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그라드의 기적 - 네덜란드 문학 다림세계문학 15
얍 터르 하르 지음, 유동익 옮김, 페이터르 파울 라우베르다 그림 / 다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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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쟁이 싫다. 아이들이 죽음을 매일 봐야만 하는 전쟁이 싫다. 우스운 생각일진 모르나, 할수만 있다면 아이들을 모두 다른 곳에 피신 시킨채 어른들만 전쟁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전쟁이 없는게 제일 이상적일테지만, 그럴수 없다면 최소한 아이들에게만은 전쟁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지 말았으면 한다. 악몽이 현실이 되어 사람들을 괴롭히는 아수라장 속에서 아이들의 상처는 깊어질대로 깊어진다. 또 이미 공포를 맛 본 아이들은 평생동안 그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겪어야 하고, 추위와 배고픔에 웃음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들이 받아야 할 고통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해 가슴이 먹먹해진다. 

레닌그라드에 살고있는 보리스는 매일밤 악몽을 꾼다. 꿈 속에선 얼어버린 강을 따라 식량과 물자를 가득 실은 수십대의 트럭이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트럭중 한곳에 아버지가 타고있다. 보리스는 강 밑에서 헤엄치는 괴물을 보았고 얼음 구멍이 생긴 곳에 트럭이 빠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에게 위험을 알리고 싶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아버지가 운전하는 트럭이 강에 빠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매번 아버지가 죽는 꿈은 보리스를 괴롭혔다. 전쟁은 보리스의 아버지를 앗아갔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버지의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보리스에게 남은 가족은 병든 어머니 뿐이었다. 길어진 전쟁 탓에 음식을 구하기가 어려워 더 말라가는 어머니를 보는게 가슴아프다. 보리스는 어머니가 얼른 낫기를 기도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신의 건강보단 보리스를 염려해 아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난 시키려고 한다. 이에 보리스는 완강히 거부한다. 자신이 어머니를 지킬수 있을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니, 꼭 그래야만 했다. 보리스가 없는 어머니는 더 약해지고 아파할것이 분명했으니까. 물론 보리스도 살아갈 힘을 잃을게 뻔했다.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어제와 똑같은 아침을 맞는 보리스. 폭격으로 인해 도시의 건물은 온전하지 못하고 길거리엔 시체들이 눈에 띈다. 이젠 그리 놀랍지 않은 풍경이다. 죽음이 일상이 된 곳에서 살아가는 보리스에게 가장 중요한건 "오늘은 무 수프에 고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니까. 아픈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먹을것이 간절히 필요했다. 뭐라도 배를 채울수 있는거라면 충분했다. 하지만 오늘도 묽디 묽은 수프 한 그릇 뿐이다. 

실망감에 움츠러든 보리스를 본 친구 나디아가 그를 조용히 부른다. 자신이 감자가 있는곳을 알고있다며 함께 가보지 않겠냐고 한 것이다. 아직도 감자가 있는 곳이 있을까 라는 보리스에게 나디아는 비밀을 털어놓는다. 어젯밤 죽은 친오빠가 죽기전에 말해준 거라고, 위험한 곳에 있긴 하지만 충분히 모험해볼만한 가치가 있을거라고. 실제로 감자가 있는 곳은 러시아 군과 독일군이 마주하고 있는 땅에 있었다. 어린 두 꼬마 아이들이 숨어서 가기엔 거리도 너무 멀었고 추위도 매서웠다. 자칫하다간 위험해질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위험보단 배고픔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감자는 며칠간 이라도 배고픔을 잊게 해줄거라는 부푼 희망에 아이들은 감자를 찾아 떠났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리였을까. 목전을 눈앞에 두고 나디아가 쓰러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일 군사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적이자 원흉인 독일 군인들이 아이들을 발견한 것이다.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반드시 군인이 되어 독일인들을 무찌르겠다던 보리스는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수없었다. 이 약한 어린 소년은 그저 해코지 당하지 않기를 바랄뿐 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독일 군인들은 아픈 나디아와 보리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도와주었다. 심지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아이들을 러시아 진영에 데려다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러시아군인들도 독일군에게 감사를 표한다. 죄없는 아이들을 무사히 돌려보내줘서 고맙다고.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전쟁 중 이었지만 아직 인간애는 남아있었다. 보리스에게 독일군은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고 사악한 괴물이었고 아버지를 죽게 만든 원인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그들을 보며 생각을 바꾸게 된다. 독일군 중에도 좋은 사람들이 있음을, 그들도 나처럼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들 임을 알게 된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포로로 붙잡힌 독일 군인들에게 러시아 사람들은 침을 뱉고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보리스는 그럴수가 없었다.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독일 포로들의 얼굴속에 자신을 도와준 독일 군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리스는 한 독일 포로에게 초콜릿을 건넸다. 주위 사람들은 보리스의 행동에 대해 쑥덕거리고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증오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자유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라고. 전쟁이 남긴 상처는 컸지만 증오 보단 용서를 택하는게 자신의 상처를 낫게 해주지 않을까. 보리스가 겪은 놀라운 기적과 행동이 바로 그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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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마을 - 외국인 노동자, 코시안, 원곡동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국경 없는' 이야기
박채란 글 사진, 한성원 그림 / 서해문집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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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TV프로그램, 책, 뉴스 등을 통해서 그들의 불평등한 대우를 접하면서 처우가 개선되기만을 바랬다. 비록 불법체류자 신분이지만 그들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 부분으로서 국내 노동자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들이 마음놓고 즐겁게 일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건 곧 우리에게도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들에 대한 처우는 빈약하기만 하다.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한국 노동자들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때문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피부 색깔과 가난한 나라라는 인식으로 인해 멸시를 한다. 한국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평가할 입장은 되는지 묻고싶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상처를 주면 줄수록 한국의 이미지도 나빠지고 서로의 감정만 상할 뿐이란 걸 깨달아야 한다. 

