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페이지 책 - 찢고 낙서하고 해체하는 발칙한 책 읽기
봄로야 글.그림 / 시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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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페이지책>은 '참 독특한 책읽기를 한 봄로야의 독서 기록을 엮은 책이자 작품집이다.' 라고 한 줄로 말할 수 있다.

저자 봄로야가 읽은 15권의 책중 반복해서 읽거나 자신의 어느 시점에 영향을 미친 구절을 제외하곤 과감하게 지워버린다. 그냥 지우는게 아니라 때론 낙서처럼 때론 책의 일러스트처럼 해당 페이지를 꾸며가며 지워낸다.

나는 그림을 먼저 봐야할지 남겨진 책 속의 구절을 먼저 읽어 내야할지 따로 옆 페이지에 기록된 책 속의 남겨진 구절을 읽어야할지 혼란스럽고 재밌기도 하다.


한 사람의 기발한 독서가로 인해 한 권의 책이 이렇게 찢겨지고 재구성되어가는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책을 몇 번씩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고서야 쉽게 행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완성된 그 페이지는 그대로 액자에 끼워 넣어도 될만한 작품같다. 판화... 느낌이랄까...


봄로야님의 이력을 보다 깜짝 놀랐다. 일러스트레이터 외에 큐레이터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뮤지션'으로도 활동중이라고 한다. 예술적인 감각을 타고 났나? 보통은 미술쪽이면 미술쪽으로 음악쪽이면 음악쪽으로 활동을 하는데 미술과 음악 모두라니.

01~ 06까지의 chapter가 있는데 '책은 OOO다'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 큰 chapter 제목뿐 아니라 읽은 책의 제목 아래에서도 저자의 책과 책읽기에 대한 정의가 보인다.


당신의 책은 무엇인가? 살아오며 영향을 받은 구절은 무엇인가?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은 구절을 기록으로 남기며 읽는 습관은 참 좋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들여다보면 내가 그때 심리상태가 어땠구나... 아 그래 이런 일도 있었지... 라며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도 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구절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슴에 와닿기도 한다.

<0페이지책>처럼 책에서 필요없는 것들을 지우고 찢으며 읽는 재미있는 '기록 남기기' 방법은 몇 배의 시간과 정성이 더 들어갔을 것 같다. 하드커버에 펼쳤을 때 좌우가 딱 갈라지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진 것까지 모두 하나의 작품집처럼 느껴졌다.
그림들은 왠지 전체적으로 우울함이 있는 것 같았고,신비로운 분위기 탓일까? 오래전 일본에서 본 타로 카드 속의 그림이 생각나기도 했다.

어렸을 때 예쁘고 소중한 것을 만났을 때면 가졌던 설렘과 수집가적인 면이 아직까지 남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괜시리 나도 <0페이지책>을 들고 요리조리 장난쳐가며 읽었다. 몇 페이지 읽다보면 그런 장난기가 절로 발동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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