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 편지 왔습니다, 조선에서!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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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 21세기 역사덕후 청년의 감성으로 조선의 편지를 해석하다! -

 

 

 

 

 

 

지은이 : 박영서

펴낸곳 : 도서출판 들녘

발행일 : 2020년 8월 28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편지(Letter)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전 from ... to ...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부분이 편지 어디에 자리하는지가 늘 헷갈렸거든요. 편지는 수취자에게 안부나 소식, 감정 등을 전달하기 위해 쓰는 글이죠.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손편지 쓰는 사람 보기 힘든 시대이긴 합니다만 손편지에서 전달되는 느낌이 전자메일(E-Mail)과는 완전 다르기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쓰고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손편지 써본지 수십년은 된 것 같네요.

최근 조선시대 편지를 주제로 한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책은 조선시대 사람들이 쓴 국문,한문,국한문 혼용의 다양한 유형의 편지들을 저자가 현재의 문체로 의역하고 윤색,편집한 글에 대해 다양한 내용들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도서 제목이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이었죠. 책에 나오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쓴 편지 내용들이 오늘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게 새롭게 다가왔어요. 

'저자의 말'에 따름 조선시대 편지가 전해진 유형에 세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개인문집이나 편지글 모음집이고 두번째는 가문 내에서 전해져 오는 편지들이며 세번째는 고인의 무덤에 함께 묻은 편지가 먼 훗날에 발굴되는 경우랍니다. 저자는 이중 세번째에 해당하는 편지들이 더 생생하고 일상을 그려볼 수 있는 선명도가 높다고 하네요.

 

 

저자는 1990년생으로 올해 이립(而立), 서른 살으로 젊다면 젊은 남성분입니다. 소개를 보니 특이하게도 저자는 어릴 때부터 절에서 자랐는데 승려 되기를 꿈꿨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덕질을 밑천으로 삼아 인터넷에 글을 올렸었고 덕질 밑천이 바닥나자 나이 서른에 불교인문학부에 입학했다네요. 옛 사람이 남긴 글 중 편지글을 항상 유심히 읽으셨다는 저자는 자신이 찾은 '재미있는 것'을 '모두가 재미있어 하는 것' 으로 바꿔놓는게 관심사라고 합니다. 지속 가능한 덕질을 이어가고 싶다는데 모쪼록 계속 이어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보여주었음 좋겠어요.

 

 

 

 

 

책은 편지 내용에 따라 분류하여 하나의 장에 묶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서두에 해당하는 <저자의 말>과 <여는 글>로 시작하여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다 사랑하니까 하는 소리야>, <우리가 남이가!>, <기축이 이놈아 내 돈 내놔라>, <나랏일 하기 더럽게 힘드네!>, <우쭈쭈, 내 새끼들>, <사랑한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나요?>, <죽지 못한 아비는 눈물을 씻고 쓴다>, <오늘도 평화로운 우리 집구석>으로 구성된 본문부로 이어집니다. 본문은 조선시대 사람들이 써내려간 편지들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풀어 해설하고 있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게 되더군요. 마지막은 <닫는 글>, <참고문헌/도판출처>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책에 수록된 편지글들은 모두 저자가 현대문체에 맞추어 각색을 더했기에 더 생생하게 전달되어 보이긴 합니다만 원문이 첨부되지 않다는게 좀 아쉽네요..

 

 

 

 

 

제일 먼저 시작되는 편지 내용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흔히 말하는 내용들입니다. 공부하라는거죠. 조선시대에는 과거에 합격하는 것만이 개인의 출세와 집안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핵심이었기에 당시 유생들은 지금의 수험생들보다 더 치열한 수험생활을 했었답니다. 그런데 책에 수록된 편지 내용들을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자식들 공부는 안하고 술마시고 노는 모습에 속 타들어가는 부모들의 잔소리는 똑같아 보이네요. 물론 수험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인생조언스러운 편지도 나옵니다. 이색적인 것은 손자를 두고 조부모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와 아내가 남편에게 성현이 되도록 공부하란 편지도 있더라는 것입니다. 

 

 

 

 

편지 중 인상적인건 조선시대 남성들 중에는 아내 사랑이 넘쳐나는 손편지를 보낸 사람도 있었더라는 점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남자들 있긴 합니다만 많지는 않겠지요.. 그건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하지만 집안 대소사를 걱정하는 가장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았을까 싶네요. 책에 수록된 편지들을 보면, 제 시각이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아내가 듣기 좋은 말부터 먼저 한 다음 집안일 부탁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지구상의 많은 남자들이 아내에게 뭔가 부탁할때 쓰는 방법 중 하나라 하니까요.^^

 

 

 

 

편지하면 뭐니뭐니해도 연애편지가 가장 흥미롭고 재밌다고들 하지요. 소설,드라마,영화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소품 중 하나라 할 정도니까요. 책에도 당연 연서(戀書)가 나오긴 하는데 그 내용에서 풍기는 느낌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제목 <사랑한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나요?>에서 보듯이 사랑에 빠진 남녀가 주고받는 편지라기 보다는 밀당 혹은 결별과 매달림이 주내용인 편지들이라 그런 것이겠죠. 편지의 주인공들은 모두 유생과 기생간의 관계던데 남녀를 유별하던 유교사상이 지배적인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라 할 이런 편지들이 있다는게 양반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 나오는 연서와 그 답장은 그 해설이 더욱 재미있었어요.

 

 

 

 

책은 편지와 관련된 많은 자료사진과 해설이 곳곳에 수록되어 있었어요. 조선의 임금(효종)이 시집간 자신의 딸(숙명공주)에게 한글편지를 써서 보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자식 사랑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똑같다는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웃음이 나는건 왕이 딸에게 남편을 닥달해서 아버지 뵈러 궁에 들어가자고 잔소리하란 대목이었어요.^^

 

 

 

 

책은 선현들의 편지를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도 현대사람들과 다를게 없는 삶을 보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아마도 고려, 고구려, 백제, 신라, 고조선으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사람 사는건 다 비슷하겠죠.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문화는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행태나 살아가는 방식에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우리 후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구요. 

전해지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편지 내용이 궁금하신 분이나 손편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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