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릴리언트 ㅣ 햇살어린이 33
로디 도일 지음, 크리스 저지 그림, 김영선 옮김 / 현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이름 : <브릴리언트>
글 : 로디 도일/ 그림 : 크리스 저지/ 옮김 : 김영선
출판사 :현북스
아일랜드 작가 로디 도일은 자신이 태어난 더블린을 배경으로 많은 작품을 썼는데요.
어린이 책 치고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경제적인 어려움, 우울증 등의 소재를 가지고
그 어렵고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아이들에게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한 번도 가 보지 못 한 아일랜드의 더블린 시 지도를 보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이 검둥개를 쫒아 달렸던 흔적들을 찾아보고픈 맘이 생깁니다.
마을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데, 늦은 밤 시작된 아이들의 밤 나들이가 어두워 앞도 잘 안 보이는 거리에서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고,
저기 살고 있는 사람에겐 글로리아와 레이저 일행으로 시작된 수많은 아이들의 검둥개 쫒기가
어쩜 그림처럼 그려지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온
몸의 털끝이 모두 곤두선 '우울한 검둥개' ,
저렇게 무시무시해 보이는 검둥개에게 맞설 수 있는 게 오직 더블린의 아이들 뿐이라니.
밥과 돈과 경제적인 문제를 어린이의 꿈과 모험, 판타지로 기발하게 엮어 낸 이야기는
어린이가 가진 역량이 어른들조차 어떻게 변화시킬 엄두를 내지 못 하는 무거운 현실을
얼마나 멋지게(브릴리언트 하게...) 발휘되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우리말의
척골 또는 자뼈, 뒤팔뼈를 영어식의 funny bone, 어감을 살리기 위해 '웃음뼈'라고 번역한 것이 참 재미납니다.
뒤팔뼈 부위가 어디쯤 될 지 새삼 팔 여기저기를 만져보기도 하고 어딘가에 슬쩍 부딪혀 보기도 하면서
정말 찌릿한 느낌이 드는지, 실제로 웃음이 나오는지 시험해 보기도 했지요.
더블린 시에서 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유를, 검둥개가 더블린의 웃음뼈를 훔쳐 갔기 때문이라고 하시는 할머니 말씀을
엿듣게 된
레이몬드와 글로리아는 그 검둥개를 붙잡아 어른들의 웃음을 되찾아 주기로 마음 먹었어요.
글로리아와 레이몬드 뿐 아니라, 힘들어하고 있는 가족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그들의 대열에 합류한 아이들은 무척
많아요.
모두 무기력하고 우울해하는 가족들을 위해 검둥개를 쫒아나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죠.

원어가
주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애쓴 번역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브릴리언트'라는 단어인데요,
더블린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라고 해요.
누구나 하루에 적어도 스물일곱 번은
이 단어를 속삭이거나, 외치거나, 소리치거나, 내지르거나, 웃으며 말하거나, 평범하게 말하기도 한다니
'브릴리언트'라는 단어가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을 지 가늠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요.
교회에서, 사무실에서, 부엌에서, 화장실에서, 도서관에서, 술집이나 클럽에서, 극장이나 공원에서,
때론 장례식장에서도 '브릴리언트'는 입에서 폭발하듯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니까요.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환하게 밝히는 단어, 브릴리언트.
검둥개에게 맞서는 아이들의 유일한 무기는 바로 이 '브릴리언트'예요.
1~2년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감사제목 쓰기' 열풍이 불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독교계에서 시작된 감사제목 쓰기 운동은 종교와 무관한 사람들까지도 각종 sns를 통해
릴레이 형식으로 퍼져갔고,
바톤을 이어 받아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며 감사제목을 쓰게 되는 순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았던 다양한 감사의 제목들을
발견하게 됨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의 에너지가 생겨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가져오기도 했다고 여겨져요.
초등 1학년 찬이도 감사의 목록을 몇 십가지 적은 것 보고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었죠.

삶에 어떤 뚜렷한 변화가 생겨서라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마음가짐
혹은 태도를 달리하면
똑같은 상황으로 우울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불끈 힘이 나게 되기도 할텐데요,
많은 사람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원인이라 여겨졌던 검둥개를 몰아냄으로
가족들이 빼앗겼던 웃음뼈를 되찾아 보려는 아이들의 모험과 노력들이
여전히 삶은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