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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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

 

 

 

 

 

 

지은이 : 천경(천미경)

펴낸곳 : 북코리아

발행일 : 2020년 9월 15일 초판

도서가 : 15,000원

 

 

 

 

 

 

서양철학서적은 대개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문장들로 채워져 있는데다가 분량 또한 방대해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동양철학의 책들 또한 두껍고 방대하지만 제 느낌상으론 내용은 그다지 어렵단 생각이 들지는 않더랍니다. 그건 왜 그런걸까요? 아마도 서양인들의 문장 구성법과 동양인들의 문장 구성법간에 차이가 있다는게 원인 아닌가 싶은데요. 물론 번역의 문제도 있겠지만 서양인과 동양인의 표현방식은 매우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철학서적들에 수록된 문장의 길이를 비교해 보면, 저만의 생각입니다만, 서양은 일상에선 보기 어려운 단어들로 가득한 기나 긴 문장들, 만연체가 많이 쓰여지는데 동양은 일상적인 단어들로 구성된 간결체가 많은 편인 것처럼 말이죠. 이건 철학도서뿐만이 아니라 소설, 에세이 등 모든 저작물에서 다 그런 차이가 있는거 같습니다. 그래서 헤밍웨이의 소설처럼 단문이 많은 글들이 동양에선 인기가 많은가 봅니다.

 

이번 도서후기는 이러한 불편함과 어려움을 뛰어 넘게 해주는 책으로 니체의 철학사상을 한국인 저자가 에세이처럼 풀어내 집필한 도서입니다. 책 제목은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로 부제로 '천경의 니체 읽기'라 되어 있었구요. 

책 뒷표지에는 <이런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라면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지만 어려워서 망설이는 분", "니체에 대해 알고 싶지만 저서가 방대해서 엄두가 안 나는 분", "책을 읽으며 명랑하게 웃고 싶은 분"이라 쓰여 있는데요. 처음엔 첫번째와 두번째 추천 이유는 공감이 갔는데 세번째는 좀 갸우뚱이었죠. 전 니체의 사상은 엄숙하면서 좀 어두운 느낌이라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그 세번째 이유가 왜인지 공감이 가더랍니다. 한때 니체의 저서 몇권 읽어 봤긴 했지만 번역서 특유의 난해함에 두번 다시 쳐다 보지도 않아 내용들 거의 기억나지 않았는데 이 책으로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몰랐던 것들까지 새로이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기자와 편집장으로 사회 경력을 쌓으신 분입니다. 홍대 인근에 있는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서양철학자들의 저서를 읽고 공부하는 <잡종의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인터넷에서 저자를 찾아보니 출간 인터뷰와 뉴스들이 검색됩니다. 인터뷰내용 중 니체의 문장에 대한 얘기가 있는데 저자도 니체의 문장 대부분이 비유와 상징의 잠언형식으로 고혹적일만큼 아름답고 아프지만 웃기기도 한다네요. 이건 어떻게 이해 해야하는 것인지..

책은 저자가 경험한 방귀 관련 에피소드를 니체의 철학과 연계하여 풀어내는 등 니체의 사상을 쉽고 재미나게 설명해 주는데다가 글 솜씨 또한 맛깔스럽기에 읽는 맛이 정말 좋습니다. 

저자는 니체의 모든 저서들을 읽는데 2년여가 걸렸다고 하면서 현재도 유고를 읽고 있다 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글을 쓰고 싶어졌다는데요. 때 마침 언론으로부터 칼럼 기고 제의가 들어와 니체 칼럼을 쓰게 되었고, 2017년부터 매주 한편씩 <천경의 니체 읽기>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으며, 그 글들을 모아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랍니다

 

 

 

 

 

책은 <서문>, <1. 인식은 슬픔이다. 아니다. 인식은 웃음이다>, <2. 공부하기 좋은 날>, <3. 아모르파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목차를 봤을 때 각 장의 분류에 어떤 의미가 있는건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어요. 

한가지 확실한건 각 장의 제목은 장내에 있는 소주제 제목에서 따왔다는 것인데요. 이건 보이는대로 느낀 제 생각일 뿐 별다른 의미가 있는건 아닙니다.

