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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명에서 단 한명으로
벤 피트릭.스콧 브라운 지음, 정지현 옮김 / 콘텐츠케이브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4만명에서 단 한 명으로
contents cave
벤 피트릭. 스콧 브라운 지음
정지현 옮김
파킨슨병은 유전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이 집안은 별개인가 보다. 할아버지가, 아버지가 그리고
내가 걸렸다고 하니 말이다. 의사들은 희기한 일이니 아버지와 같이 진료를 받길 원하지만 난 싫을것
같다. 무슨 동물원에 원숭이도 아니고 더군다. 20대에 파킨스병을 얻기에는 너무나 젋은 그에게 말이다.
27세 포수 벤 피트릭은 파킨스병을 앓아 야구계에 은퇴를 했다. 그는 한때
"아드님은 앞으로 15년간 현역으로 뛰고 언젠가 명예의 전단에 헌액된다 해도 놀라지 마시라"
라고 들을 정도로 대단한 운동능력의 소유자였다. 어느날 파킨슨 증후군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보통
40세 전후에 확진을 받는 확율이 5%인데 그에 비교해도 엄청 젋은 나이였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사랑하는 딸 마케나를 얻었다. 거의 기적이라고 볼수 있는 일이다. 이제는 4만명의 관중앞에서
야구를 할수는 없지만 단 한명의 딸 앞에서 인형놀이를 할수 있다. 그렇지만 그 한 명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이기에 극복할수 있었다. 수많은 수술을 겪어 낼수 있었다. 나의 평생소원은 야구선수가 되는
것과 아빠가 되는 것이었기에.
벤은 아직도 물 내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날 일은 변기 물 내리듯 다 흘려보내고 매일 새롭게 시작하라고. 넌 충분히 능력이 뚸어나니까 금방 될 거야."
처음 아이를 키울때 너무나 힘이 들었다. 아침에는 그래도 아이에게 웃음을 보여주며 놀아주었지만
점점 저녁이 되어갈수록 아이가 얼른 잤으면 하는 생각만이 나고 자꾸만 짜증만이 내곤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면 나도 물 내리는 법을 몰랐던것 같다. 남편과 싸우며 옛날 일을 꺼집어내어 싸우고,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때 그럴거라고 예상하여 미리 혼을 내기도 했던것 같다. 변기 물 내리는
법은 벤 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꼭 필요한 방법이다.
처음 파킨스병을 알았을때 벤은 똑바로 바라보질 못했다고 한다. 확진을 받고도 2년동안 병원을 가지
았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후에는 약을 배부를만큼 먹을만큼이었고 또 슬퍼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고
그저 열심히 야구를 했다. 벤은 어머니를 생각하면 견딜수 있었을 것이다. 파킨스병으로 정말 괴로운
사람을 말하자면 그는 바로 어머니라고 말한다. 끝임없이 어머니를 쫒아다니며 괴롭혔다고 할수 있다고
했다. 할어버지와 남편과 아들까지 아주 끈질긴 악연이라고 할수 있겠다.
이제는 파킨슨병 앞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내 선수생활, 돈, 아버지의 몸, 부모님의 행복한
노년기를 전부 훔쳐간 놈 앞에서 나약해 보이기 싫었다고 한다.
나는 약해진다는 사실 덕분에 날마다 조금씩 강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딸아이와 함께 한 이야기가 많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벤의
힘들었던 삶의 고백이라고 할수 있겠다. 잘나던 이가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것을 겪었을 벤의 심정이
절절하다. 그렇다고 처절한것은 아니다. 액해진 덕분에 조금씩 강해진다는 그의 말 잊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