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가지 생각 - 어린이가 읽는 산문 천천히 읽는 책 7
이호철 지음 / 현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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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북스 천천히 읽는 책 시리즈는 아이들의 독서 수준을 한 층 업그레이드 시켜 주는 것 같아요.
요즘 초등 2학년 둘째가 겪은 일 쓰기, 소개글 쓰기에 한창이던데
그 아이가 쓰고 있는 글들도 넓은 범주에서는 산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38년 넘게 경북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책을 쓰신 이호철 선생님.
책은 이호철 선생님이 쓰신 산문집인데,
곳곳에 어린이도서관이 생기고, 아이들은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긴 하지만
그림책, 동화와 동시, 전기, 그 밖에 여러 가지 지식을 얻는 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아주 넓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은 잘 나오지도 않고,
그런 책이 있어도 잘 읽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위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책'을 만들고 싶으셨나 봅니다.

 

이 책 안에는 꼭지마다 어린이 시 한두 편이 들어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그 시를 들어 온몸으로 쓴 어린이 시라고 하면서
서툴지만 진솔하게 쓴 어린이들의 시가 말재주만 부려 별 맛이 없는 어른들의 시보다 훨씬 좋다고 하시네요.
아이들 시에 대해 어른의 입장에서 선생님의 감상과 생각을 덧붙여 놓았고,
어린이들도 또래가 쓴 시를 천천히 읽으며 깊이있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조언을 하고 계시는데
이번에도 아들보다 먼저 제가 이 책을 읽으며 초등 고학년에게 딱 어울릴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진숙 어린이의 <가지>라는 시는 제게도 참 인상적입니다.
넓적하게 생긴 가지를 두고 아빠는 반신불구와 같은 거라며 버리려고 하셨지만,
아이는 그 가지의 겉모양을 보지 않았고,
피땀으로 열매를 맺게 한 가지나무를 보았기에 그걸 달라고 하여 요리를 해서 먹었어요.
아이인데도 피땀으로 열매를 맺게 한 가지나무를 엄마라고 비유한 것이 참 놀라웠어요..
우리도 비틀어지고 흠이 있고 못 생긴 외형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못 생기면 취직도 힘들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는 안에 든 것, 속사람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어집니다.

 

 

구효준 어린이가 그린 버스 안 풍경을 보니 지금도 쉽게 만나게 되는 상황이죠?
어르신들 뿐 아니라, 임산부나 어린 아기를 동반한 엄마를 보고도
멀뚱멀뚱 쳐다보는 사람이 참 많아요.
차가 갈 때마다 휘청거리는 할머니를 보고도 아무도 비켜 주지 않고 보기만 하는 상황을 보며
아이는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는데 다른 이들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나봐요.
요즘 지하철 객실에 마련된 임산부 배려석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배려가 얼마나 없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지요.
한글만 읽을 줄 안다면, 그렇게 눈에 띄는 핑크색으로 좌석을 도배하듯 해 놓고
임산부 배려석이라고 써 놓은 것을 못 알아 볼 리가 없을텐데
버젓이 앉아서 졸고 있는 아저씨들이나, 휴대폰 만지작거리며 모른 척 하는 젊음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네요.
배려, 라는 건 아이에게 책을 읽혀서 가르쳐 줄 덕목이 아니라
부모와 기성세대가 몸소 실천하는 것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 아닌가 싶네요.

 

환경미화원 아저씨를 그린 이승은 어린이의 그림을 보며
그래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누군가의 수고가 당연한 그들의 업무에서 나온다고 보지 않고,
그것을 고맙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 참 예쁘잖아요.
실제로 누군가 생각없이 버리고 간 저 쓰레기들을 치워주시는 분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깨끗해지는거니까요.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 똥>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똥이든 하찮은 물건이든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정말 아름다운 동화죠.

<화장실 청소>라는 시를 소개하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요?
같은 글을 읽으면서 저마다 다른 것을 느낄 수도 있으니,
이 글을 읽고 우리 아들은 무엇을 느끼게 될 지, 이야기 나눠 봐야겠습니다.

