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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환자 - 허원주 수필집
김호남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가상환자
허원주 수필집
에세이스트사
책 표지를 보면 고기가 아닌 달을 낚는 것이 그림이 나온다 너무 마음에 드는 표지다.
거기다 방사능과 의사가 쓴 책이라 그의 글쓰기에는 무엇이 녹아 있을까 궁금했다. 역시나 곳곳에 의사로서의 느낌이 풍긴다. 메스, 암, 부교감 신경, 복강경, 이하선 등.
작가의 모든 일상생활이 쉬운 듯 어려운 듯 발가벗겨져 낱낱이 해부되어 까발려지는 느낌이 든다. 수필이란 이런건가 싶다.
“수필 속의 나는 무엇인가. 실제인가 과대 포장된 허구인가.”
어린 초심자들은 도통 생각해 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던 주제를 접하며 황당하고 난감하였다. 수필이 뭐 별거 있어, 다 그런 거지. 그저 붓 가는대로, 아니 컴퓨터 자판 위에 손가락 움직이는 대로 매끄럽게 두드리면 열리는 것 아니었던가.
머리좋은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기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했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책을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나로써 허심탐하게 써내려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얄팍한 잘난척이 밑바탕에 있었다. 책을 읽을 만큼 읽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알았다. 그냥 써내려간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는걸 말이다. 윗글을 보니 더욱더 그렇다. 단어하나 썹어 먹듯이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겠다.
책을 보면 가족, 일상속으로, 추억, 사람들이란 큰 단락으로 나뉘어 져 있다. 나에게 다가온 글은 대물, 질주와 맥박, 글쓰기의 부끄러움 등이다. 대물을 읽으면서 책표지가 떠오른다. 놓친 고기가 더 크다 라는 것과 의사로써의 본능과 내가 좋아하는 군대 이야기 나온다는 점에거 즐겁게 읽었다.
P156 “어이, 김상병! 그만둬라, 다친 것 같다”
어쩔수 없는 직업병이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질주와 맥박이란 글은 문득 나도 시정마가 였던적이 있었지 했다. 작가도 그런 느낌을 받았던거 같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성격 좋다고 들어온 나로써는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던가 하지만 선택은 이쁘고 날씬한 그애하고 빼앗겼던 걸 보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본능인가 싶다. 나도 종마로 선택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자손 퍼뜨리고 잘 살고 있으니 뭐 됐다.
글쓰기의 부끄러움을 보면서 손발이 오그라 드는 걸 느꼈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였다. 구구절절이 나에게 비수 같고 칼날 같았다.
P204 “사람이 어찌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겠는가”
라는 구절에서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걸 참았다. 어쩌면 이렇게 뻔뻔스럽게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는지 말이다.
간만에 순식간에 읽었다. 하지만 다시 뒤돌아서 보게 되는 책을 만났다.
글 쓰고 싶어하는 ‘책먹는 마을’ 독서 동아리 언니들에게 이 책을 권해야겠다.
아, 글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