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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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는 보육원에서 자랐고 교도관이 되었다.

 자칫 교도소에 드나드는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던 가 범죄자가 아니라 교도관이 된 건 의 덕분이기도 하고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의 구원자며 스승으로 나오는 는 보육원 원장이다.

 

  아늑한 가정의 기억이 없는 는 늘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까이 있다. 소중한 가족이 없다는 것은 자신도 소중하지 않다는 식의 우울감을 부추겨 폭력적인 충동에 시달리게 하기도 한다. 그나마 그런 폭력성을 억누르고 건전한 삶에 붙들어 매어주는 유일한 끈이 원장이 주었던 관심과 사랑이었다. 그래서 는 함부로 살 수가 없다. 원장의 사랑에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후로 가 바로 활달하고 제대로 된 생활을 하는 모범적인 아이가 된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갔을 즈음엔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육원 안에서 보낸다. 그 때도 원장은 학교에 가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원장의 좁은 오디오 룸에서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음악을 들려주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영화 비디오와 책을 보게 했다. 항상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원장이 에게 해주었던 말들은 신선한 물처럼 를 정화시키고 변화시켰음에 틀림없다.

   

  중학교 졸업식 날,

와 원장은 많이 울었다. 내가 가진 신뢰와 사랑을 원장도 함께 느끼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는 이런 말을 했고 원장은 나보다 먼저 울었다.

나는..... 고아라서 다행이었어요.”

?”

원장님을 만날 수 있었잖아.”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좋은 양육자를 만난 는 원장이 에게 해주었던 역할을 야마이라는 살인범에게 해주고 있다. 사랑이 사랑을 낳고 있었던 것이다.

 ‘야마이18,

 신혼부부 살해죄로 지방 법원에서 사형을 판결 받고 수감 중이다.

 항소 기회가 있지만 야마이는 항소를 할 마음이 없고 오직 죽기만 기다린다.

   

  ‘는 야마이가 갇혀 있는 독거방에 들어가 앉아 야마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원장이 의 목숨을 살려주며 그랬던 것처럼.

 

  야마이는 항소를 했고 에게 감사의  편지를 남긴다.

 

**

 

  짧은 소설이지만 분명하고 확고한 웅변이 있다.

 

  유아, 청소년의 정신이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 것인지.

  어른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좋은 양육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부모가 되었다고 무조건 좋은 양육자가 되진 않는다는 것을,

  더 나아가 사회의 책임이 어떠해야 되는지를,

  소설은 웅변하고 있다.

 

  그리고 사형제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야 되는 사람을 사람이 결정하고, 그 일을 결정한 사람이 아닌 누군가가 실행해야 한다.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을 제압하고 죽여야 되는 사람들. 비록 직업이라 하지만,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도리를 실천하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하는 모순.

 사형제도의 존속여부가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도,

 웅변하고 있다.

 

 젊은 작가에 대해 관심이 많이 가게 하는 특별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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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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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주의 깊게 보면 그 구성을 짐작할 수도 있겠다.

 책은 금강경 32분에 대한 법륜 스님의 예문을 더한 설명, 구마라습 대사가 번역한 한문본, 용성진종 조사가 번역한 한글본, 이 차례로 실려 있다. 그러니 책 자체가 해설을 겸한 경전인 셈이다.

 표지와 구성과 글씨체가 얼마나 보기 좋고 아름답고 되어있는지 마치 마음에 드는 보석이나 장식품을 가진 기분이다. 책표지와 디자인에 왜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이 책을 보니 이해가 간다. 내용이 물론 중요하지만 모습도 내용에 따라주어야 금상첨화라는 것을. 그래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읽기 전에 표지를 한참 보며 기뻐하고 책장을 넘기며 아름다운 구성과 글씨체에 또 흐뭇해하고 읽는 동안은 내용에 푹 빠진다.

 

 법륜 스님의 알기 쉬운 설법은 아미 아는 바다. 역시 그랬다. 풍부한 예문과 반듯한 문장이 경전의 이해를 한결 쉽도록 해 주었던 건 물론이다. 깊은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최고의 깊이와 넓이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 경전과 세상에 관한 스님의 지식과 통찰에 다시 한 번 감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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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커트리나 밴 그라우 그림 / 에이도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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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무엇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아니면 반대로, 아주 많은 것을, 자세히 알고 있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 어떤 것을 반드시 사랑하게 된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사랑하는 마음 없이 어떤 것에 오랫동안, 세심하게 집중할 수 있을까.

 세심하게 오랫동안 집중한 것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증오로 인한 집중이었다 할지라도 궁극엔 사랑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 궤변일까. 하지만 적어도 무관심이 사랑이 될 확률보다는 높을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

 

 <새의 감각>은 새가 세상을 어떻게 지각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오랜 연구의 결과물이다. 물론 새의 지각이라 하지만 인간은 결코 새가 될 수 없고, 그건 새가 느끼는 감각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간이 가지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근거로 연구를 할 수밖에 없으니 어쩌면 새는 저자가 말하는 감각과 전혀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지각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인류는 인류의 감각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인류의 언어로 그 모든 것을 표현할 수밖에 없고, 그것조차 연구하고 표현해 놓은 기록은 흔하지 않다. 그리고 특히 동물 중 새에 관한 연구와 저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나도 이 책을 보고 그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의 감각>은 참으로 위대한 발걸음이며, 특히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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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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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근세의 사회변화인 공산화, 문화대혁명이 민중의 삶을 어떻게 휘젓고 지나갔을까.

