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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
최광형 지음 / 창연출판사 / 2014년 4월
평점 :
사향
창연
최광형 시집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해서 일부러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저 하늘을 바로보는 시간이 길어질뿐이다.
평소에도 책을 자주 보는 편이기도 하고 말이다.
태양빛을 가만히 쬐고 있으면 내가 하늘에 붕 떠있는 기분이 들며 감았던 눈을 떴을때의 세상의
약간 푸른빛 같은 색다른 칼라로 만나는 것이 나의 기분좋은 놀이중에 하다.
나는 이것을 광합성 생성이라고 말하곤 한다.
가을이라고 해서 특별히 선택한 책을 있다.
바로 시집이다.
시집은 어렵다. 재미없다. 무언가 생각해야 될것 같고 풀어내야 될것 같고, 어떤 뜻을 대입해 보아야 할것 같다.
하지만 가볍게 내가 느끼는 대로만 생각하면 한결 마음도 눈도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떤분이 이렇게 글을 남기신것을 읽은적이 있다.
독자가 시집은 난해하고 어렵고, 재미없다라고 했더니
그러면 시집은 얼마나 읽으셨냐고 도리어 뒤물었던것이다.
많이 읽어야 재미도 알고, 많이 접해보아야 익숙하다는 말인것이다.
시집한권으로 세상의 모든 시집을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많은 시집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시인들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들었던것 같은데
원태연님의 시집을 많이 읽었던것 같다.
윤동주님의 시도 읽었던것 같은데 무겁고 어려웠던것만 기억하고 교과서의
문제풀이로만 인식해서 완전실패라고 볼수 있다.
정민님의 한시에 관한 책을 좀 봤던것 같다. 한자는 모르겠지만 풀이해놓은 것을 보면
손이 저절로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
아내
나는 아내와 얼굴을 마주하여 함께
밥 먹을 때가 언제나 새롭다
거의 40년 넘게 같이 한 밥상이지만
그 옛날 단칸방에서
고두밥을 지어먹기 시작한 그 때부터
아내의 얼굴을 보며 밥을 먹은 것이다
아내의 얼굴이 나의 식사의 반찬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을 먹어도
기억이 잘 안 나는 것은
아내가 가장 맛있는 내 평생의 반찬
긴 긴 세월의 역마차를 타고
그 어는 이름모를 역에 내린다 하여도
나는 지금 내 삶의 차질없는 튼실한 뿌리에 붙어 있는 나무처럼
그 햇빛에 출렁이는 잎사귀와 열매처럼
한 입 가득 수저를 빛내며
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나에겐 남편이 그렇다.
나에겐 아이가 그렇다.
그들에겐 내가 그러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밥이고
가장 먼길을 가는 길을 쉽게 가는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는 것이다.
시인이 가는 길을 묵묵히 봐라봐주고 뒷받침을 해주는 아내의 사랑이 절절하게 묻어 난다.
좋은것만 봐도 당신이 생각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당신이 생각난다는 말이 여기에 딱 맞는 글귀가 아닐까 싶다.
우리 후회하기 전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떨어 놓고 고백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사람이 미쳤나? 뭘 잘못했나? 생각하기 전에 그저 마음 대 마음으로 받아주길 바란다.
나도 오늘은 남편을 위해서 꽃을 사가볼까 생각해 본다.
나에게만 사주던 꽃을 남편을 위해 사주는 것을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