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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 2013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 황금사과상 수상작
노인경 글.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노인경 작가는 <책 청소부 소소>로 2012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가라고 한다.
나는 노인경 작가 책은 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이 처음인데 벌써 26종의 그림책을 냈다고 하니 그동안 몰랐던 게 살짝 민망해지기도 했다.ㅎㅎ
이 책은 책 소개말중에도 있듯 착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코끼리 아저씨 뚜띠를 통해서 아빠의 하루와 다양한 상황에서 아빠의 감정 변화를 아이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주중에는 자신의 감정이나 하루일과에 관해 아이와 이야기 나눌 겨를도 없이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는 그저 쉬기 바쁜 아빠들이 이 책을 통해 아이와 소통할 수 있을 거란 점도 좋았다.
처음엔 이 책에 글이 거의 없음에 당황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 줘야할까...? 글이 별로없는 그림책에 익숙치않은데다 말을 재밌게 하는 재주가 별로 없는 나는 솔직히 순간 얼음이 되었다.
그런데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이 책은 당신이 읽어주면 좋을거야" 라고 한 두번 툭 던지고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외출했다 돌아오니 벌써 자의 반 타의 반, 남편이 아이한테 이 책을 읽어 줬다고 한다.
음... 역시 보기보다 이야기 만드는 재주가 있군 하며 이상한 경쟁심리가 생긴 나는 내나름대로 담백하게 이야기를 만들어줬다.
멀리서 듣고 있던 남편은 어느 대목에 이르러선 으하하하 웃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신이 한 얘기랑 거의 똑같단다.
글이 없으니 이야기를 만들려고 더 자세히 그림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절로 같은 이야기도 만들어지나 보다.
그나저나 코끼리 아저씨 뚜띠의 순수함이라니! 선인장위에 떨어졌을 때는 얼마나 아팠을까하며 안타까워했는데 어느새 선인장 열매을 행복한 듯 먹고 있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양동이 속 물방울은 벌써 저만큼 없어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퍼질고 앉아 행복하게 선인장 열매를 들고 있는 뚜띠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때론 가던 길 멈추고 개미집에 불난 것을 꺼주기도 하고 방울뱀 어미에게 쫓기는 웃음짓게 하는 해프닝도 겪으며 묵묵히?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양동이에 물을 이고 가는 뚜띠의 모습을 보며 각박해진 일상에서 아빠들이 꼭꼭 감추고 살거나 애써 잊고 사는 천진함을 끌어낼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았다.
바쁘더라도 아빠가 꼭 아이와 함께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