 

 

솔직히 저만 하더라도 이런 분들 너무 쉽게 만나기에 여간해서는 주머니가 열리지 않는데,
몸이 불편한 아주머니를 보면서 마음 아파하는 아이를 보니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제 아들이 특히 약자를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 하는 편인데요,
생각해보면 어릴 적 저 역시도 아들처럼 누군가에게 단 돈 얼마라도 보태줘야 할 상황을 그냥 넘기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무덤덤한 눈으로 이런 분들을 바라보게 된 것인지...
이런 것이 세파에 찌들었다는 것일까요?
맑고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에 소개된 그림과 아이들의 시가 맨 마지막 장에 정리되어 있어요.
1990년도부터 2010년까지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네요.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시선은 여전히 맑고 투명하게, 그리고 따뜻하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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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공부 -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는 마음필사 손으로 생각하기 3
박혜란 지음 / 토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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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서점에 가면 필사를 위해 출판된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인터파크 맘마미아로 활동하면서 여성학자 박혜란님의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는 마음필사 <엄마공부>를 만나

저도 필사라는 걸 해 보았어요.




저자의 친필사인을 해 주셔서 더욱 소중한 선물로 여겨집니다.

목차만 보아도 마음에 진한 울림이 있어요.



1.맘껏 사랑하고 즐겨라, 이 시간은 바람처럼 지나갈 테니.

2.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믿는 만큼 스스로 자라는 신비한 존재다.

3.아이의 미래를 불안해하지 말고 아이의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어라.

4.아이를 키우려 애쓰지 말고 당신 자신을 키워라.

5.슈퍼맘이 아니어도 괜찮다. 남편과 손을 맞잡아라.




 마음필사 책이니 저도 역시 필사를 해 봐야겠지요.

책을 읽는 내내 밑줄 긋고 두고두고 새겨보고픈 내용이 많아도 너~~~무 많았어요.

아들만 둘 키우는 엄마로서, 저 역시 <아들을 위한 기도>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기도문대로 이렇게 참다운 사람으로 자라가길 바라면서요.

남을 다스리기 전에 자신을 다스리고, 미래를 지향하는 동시에 과거를 잊지 않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소망을 갖게되나,

그런 아이 앞에서 엄마 자신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맘도 들었어요.

아이의 밝은 앞날에 대해 함께 꿈을 꾸지만, 아이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도 절대 흘려보내지 않는 그런 엄마가

저부터 된다면...아이에게 얼마나 멋진 롤모델이요 거울이 될까요?





고정희님의 '우리들의 아기는 살아있는 기도라네' 라는 시를 써 내려가면서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언어로 키우느냐에 따라

아이는 폭군이 되기도, 인형이 되기도, 절망하기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들의 믿음대로 자라는 아기.

믿어주는 만큼 아이의 능력은 결정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거울부모, 라고 하죠.

부모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들.

아이를 잘 키우려 너무 애쓰지 말라는 저자의 조언이 왠지 위로가 됩니다.

뭐든 완벽하고 부족함없이, 이것도 잘 하고 저것도 잘 하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지나치게 애를 쓰는 것에 대해 경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데요,

오히려 놓아길렀는데도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랐다고 증언하는 저자의 육아법에 신뢰가 가네요.

'가수 이적 엄마' '자식농사 잘 지은 엄마'로 부러움을 사는 저자 박혜란님은 

마흔이 넘어 다시 여성학을 공부하셨고, 지난 30여 년간 여성문제와 교육문제에 대한 말하기와 글쓰기를 꾸준히 해 오셨어요.

늦깎이로 공부하랴, 아이 키우랴, 살림하랴, 또 일하랴...

너무 분주한 삶을 사셨을텐데,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잘 자란 자녀들을 보면

자녀 양육에 올인해야지만 엄마 역할을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만나 필사를 하다가 제일 부끄러웠던 대목은 바로 이겁니다.

저 스스로 버려야 할 '자녀에게 독이 되는 말'들에 대해 정리를 해 보았는데요,

뻔히 아이에게 상처주는 것임을 알면서도 홧김에 뱉어버린 모진 말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분노와 경멸의 감정을 실어 보낸 나의 눈빛, 몸짓, 말투 등을 되돌아 보니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해집니다.

 



요즘들어 우리 큰 애는 어른들의 잘못된 모습에 두 번이나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는데요,

(제가 준 상처와 부끄러운 것들 외에...)

그런 아이에게 이 말을 꼭 해 주고 싶네요.

"다 괜찮을 거야!" 넌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가 있어!" 라고요.




오늘도 부모님을 만나 자녀 양육하는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다가 

아버님으로부터 "칭찬을 많이 해 줘라" 는 말씀을 듣고 왔습니다.

