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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여성, 인종, 계급 - Philos Feminism 2 ㅣ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평점 :
👉 앤절라 데이비스의 《여성, 인종, 계급》 한국어판 출판을 환영하며 — 혁명적 관점에서 쓴 미국 흑인 여성 운동사
https://wspaper.org/m/28300
오늘날 이 책은 종종 여성, 인종, 계급 간의 교차성을 설파한 책의 하나로 여겨지곤 한다. 한국판의 해제를 쓴 정희진 씨도 이 책을 “교차 페미니즘의 고전”으로서 중요하게 자리매김한다.
교차성 개념은 개인들이 겪는 차별의 경험에서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계급, 장애 등 여러 차별이 교차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개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착취(계급)를 여러 차별 중 하나로 보지, 이 사회의 근본적 관계이자 힘의 원천으로 여기지 않는다.
물론 이 책은 젠더, 인종, 계급이라는 여러 차별이 동시에 작용하고 때로 그 사이에 긴장이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분명하게 여기서 더 나아간다. 그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주의를 (독점)자본주의와 관련 짓고, 무엇보다 계급을 중시한다. “노동하는 여성들은 사회주의 투쟁에 특수하고 필수적인 이해관계가 있다.”(358쪽) (다만, 이 대목에서 그는 당시 미국 공산당이 그랬듯이 소련을 ‘사회주의 국가’로 오해하는 듯하다.)
정희진 씨가 해제의 말미에 “이 책의 전반적 ‘정서’가 흑인 페미니스트 입장이라기보다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 여성주의자의 입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마뜩잖은 투로) 말한 것은 참말이다.
물론 이 책에 인종차별과 여성 차별이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유지되는지에 대한 이론적 분석이 충분히 전개되고 있진 않다. 그럼에도 계급적 관점의 역사 서술, 노동계급과 공산주의 여성들의 활동 중시, 마르크스·엥겔스·레닌의 견해의 우호적 인용,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생애를 보자면, 이 책은 분명 한국의 여느 “교차 페미니즘”보다 훨씬 급진적인 함의를 갖고 있다.
〈노동자 연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토니 클리프의 《여성해방과 혁명》의 4장 ‘남북전쟁 이후의 미국 여성운동’을 함께 읽으면 미국 여성운동의 역사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