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가지 생각 - 어린이가 읽는 산문 천천히 읽는 책 7
이호철 지음 / 현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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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북스 천천히 읽는 책 시리즈는 아이들의 독서 수준을 한 층 업그레이드 시켜 주는 것 같아요.
요즘 초등 2학년 둘째가 겪은 일 쓰기, 소개글 쓰기에 한창이던데
그 아이가 쓰고 있는 글들도 넓은 범주에서는 산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38년 넘게 경북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책을 쓰신 이호철 선생님.
책은 이호철 선생님이 쓰신 산문집인데,
곳곳에 어린이도서관이 생기고, 아이들은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긴 하지만
그림책, 동화와 동시, 전기, 그 밖에 여러 가지 지식을 얻는 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아주 넓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은 잘 나오지도 않고,
그런 책이 있어도 잘 읽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위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책'을 만들고 싶으셨나 봅니다.

 

이 책 안에는 꼭지마다 어린이 시 한두 편이 들어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그 시를 들어 온몸으로 쓴 어린이 시라고 하면서
서툴지만 진솔하게 쓴 어린이들의 시가 말재주만 부려 별 맛이 없는 어른들의 시보다 훨씬 좋다고 하시네요.
아이들 시에 대해 어른의 입장에서 선생님의 감상과 생각을 덧붙여 놓았고,
어린이들도 또래가 쓴 시를 천천히 읽으며 깊이있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조언을 하고 계시는데
이번에도 아들보다 먼저 제가 이 책을 읽으며 초등 고학년에게 딱 어울릴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진숙 어린이의 <가지>라는 시는 제게도 참 인상적입니다.
넓적하게 생긴 가지를 두고 아빠는 반신불구와 같은 거라며 버리려고 하셨지만,
아이는 그 가지의 겉모양을 보지 않았고,
피땀으로 열매를 맺게 한 가지나무를 보았기에 그걸 달라고 하여 요리를 해서 먹었어요.
아이인데도 피땀으로 열매를 맺게 한 가지나무를 엄마라고 비유한 것이 참 놀라웠어요..
우리도 비틀어지고 흠이 있고 못 생긴 외형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못 생기면 취직도 힘들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는 안에 든 것, 속사람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어집니다.

 

 

구효준 어린이가 그린 버스 안 풍경을 보니 지금도 쉽게 만나게 되는 상황이죠?
어르신들 뿐 아니라, 임산부나 어린 아기를 동반한 엄마를 보고도
멀뚱멀뚱 쳐다보는 사람이 참 많아요.
차가 갈 때마다 휘청거리는 할머니를 보고도 아무도 비켜 주지 않고 보기만 하는 상황을 보며
아이는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는데 다른 이들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나봐요.
요즘 지하철 객실에 마련된 임산부 배려석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배려가 얼마나 없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지요.
한글만 읽을 줄 안다면, 그렇게 눈에 띄는 핑크색으로 좌석을 도배하듯 해 놓고
임산부 배려석이라고 써 놓은 것을 못 알아 볼 리가 없을텐데
버젓이 앉아서 졸고 있는 아저씨들이나, 휴대폰 만지작거리며 모른 척 하는 젊음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네요.
배려, 라는 건 아이에게 책을 읽혀서 가르쳐 줄 덕목이 아니라
부모와 기성세대가 몸소 실천하는 것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 아닌가 싶네요.

 

환경미화원 아저씨를 그린 이승은 어린이의 그림을 보며
그래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누군가의 수고가 당연한 그들의 업무에서 나온다고 보지 않고,
그것을 고맙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 참 예쁘잖아요.
실제로 누군가 생각없이 버리고 간 저 쓰레기들을 치워주시는 분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깨끗해지는거니까요.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 똥>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똥이든 하찮은 물건이든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정말 아름다운 동화죠.

<화장실 청소>라는 시를 소개하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요?
같은 글을 읽으면서 저마다 다른 것을 느낄 수도 있으니,
이 글을 읽고 우리 아들은 무엇을 느끼게 될 지, 이야기 나눠 봐야겠습니다.

 

 

솔직히 저만 하더라도 이런 분들 너무 쉽게 만나기에 여간해서는 주머니가 열리지 않는데,
몸이 불편한 아주머니를 보면서 마음 아파하는 아이를 보니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제 아들이 특히 약자를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 하는 편인데요,
생각해보면 어릴 적 저 역시도 아들처럼 누군가에게 단 돈 얼마라도 보태줘야 할 상황을 그냥 넘기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무덤덤한 눈으로 이런 분들을 바라보게 된 것인지...
이런 것이 세파에 찌들었다는 것일까요?
맑고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에 소개된 그림과 아이들의 시가 맨 마지막 장에 정리되어 있어요.
1990년도부터 2010년까지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네요.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시선은 여전히 맑고 투명하게, 그리고 따뜻하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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