칭찬을 들으며 자란 아이는 감사할 줄 알게 된다고 했는데,

칭찬보다는 비난을 해 놓고, 그 아이가 감사할 줄 모른다고 다시 비난하고 꾸짖고 했던 제 모습을 들킨 것 같아

다시금 죄스런 맘이 드네요.

인정받으며 자란 아이가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된다는데,

칭찬할 꺼리를 찾고, 인정해 주고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멋진 모습으로 부모 앞에 서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요?




나를 보고 있을 아이,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는 아이 앞에서

나의 모습을 무엇을 이야기해 주고 있을 지 궁금하네요.



끝으로 제일 감동적인 글귀 하나, 되짚어 봅니다.

"아이가 부족하면 그만큼 부모가 채우면 된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고 부모 자신을 키우는 것이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지금 나는 부모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큰 아이가 올해 12살, 그러므로 저도 12살짜리 엄마일 뿐이죠.

엄마 나이로는 12살이지만, 엄마가 되기 전에 살아온 나의 경험들과 모성으로

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그것이 내게 주어진 몫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들의 감정 기복에 울고 웃는 초보 엄마도 

무사히 이 시기를 잘 넘기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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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언덕 햇살어린이 34
김명수 지음, 민은정 그림 / 현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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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북스 햇살어린이 <찬바람 부는 언덕> by  김명수



오늘도 비가 오고 날이 차네요.

외출했다 집에 들어오면 따끈한 차 한 잔 생각이 간절한 요즘이라, 며칠 전 사다 둔 레몬으로 레몬청을 만들었어요.

차가워진 몸을 녹여 줄 따끈한 레모네이드 한 잔 준비해 놓고, 아이들 기다리면 좋겠다 싶어서요.


이런 날, 분위기와 딱 맞아 떨어지는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지금쯤 나와 멀지 않은 어딘가에서도 이렇게 찬바람 부는 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을 누군가가 있겠지 싶어

가슴 한 켠이 아려오네요.



표지에 그려진 아이가 동화의 주인공 미리.

남루한 외투로 미루어 보아 미리네 집 형편은 그리 넉넉치 않아 보입니다.

동화의 배경은 35년 전쯤으로, 무허가로 지은 움막집에 사는 미리네 가족의 삶은 우리 아이들에겐 다소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들보다 먼저 책을 접한 엄마에게는 참 익숙한 단어들에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35년 전에도 아파트가 있는 동네, 구룡산이 등장하는 걸로 보아 전학 온 미리네 동네는 양재 어디쯤이었나 봅니다.

하교 후 아파트가 늘어선 쪽으로 가지 않고 썰렁한 빈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미리의 집은 산 밑 조그만 언덕 아래

천막과 널빤지로 엉성하게 지어 놓은 움막이었죠.

아픈 엄마는 미리가 집에 왔는데도 누워만 있습니다.

초등 4학년, 우리 준이보다 한 살 적은 나이인데도 미리는 아픈 엄마를 위해 스스로 라면을 끓여내 오는 것이 꽤나 익숙해 보입니다.




 그 뿐 아니라, 마실 물을 떠 오는 일이라든지, 기침이 심한 엄마를 위해 사탕 한 봉지 사 오는 일이라든지

다 크면 엄마 약값을 하고 싶어 키우고 있는 닭과 오리를 살뜰히 챙기는 일까지 모두 어린 미리의 몫이었지만

불평하고 힘들단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가 참 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미리네 집에 위기가 닥쳐왔지요.

미리네 집 앞으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까지 직통으로 도로가 뚫리도록 공사를 한다더니만

미리네 집을 찾아볼 수도 없게 밀어버리거든요.

닭과 오리가 묻혀버릴 뻔한 현장에서, 미리가 깜짝 놀라 오리를 구하려다가 흙더미에 빠지고 말았고

가까스로 오리를 구해냈지만, 한 마리는 안타깝게 죽게 되었어요.


공사현장 감독은 미리네가 집을 비우는 대신 현장 사무실의 창고에 와 있어도 된다며 꼬드겼고,

당장 집을 얻어 나갈 형편이 안 되는 미리 엄마는 결국 집을 허무는 것을 허락한 후 창고로 짐을 옮기게 됩니다.




