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외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 좋다.

하드커버에

검은색과 푸른색만을 이용해서 편집했는데

차분하고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단정한 책이다.

이 단정함을 깨고 싶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

아쉬운 점은 새에 관한 지식이 바닥이다보니

등장하는 새들의 모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아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가 들어가 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사진은 어울리지 않고

단색으로 그려진 세밀화가 삽입되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편집방향에 맞춰서 검은색과 푸른색만 사용한 그림이 들어가면

분위기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제목처럼 짧은 글 모임집으로 읽는데 부담이 없다.

철학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짧은 생각들. 이라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새.

혹은 모르는 새들의 습성들을 통해서

인간사에 대한 이야기를 던진다.

특이하게 번역자의 글이 도입부에 위치해 있는데,

이 책을 번역하며 새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새소리를 들은지가 언제더라 싶더라.

삭막한 도시 생활이라지만 새가 없지는 않을텐데,

어떤 새든 함께 살고 있을텐데...

땅 위를 걸어다니는 비둘기 외에는...

관련하여 본문에서도 새를 관찰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단지 새를 관심가지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권유였다.

특히나 반복되는 생활로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면

색을 되찾을 수 있을거라며.

또한 바다 건너 돌아갈 곳을 찾아가는 큰되부리도요 라는 새의 이야기와 함께

방향을 찾는 능력을 잃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자연과 분리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이런 삶이 너무나도 익숙한 현재로서는

왠지 몸에 안좋은 음식을 관성적으로 먹고 있는 느낌이라

조금, 불편하다.

이 외에 인간이 의도적 혹은 무지함? 혹은 보이는 것에 휘둘려 오해하고 있는

새들의 습성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오는데

재미있다.

독수리를 용맹의 상징으로 쓰고 있지만 사실 게으름뱅이라는 거

수닭이 쫄보라는 거... 등등

하나하나 과하지 않은 정보와 길지 않은 이야기로 편안하게 읽기에 좋다.

어디 바람 좋은 곳에서 새소리를 배경삼아 읽으면 딱일 것 같다.

하지만,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것이

마지막 마무리 글에서 인간이 흔들어놓은 생태계의 균형 때문에

사라져 가는 새들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어쩌면 내가 새소리를 못들은 것이 아니라

정말 새소리가 없는 곳에서 살아가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