 

 

 

 

 

먼저 니체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프레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는 1844년 독일(프로이센) 작센지방의 작은 마을 뢰켄에서 루터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1900년 바이마르에서 10년간 정신병을 앓다 사망하였습니다. 1864년 본대학에서 신학과 고대철학을 공부하다가 한학기만에 신학공부를 중단하였고, 1867년에는 군에 자원입대하여 5년간 복무후 제대합니다. 1869년 바젤대학교 교수가 되어 1879년까지 역임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이 출간되었답니다. 건강 악화로 인해 퇴직한 후에는 산속에 들어가 요양과 집필에 전념하여 <즐거운 학문(188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5)>,  <이 사람을 보라(1888)> 등 다수의 저작들을 출간하게 되지요. 사망 후인 1901년에는 니체의 누이 엘리자베드에 의해 니체의 만년 유고를 편집한 <힘(권력)에의 의지(1901)>가 출간되었답니다.

 

책의 서문 첫 문장은 "대부분의 철학책은 어렵다."입니다. 정말 공감 200%인 말이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왜 그런 어려운 책들을 읽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 경우엔 니체의 사상과 그의 어록을 봄 왠지 저와 비슷한 생각인 것 같은게 남 얘기같지 않은지라 니체 관련 해설서는 종종 읽게 됩니다.(번역서는 빼고요) 이 책도 그런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는데 저자의 생각과 경험, 느낌들을 담아 에세이 형식을 빌어 니체의 사상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내용이어서 무척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었지요. 

에세이 형식이라 그런지 글 읽다가 중간중간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하게 되어 독파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요. 이해하기 조차 어려워 읽는데 급급한 채로 더디게 읽게 되는 다른 번역철학서들과는 확실히 달랐던 장점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내용이 무척 재밌고 흥미롭습니다.

 

니체의 철학사상은 초인사상(위버멘쉬, Übermenschoverman)과 영원회귀(ewig wiederkehren)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신은 죽었다(Gott ist tot, God is dead)"일 것입니다. 책에 따름 이 말은 기준이나 척도의 사라짐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고 하면서 보편진리, 절대정신 등 전통 형이상학 세계에 대한 종언 선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니체의 저서 '즐거운 학문(Die frohlich Wissenschaft)'을 인용하면서 니체는 '신이 죽은 사건은 아직 방황중'이며 '신을 죽인 행위는 위대한 행위'라 평가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신을 죽인 것은 바로 교회라 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가 '즐거운 학문'의 제125절 마지막 문장 "이 교회가 신의 무덤과 묘비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로 들고 있구요. 쉽게 말해 교회의 잘못된 여러 행태가 신을 죽이고 인간이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것이죠.

 

그간 이 말, '신은 죽었다'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가 그 원전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신의 죽음과 그 상실감이 처음 기술된 것은 '즐거운 학문'이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신의 죽음 위에 초인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는 신의 죽음으로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발휘하면서 초인으로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네요. 

초인(위버멘쉬)는 자신의 힘 의지로 사는 사람으로 자유정신의 소유자이자 자기를 넘어선 존재이고 어린아이 같은 긍정의 인간이랍니다. 초월적 존재에 의지하지 않고 무한 긍정의 삶을 사는 초인의 세상에는 무수한 길이 펼쳐져 있기에 그 길 위에서 고통을 긍정하며 명랑하게 사는 초인,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 세상은 새롭게 반복되는 영원회귀라고 니체는 알하고 있답니다. 결국 신의 죽음은 초인의 출현을 잉태하고 이는 영원회귀로 이어진다는 말인데 이것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다루는 내용들이라죠.

 

어쩌다 보니 도서후기 내용이 철학 수험서 요약처럼 흘러가 버렸네요.. 책은 이러한 딱딱한 철학 관련 내용보다 에세이스런, 도서제목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의 일상 체험들을 감성적인 문장으로 써내려간 문장들도 꽤 많이 나옵니다. 그러한 내용들을 여기에서 언급하긴 좀 그렇네요.. 

앞에서 말한 <이런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의 세가지 유형 외에 "감수성 넘치는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에게도 추천할만한 좋은 책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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