 

공장에서 일하던 미리네 언니 미숙이 역시 스무 살도 안 된 미성년자인데

움막집이 없어지고 방을 얻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매일 야근을 도맡아 하다 결국 폐병에 걸려 

2년간 일 하지 말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당장 살 길이 막막해진 미리 엄마도 다시 과일이라도 떼다 팔아보겠다며 창고를 나서다가 각혈을 하더니 주저앉아 버립니다.

이런 과정들이 어린 미리에게는 너무나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었을텐데...

어린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며 책을 읽다보니 정말로 가슴이 아리고 아프더라고요.

형편이 어려워 병을 제 때 치료하지 못 하고 키운 탓에 기관지가 악화되어 기관지 피열이란 진단을 받은 엄마를 위해

그 어린 아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을테니

삶의 무게가 그 아이에게는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을까요?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나는 듯 하더니, 갑자기 비좁은 골목에서 배추를 쌓아놓고 파는 젊은 아낙네가 등장합니다.

배가 불룩한 그녀를 알아보는 누군가가

"혹시 저쪽 연탄가게 아주머니 아니세요?" 라고 묻자 맞다고 하네요.

사글사글한 말투로 배추 장사를 하고 있는 아낙을 두고, 애기를 가진 사람이라 억척이라며 힘들지 않으냐 물으니

"힘들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모두 다 힘든데 열심히 살아야 하지요." 라고 답하는 앳된 배추장사 아낙.





 얼굴에 연탄 가루가 꺼멓게 묻은 그녀의 남편은 며칠 전 혼자서 연탄 배달을 하다가 허리를 무리했는지

배달이 많이 밀려있는데도 불구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무리하지 말라는 아내의 이야길 들었지만, 어디 무리 안 할 수가 있나요?

가난한 살림에 내 몸을 열심히 놀리지 않으면 생활은 더 쪼들리게 되니까요.

 연탄을 리어카에 싣고 있는 그의 앞에 여학생이 나타났고, 남자를 '형부'라고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배추장사 하던 새댁의 여동생이예요.

이쯤되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이들이 누군지 알아차리겠지요?

구룡산 아래, 새로난 길 위를 씽씽 달리던 차를 바라보던 미리네 가족의 몇 년 후 모습이었던 것이죠.




언덕 위로 연탄 배달을 혼자 가야 할 형부가 안타까워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게를 지고 뒤따라 나선 여학생을

바로 미리였던 겁니다.

형부 입장에서는 불쌍한 아내 고생 시키는 것도 맘이 아플테고,

처제만큼은 공부 잘 시켜서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하도록 해 지원해주고픈 심정으로 열심을 내어 일을 하고 있었을텐데

여학생 신분으로 지게를 지고 연탄 배달을 하겠다며 나서는 처제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호통을 치네요.

이런 상황은 비단 35년 전에만 있었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어린 나이부터 혼자 감당하기엔 버겁고 너무 가혹한 삶의 무게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테니까요.

그런 상황에도 여전히 밝은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는 것이 그들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워 보이게 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찬송가 중,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어버이 우리를 고이시고 동기들 사랑에 뭉쳐있고,

기쁨과 설움도 같이 하니 한간의 초가도 천국이라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 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


어릴 때, 저희 집 생각을 해 보니 저 역시 그렇게 넉넉한 집에서 자라질 못 했고

물질적으로는 그리 부유하지 않았지만,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 앉아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 식사 하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라 느끼곤 했지요.

그래서 지금도 저 가사를 참 좋아하는데, 미리네 가족들이 찬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둥그런 상에 둘러 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다시금 그 찬송가 가사가 떠오르네요.




 \

그 사이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언니는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었는데,

감사하게도 맘이 푸근한 신랑을 만난 모양입니다.

미리가 은행에 취직할 것 같다며 1차 시험에 붙었다는 소식을 알리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언니 미숙.

왠지 미숙의 입장으로 감정이입되어 저 역시 눈물이 줄줄 흘러 나오는 거 있죠.


요 며칠 저 역시 사는 게 힘들다 생각되는 순간들이 자주 있어서인지,

이야기에 쏙~ 몰입이 되더라고요.


미리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나름 비교를 하게도 되고요.

뭐든 부모가 해 주고, 사 주고 하는 것이 당연한 걸로 여기고 사는 아이를 보면서

그렇게 사는데도 만족함이나 감사함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래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더 안쓰럽게 여겨졌나봐요.


내일은 아들이 이 책을 읽어보겠다더군요.

