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고 싶은 일본의 맛 - 하루미에게 배우는 일본 가정식의 정수
구리하라 하루미 지음, 송소영 옮김 / 시드페이퍼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구리하라 하루미(栗原はるみ)의 요리책을 한국에서 만나다니 내겐 참 반가운 일이었다.

안그래도 친구와 우연히 T.V 채널 돌리다가 NHK방송에서 구리하라 하루미를 인터뷰하는 모습을

봤는데 전업주부로 있다가 집에 찾아온 남편의 친구가 아까운 '요리솜씨'라고 했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 요리연구가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지금은 일본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유명한 요리연구가

가 되었다고 하니 그 남편 친구분의 방문과 그때 했던 말이 그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셈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터닝포인트가 되는 순간이나 말이 있다.

 

 

 

 

 

젓가락 두쌍이 나와있는 표지. 상아로 된 젓가락이고 긴 게 남편 것 짧은게 자신의 것이라고 한다.

결혼 25주년에 산건데 10년 지난 지금도 사용하면서 일상의 소중함과

부부가 함께 건강하게 사는 행복을 맞본다고 한다.

구리하라 하루미의 '젓가락'에 대한 사랑은 책 속에서 몇번이나 언급되는데

해외출장에도 빼놓지않고 요리할때 쓰는 긴 젓사락을 꼭 들고 간다고 한다.

젓가락 사용하는 손놀림을 보곤 '마술같다'며 외국인들이 놀라기도 한다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제철 재료로 만든 레시피 그리고 전통행사와 일상의 즐거움을 위한 데코레이션.

쿠리하라 하루미는 계절을 식탁과 자신의 주변에 끌어들여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사람같다.

그녀가 47년생이었다는 것에 놀라웠다. 항상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을 봐서 그런지 더 젊은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리모델링한 자신의 연구실겸 주방이라고 한다. 큼직큼직한 가구와

그릇들 그리고 요리하며 혹은 차 한잔하며 보이는 유리창 너머의 나무가 참 멋져 보인다.

요즘들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내 주방 역시 내 스타일로 꾸며보고싶다는 바램이 더 커진다.

웃으며 요리하고 있는 구리하라 하루미의 모습에서 전업주부일때는 물론이고 바빠진 다음에도

가족을 위한 식사만큼은 건성으로 차리지않겠다는 그녀의 다짐이 하나의 생활로서 자리잡고 있음이 느껴졌다.

요리하고 있는 자신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여든다고... 하루 세번이나 먹는데 일상과 요리

뗄래야 뗄 수 없는 엄청난 관계임은 분명하다. 준비하고 만들고 나눠 먹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쌓이는 정.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요리... 근데 매일같이 하려니 나같은 사람은 좀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ㅎㅎ

주부 경험 좀더 쌓이면 절로 여유가 좀 생기려나? 주변의 엄마나 이모들의 요리할때의 손놀림을 보고 뭐 그런 생각도 해본다.

 

 

 

방금 밥이 지어졌을 때의 냄새와 이 밥알의 투명하고 탱탱한 느낌은 그대로 행복이다.

책 속의 사진만 봐도 좋다. 푸근한 느낌마저 드는 밥 지은 모습.

사진이 큼직하고 책 재질이 이제까지 내가 본 요리책중 최고이다.

 

 

난 우리나라 된장국의 깊고 칼칼한 맛도 엄청 좋아하지만 일본된장국 즉 미소시루의 얕고 가벼운 맛도 참 좋아한다. 특히 유부 넣고 끓였을 때 그 유부를 먹는 맛이 일품이다.

계절별로 끓여 먹으면 좋은 미소시루 소개가 나와 있어 좋았다. 된장국과 미소시루 끓일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소시루는 미소(일본된장)를 풀어넣고는 끓기전에 불을 꺼야 맛있다는 것이다! 오래 끓이면 맛이 없단다. 내 일본인 친구가 가르쳐준 사실이다^^

 

 

 

 

카라아게(책엔 '가라아게'라고 표기돼있고 또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표기하지만 난 발음대로 표기를 선호한다.

왜 우리가 할 수 있는 발음인데 굳이 우리식 표기로 할까...이건 이 책의 옮긴이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평소 일본어 표기법에 대해 갖는 내 생각이다. 아시는 분 누가 말 좀 해주이소~!ㅎㅎ;;),

이론이론 또 옆길로 샜군요, 카라아게란 튀김을 말하는데 주로 닭튀김을 일컫는다. 

일본 닭튀김요리는 참 아삭하다. 일본 있을때 친했던 동생이 너무나 좋아했던 카라아게.

일본에서는 혼자 사는 사람이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만큼 조금씩 포장해서 혹은 원하는만큼 덜어

포장해 파는데 학교 마치고 기숙사가는 길에 같이 장보러 가면 그녀는 자주 카라아게와 맥주를 샀었지.

나 역시 임신 전까지 맥주는 즐겨 샀지만 안주거리는... 돌아가며 골고루 샀던 것 같다. 푸하하하~

이번 기회에 나도 집에서 한번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전하고싶은 일본의 맛'에서는 튀김이 더 아삭할 수 있는 비법?을 소개해놓고 있는데 그게 뭘까요~?!ㅎㅎ

궁금하신 분은 책에서 해답을 찾으시기 바란다.

 

일본요리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이 책은 꼭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절대 돈이 안 아까우실 듯.

일본 전통요리법과 현대적인 요리법이 믹스되어 오랫동안 생활에서나 직업에서나 요리를 해온 

그녀 특유의 요리법이 가득한 책이다. 연륜이 묻어나는 무게감이 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그녀가 펴내는 'haru-mi' 잡지와 같은 느낌도 나서 잡지를 보는 느낌도 얼핏얼핏 난다. 

책의 끝부분에는 친절히 일본 요리 단어장과 재료별로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나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순간이 언젠가 올까... 아님 벌써 왔을까...

정갈한 그녀의 요리 사진들과 자신의 주방에서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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