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 내 인생을 뒤흔든 명작 55편 깊이 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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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 책을 읽은 건 내겐 모험이었다.
'아, 또 예전에 읽다가 바쁜 일상에 손이 안 가 책장 한 켠에서 볼때마다 내게 부담을 안겨주는 이런 류의 다른 책들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면 어쩌나...' 읽기전의 이런 걱정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줄곧 나는 왜 책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봤었다. 솔직히 읽지도 않고 모셔둔 책도 많아 나의 책 사랑은 일종의 병이 아닐까싶은 생각마저 들기도 하는데 아무튼 그럴때마다 떠오르는 기억 하나,그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동네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그때 그 집은 그 시절인데도 (내 기억으론 초코파이 하나 가격이 50원하던 시절ㅎㅎ) 요즘처럼 아이방이 있었고 거실과 아이방에
모두 아이 키높이의 책장이 있었다. 그리고 쭈욱~ 꽂혀있는 명작동화와 전래동화들을 보고 어린 마음에도 '우와~~~'했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게 꽤 충격적인 사건의 하나로 내게 각인되어버린 것 같다.

앞서 궁금해 했던 나의 질문에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는 딱딱한 문체로 어려운 책들만을 나열해놓고 있지않았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던 것이라 그럴까?
이야기하는 투로 55권의 책에 관한 저자의 그 책에 관한 감상과 관련된 기억이나 시대 이야기들로 잔잔하게 풀어놓고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의 나이가 나오는데 깜짝 놀랐다. 나는 저자가 20대 후반이나 많아야 30대 초반정도의 사람일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며 읽었기 때문이다. 책 겉표지 한 장 넘기면 사진과 저자 이력이 나와있는데 순서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읽는 나의 책 읽기 습관때문이기도 한데 '와우,, 50대초반이라니~!'

저자가 대학시절 교수님방의 한켠에서 더부살이하며 책을 읽고 겨울 방학에도 아무도 없는 교수님방에 혼자 등교해선 더부살이 신세라 난로조차 제대로 켜놓지 못하며 두꺼운 점퍼를 걸쳐 입고 하루 해가 저물도록 책을 읽었노라는 대목에선 남들이 놀기 시작하는 시절, 저자를 그토록 치열하게 책읽기에 몰두하게 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하는 생각과 가진건 없지만 그나마 시간 여유가 있는 학생이었으므로 누려볼 수 있었던 낭만이 아니었을까 하는 부러운 생각이 생겼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않던 날>의 역설적인듯한 책 제목과 어둡고 담담한 내용 ,문명이나 물질이 주는 진짜 영양분과 중독성 구분을 위해 편리함을 멀리해보는 이야기 <즐거운 불편>, <사막의 꽃>에선 소말리아 출신의 슈퍼모델, 와리스 다리 이야기인데 그녀의 성공담만 화려하게 있을 줄 알았는데 충격적인 아프리카 여성의 할례이야기와 그녀가 아프리카 여성 인권해방에 앞장서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또 <천천히 읽기를 권함>에선 책읽기에 관한 '책을 반드시 읽어야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단 한권의 책이라도 천천히 읽어가 보자'고 하는 저자의 책읽기에 관한 생각에 공감했고,<도쿄타워>와 <늙은 아버지의 홀로서기>에선 부모님에 관해 다시 한번 죄송스럽기도 하고 무한 감사가 들기도 했다.

그리고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1장의 첫번째에 소개된 책인데 이 <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를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다. '나의 곰스크는 어디일까...?' 그리고 나는 지금 곰스크로 가는 기차의 중간역에 얼떨결에 내린 채 언제라도 다시 곰스크로 향하는 기차를 탈 것이라는 소망을 품고 사는 주인공일지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육아휴직이후 아이를 보며 하루하루 버거워하며 살고 있지만 결국 그것이 알게 모르게 내가 한 선택이었음을,하루는 길어도(ㅎㅎ) 한 달전과만 비교해 보더라도 눈에 띄게 자라고 있는 아이와 그 아이의 천진한 웃음을 보며 비록 나의 곰스크가 어디든 그곳으로 가진 못했지만 내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신하곤 하였다.

곧 9월의 시작이다. 뜨겁고 열정적인 여름보다 햇살의 뜨거움이 한 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과 잘 어울리는 책이 되어줄 것 같다. 나도 차분해지면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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