같은 책을 읽으면서 아들은 어떤 걸 느끼게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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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트 햇살어린이 33
로디 도일 지음, 크리스 저지 그림, 김영선 옮김 / 현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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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이름 : <브릴리언트>

글 : 로디 도일/ 그림 : 크리스 저지/ 옮김 : 김영선

출판사 :현북스


아일랜드 작가 로디 도일은 자신이 태어난 더블린을 배경으로 많은 작품을 썼는데요.

어린이 책 치고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경제적인 어려움, 우울증 등의 소재를 가지고

그 어렵고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아이들에게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한 번도 가 보지 못 한 아일랜드의 더블린 시 지도를 보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이 검둥개를 쫒아 달렸던 흔적들을 찾아보고픈 맘이 생깁니다.

마을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데, 늦은 밤 시작된 아이들의 밤 나들이가 어두워 앞도 잘 안 보이는 거리에서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고,

 저기 살고 있는 사람에겐 글로리아와 레이저 일행으로 시작된  수많은 아이들의 검둥개 쫒기가 

어쩜 그림처럼 그려지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온 몸의 털끝이 모두 곤두선 '우울한 검둥개' ,

저렇게 무시무시해 보이는 검둥개에게 맞설 수 있는 게 오직 더블린의 아이들 뿐이라니.

밥과 돈과 경제적인 문제를 어린이의 꿈과 모험, 판타지로 기발하게 엮어 낸 이야기는

어린이가 가진 역량이 어른들조차 어떻게 변화시킬 엄두를 내지 못 하는 무거운 현실을

얼마나 멋지게(브릴리언트 하게...) 발휘되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우리말의 척골 또는 자뼈, 뒤팔뼈를 영어식의 funny bone, 어감을 살리기 위해 '웃음뼈'라고 번역한 것이 참 재미납니다.

뒤팔뼈 부위가 어디쯤 될 지 새삼 팔 여기저기를 만져보기도 하고 어딘가에 슬쩍 부딪혀 보기도 하면서

정말 찌릿한 느낌이 드는지, 실제로 웃음이 나오는지 시험해 보기도 했지요.


더블린 시에서 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유를, 검둥개가 더블린의 웃음뼈를 훔쳐 갔기 때문이라고 하시는 할머니 말씀을 엿듣게 된

레이몬드와 글로리아는 그 검둥개를 붙잡아 어른들의 웃음을 되찾아 주기로 마음 먹었어요.

글로리아와 레이몬드 뿐 아니라, 힘들어하고 있는 가족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그들의 대열에 합류한 아이들은 무척 많아요.

모두 무기력하고 우울해하는 가족들을 위해 검둥개를 쫒아나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죠.




원어가 주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애쓴 번역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브릴리언트'라는 단어인데요,

더블린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라고 해요.

누구나 하루에 적어도 스물일곱 번은 

이 단어를 속삭이거나, 외치거나, 소리치거나, 내지르거나, 웃으며 말하거나, 평범하게 말하기도 한다니

'브릴리언트'라는 단어가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을 지 가늠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요.

교회에서, 사무실에서, 부엌에서, 화장실에서, 도서관에서, 술집이나 클럽에서, 극장이나 공원에서, 

때론 장례식장에서도 '브릴리언트'는 입에서 폭발하듯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니까요.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환하게 밝히는 단어, 브릴리언트.

검둥개에게 맞서는 아이들의 유일한 무기는 바로 이 '브릴리언트'예요.


1~2년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감사제목 쓰기' 열풍이 불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독교계에서 시작된 감사제목 쓰기 운동은 종교와 무관한 사람들까지도 각종 sns를 통해

릴레이 형식으로 퍼져갔고, 

바톤을 이어 받아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며 감사제목을 쓰게 되는 순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았던 다양한 감사의 제목들을 발견하게 됨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의 에너지가 생겨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가져오기도 했다고 여겨져요.

초등 1학년 찬이도 감사의 목록을 몇 십가지 적은 것 보고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었죠.





 삶에 어떤 뚜렷한 변화가 생겨서라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마음가짐 혹은 태도를 달리하면

똑같은 상황으로 우울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불끈 힘이 나게 되기도 할텐데요,

많은 사람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원인이라 여겨졌던 검둥개를 몰아냄으로 

가족들이 빼앗겼던 웃음뼈를 되찾아 보려는 아이들의 모험과 노력들이 

여전히 삶은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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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스콧, 레모네이드의 기적
리즈 스콧.제이 스콧 지음, 파멜라 하워드 그림 / 다산기획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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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얇은 이 레모네이드의 기적에 별 5개 주고도 뭔가 모자른 느낌.