  민중은 그러한 변화를 원했을까.

  문화대혁명이 지향해 가는 곳을 알고나 있었을까.

  변화를 필요로 하는 민중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더 편안한 삶으로 향하는 변화에 대한 욕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오히려 민중에게 잔인하게 작용했다. 혁명의 뜨거운 불길과 변화 과정의 혼란은 주동자의 삶이 아니라 민중의 삶만 흔들었고 민중은 그저 감내해야 했다. <허삼관 매혈기>는 변화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헤쳐나가는 민중의 삶을 미화 없이, 그렇지만 비관도 없이 그려나간 소설이다.

 

  강물속을 마구 휘젓는 대나무 막대기가 수초를 흔들고 흙물을 일으키고, 심지어 물속 생물들의 서식지를 망치고 생물들의 목숨까지 가져가지만 막대기가 물을 지배하지는 못한다. 흔들리고 부서지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어지럽힐 수는 있어도 없애지는 못한다. 없어지는 건 막대기지 물속 세상은 아니었다. 허삼관의 매혈은 흔들리는 물속에서 생명을 지탱해야하는 민중의 질기고도 고난한 삶을 덤덤한듯한 어투로 진하게 보여준다.

  강한 어조로 외치지 않지만 지배자들의 세상과 민중들의 세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소설.

  아주 작은 권력만 쥐고 있어도 민중의 피를 빨아대는 그들의 세상과, 가진 건 움직일 수 있는 몸 하나뿐이라도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따뜻한 세상을 대변하는 민중들의 세상. 권력과 정치는 망하고 변해도 민중은 도도히 흐르는 큰 강처럼 변함없이 흘러가는 강이었다. 망할놈의 정치와 권력자에게 승리하는 길은, 그들이 무슨 짓을 하건 원망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그들처럼 변하지 않고 살아야한다는숙명에 절대복종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것, 이라는 느낌까지 들었다.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피를 팔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었던 허삼관.

  드디어 세 아들을 장가보내고 할 일을 마친, 60이 넘은 우리의 주인공이 이제 더 이상은 피를 팔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런 그가 피를 팔 때마다 먹었던 돼지간볶음과 황주가 몹시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 피를 팔아 큰돈을 만질 때만 누렸던 호사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해 피를 팔 생각을 한다.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먹기 위해. 하지만 너무 늙은 피라 사주지를 않는단다. 절망하여 울며 거리를 걷는 허삼관을 대하는 세 아들의 태도. 창피하단다. 그렇다. 아들들은 아버지의 인생을 다 알지 못한다. 나중에 알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들들의 반응에 몹시 허망하고 섭섭해진 허삼관 옆엔 아내 허옥란이 있었다. 아들들을 나무라며 기꺼이 생활비를 털어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사 준다. 처음으로 자신들을 위해, 남편을 위해 호사를 누린다. 서로 위로가 되어가며.

 

인생은 그렇게 흘러간다.

권력의 부조리도

정치가의 기이한 정치 행태도

인생의 한 모습이라 이야기하는 소설.

그러나 진짜 인생을 누리는 자는,

민중의 머리 위 허공을 누비며 짱구를 굴리는 자들이 아닌,

흙에 발을 붙이고 일구고 살아가는 민중이라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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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과 옌
판위 지음, 이정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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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공부한 중국여자가 중국이 배경인 중국인의 삶을 영어로 쓴 소설.


재미있다.

맑고 잔잔하지만 진정 살아있는 아름다운 심장을 느끼게 한다.

젊은 감성의 순수함과 찬란함에 새삼 눈이 부시다.

유려한 문장. 섬세하고 솔직한 심리 묘사. 흥미진진한 구성.

그렇게 눈을 떼지 못하고 읽는 동안 알게 되는 중국사회의 신기하고 새로운 모습.

여대생인 천밍과 먀오옌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중국 사회의 신구 가치의 갈등, 지방과 도시의 문화 격차,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직업 선택의 문제, 마음대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정부의 통제, 90년대의 대학생들의 사고방식, 동성애 등의 문제를 재미있게 알게 되는데 그 재미 또한 대단하다.

앞에 나열한 문제를 신문이나 잡지에서 대한다면 얼마나 딱딱하고 따분할까. 아니,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작가 덕분에 거대한 중국 사회의 문제와 세태를 재미있게 공부한 듯한 느낌이다.

 

영어번역 소설을 읽을 때마다 겪게 되는 번역의 문제도 없었다.

번역자의 능력덕분인지, 아님 작가의 능력 덕분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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