서 재료별로 다양한 질감을 지닌

둥근 깔개에 대한 설명과 일러스트를 보고 있자니

이 분 약간 마닐라 아줌마 타입일까? 싶었다.

ㅎㅎㅎ

앤이 처음 초록지붕 집에 도착하는 장면부터 설명해가며

각각의 장면에서 그려졌던 것들

혹은 각 장면을 그려낸 것들을 보면서

문학작품의 삽화가의 역활에 대한 환기가 되었다.

앤을 기쁘게 한 꽃들은 어떤 생김새인지

앤이 사랑하는 나무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앤이 살던 곳은 어떤 마을인지

앤이 실망했던 옷이 어떤 옷인지 기뻐했던 옷이 어떤 옷인지

프로포즈 받을 때 어떤 분위기였을지

직접 보여줘야 하는역활을 하는 거였다.

텍스트를 통해 꿈꾸던 환상을 확인받는 위치였던 것이다.

실망하지 않도록

작품과 다르지 않도록

애써야 했겠구나 ....

엄청난 일이다.

특히 옮긴이의 후기를 읽는 즐거움에서

번역자 분의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이

작업하던 책의 번역이 완료되었는가 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프로의 세계는 정말. 무섭구나 싶었다.

일종의 작업 후일담과 같은 이 책은

즐거움이 느껴지는 일러스트가 가득 차 있고

애정이 담뿍 담긴 글로 연결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운 기운이 전달되어 온다.

어린 시절의 앤 이야기 밖에 모르는 나에게

그 시절을 지난 앤의 이야기를 포함해서

사랑스러운 빨간 머리 앤을 읽어보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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