레모네이드 한 잔으로 기적을 이룬 알렉스 스콧이란 어린이가 주는 귀한 도전이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그릇을 넓혀주는 듯 합니다.




정말 얇은 책 한 권,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책과 함께 달려 온 꼬마 실천가 색칠 워크북도 완전 맘에 들어요.




 

 우리 찬이, 책 읽자마자 워크북에 색칠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몰라요.

알렉스 스콧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애나 어른이나 누구라도 도전받고 감동받게 되나봐요.

시키지 않아도 꼬마 실천가로 어떻게 친구들을 도울 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어 보더라고요.




 1996년 1월,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태어난 알렉산드라 플린 스콧이 이 책의 주인공이예요.



알렉스 스콧이 9개월 무렵, 소아암의 한 종류인 '신경 모세포종'에 걸려

척추에서 암 덩어리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게 되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합병증으로 가슴 아래쪽으로 마비가 되어, 의사는 아기가 이후 걷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알렉스의 부모는 어린 알렉스에게 보조 기구를 이용해 걷기 연습을 시켰고,

아기는 아픔을 참으면서 끈기 있게 연습을 하여 생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보조 기구 없이 혼자 설 수 있게 되요.





수술을 했지만, 암은 재발했고 

몰핀을 맞으며 11시간을 운전해 간 필라델피아 어린이 전문 병원에서 받은 특수 방사선 치료가 효과가 있어서

사흘만에 기분이 좋아진 알렉스는 병원을 나가면 레모네이드를 팔고 싶다고 합니다.

알렉스의 거듭되는 레모네이드 타령에 고개를 갸우뚱 하며 번 돈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 지 물은 부모님.

"내가 있던 병원에 주고 싶어요." 

알렉스는 레모네이드를 팔아 모은 돈을 병원에 주면 의사 선생님들이 좋은 치료법을 개발하고, 아픈 친구들 병을 낫게 할 수 있다고 믿은 거죠.





알렉스의 소원대로 온 식구들은 힘을 합쳐 레모네이드 판매대를 준비했고,

'오늘 모인 돈은 모두 코네티컷 어린이 병원의 소아암 기금으로 기부됩니다.'라고 써 붙였어요.

지역 신문에 알려진 이 사실을 통해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더 나은 치료를 받기 위해 이사한 필라델피아에서도 레모네이드 판매는 계속 되었어요.




2004년 1월, 암 덩어리가 알렉스의 몸 전체에 퍼지고 있는 상황에, 

알렉스는 100만 달러의 기금을 모으겠다며 여전히 레모네이드를 팔았어요.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에 출연하기도 하고, NBC의 <오늘의 쇼> 생방송에도 나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 기분이 좋아요." 라고 말하는 이 꼬마 천사의 기부 행렬에

어린이 친구들 뿐 아니라, 수많은 대기업들도 거액의 기부금을 보탰고,

2004년 6월, 알렉스의 소원대로 소아암 연구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는

그로부터 7주 후에 알렉스는 병원 침대가 아닌 자기 침대에 누워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작고 연약한 꼬마 아가씨의 아름다운 마음이

세상으로 하여금 그 아름다운 행진에 동행하고픈 마음이 일게 했고,

결국 '알렉스의 레모네이드 판매대 재단'까지 생겨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해마다 6월이면 둘째 주 주말에 '레모네이드의 날' 행사가 열리게 되었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워크북에서는 꼬마 실천가의 선서로 책 읽은 후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는데요,

우리 찬이, 친구를 보살펴 주겠다..친구를 챙기겠다..친구와 함께 하겠다..친구를 도와주겠다..

이렇게 썼네요.

앞으로 우리 찬이의 멋진 모습, 기대 되요.


학교 스토리텔링 때 읽어주고픈 책들이 요즘 너무 너무 많아서 고민인데요,

이 책도 참 맘에 들어서 우리 반 애들 대상으로 이거 읽어주고,

기부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고 싶어 집니다.

책 뒷부분에 레모네이드 만드는 레시피가 있던데, 책을 읽은 후에 아이들과 직접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하고,

정 형편이 여의치 않다면 하다못해 제가 만든 레모네이드를 가지고 가서 한 잔씩 마시면서

알렉스 스콧의 세상을 변화시킨 레모네이드의 기적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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