그들은 한국에 돈을 벌기위해 왔다. 짧으면 1~2년, 길면 몇십년을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한국에서 제 2의 인생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들은 비록 서툴긴 하지만 한국말을 하고, 하루종일 공장에서 일하는등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그들도 나와 똑같은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는 것이다. 우리보다 조금 가난한 나라에서 산다고 불평등을 받을 이유는 절대 없다. 한국에서의 삶이 눈물과 슬픔, 분노로 점철되지 않기를, 기쁨과 행복이 더 많은 비중이 차지하길 바란다. 

띠안은 코시안이다. 아빠는 인도네시아 사람이고 엄마는 한국 사람이다. 외국인과의 결혼이 늘어나면서 코시안에 대한 문제가 많이 부각되고 우리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까무잡잡한 피부색 때문에 놀림을 받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는 사회가 나서서 교육시켜야 한다. 그들도 똑같은 한국인이고 한국 아이들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걸 말이다. 그게 당연한 상식임을 알려줘야 하는 현실이 어찌보면 야속하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외국인에 대한 (특히 동남아시아쪽)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지 않은게 현실이다. 

그런 띠안이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띠안의 아버지는 집나간 아내를 대신해 띠안을 홀로 키우며 살았다. 9년간의 한국생활은 그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지만 띠안을 얻은건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고 말하는 그. 부디 띠안과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띠안이 선생님과 친구들과 송별식을 하면서 "왜 다들 나한테 한국말을 잊지말라고 하는걸까?"라는 의문을 가지는데 그 부분이 가슴아팠다. 띠안이 한국인으로서 산 6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인도네시아에 가서도 한국과 한국어를 잊지말았으면 좋겠다. 

띠안의 경우처럼 국제결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데 법제도는 뒤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아직까지 그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특히 불법체류자 가정의 아이가 받는 차별과 서러움은 꽤나 크다. [코시안의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주연 선생님은 아이들의 분노를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이는 두려움과 공포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부모님이 경찰에 끌려가는걸 본 아이들이 느낄 공포는 너무도 심하고 결국 싸움이나 폭력으로 분출한다는 것이다. 경찰만 봐도 움츠러 드는 아이들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줘야 할까. 

그리고 선생님은 오늘 만난 아이를 내일, 다음시간에도 만날수 있을까 걱정 한다고 한다. 한참동안 안나오면 강제출국을 당했거나 고국으로 돌아갔다는 소문이 날아드니, 결국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채 헤어지는 것이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는 인간의 기본권리를 보장받을수 있는게 원칙이지만 부모와 같은 불법체류자로 인식되는게 보통이다. 외국인 자녀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야 할 때이다. 

쉼터지킴이 재호 아저씨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좋은 사람은 좋고 나쁜 사람은 나쁘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불법체류자 하면 다 착하고 순박한 사람을 떠올리지만 한국인이 그렇듯 외국인도 각자마다 다른것이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다. 우리와 그들은 똑같으니 피부와 경제력을 기준으로 대하지 말고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야 함을 의미한다.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과 사람의 교류를 함으로써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야 한다. 

국경없는 마을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2만명 넘게 산다고 한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와 우리는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서로에 대한 마음의 벽은 높기만 하다. 오래전 한 TV프로그램에서 안산 외국인 지역과 서래마을을 비교한적이 있었다. 안산에서 사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그로인한 범죄도 많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근처 한국인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거기다 한술 더 떠 모든 외국인을(동남아쪽) 범죄인으로 보고 멀리했다. 아이들에겐 외국인 근처에 가지 말라고 하고, 부모들은 불안해서 살수 없다고 했다. 

반면 프랑스인이 많이 사는 서래마을은 안산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백인들이 사는 그곳엔 외국식 문화가 깊숙이 자리잡았고 외국인들은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쾌적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그들을 친절하게 대했고 외국인과의 생활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 '그건 개인의 문제이지 외국인 전체의 문제가 아니다. 고로 안전엔 전혀 이상없다'고 말했다. 안산 외국인 마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이는 뭘 의미하는 것일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안산에만 '국경없는 마을'이 있어선 안된다. 우리 마음속에 은밀히 감춰두었던, 혹은 노출되었던 마음의 벽을 모두 허물어야 한다. 그래야 국경없는 마을을 넘어선, 국경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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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베를린, 러브스토리
에리카 피셔 지음, 신혜원 옮김 / 열대림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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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릴리와 유대인 소녀 펠리체의 사랑은 동성애라는 힘겨운 난관뿐 아니라 나치라는 비극적인 시대까지 겪어내야만 했다. 게다가 릴리는 네 아이의 엄마이자 나치 장교의 부인이었고 펠리체는 유대인 지하조직에 몸담고 있었다. 사는 세계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릴리와 펠리체의 사랑은 나치 시대라는 배경때문에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스러워야 할 이들의 사랑은 위태로웠고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알수없었다. 그야말로 불안하고 가슴 졸이는 사랑이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더 뜨거웠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릴리와 펠리체의 친구,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기록을 통해서 쓰여졌다. 때문에 어떤 부분은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인지 기억이 일치하지 않았고 상대방에 대한 오해도 더러 있었다. 또 소설처럼 매끄럽게 쓰여지지 않고 갑자기 화제가 전환되거나 하는 등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도 많았다. 릴리와 펠리체에게 완전하게 감정이입이 되지 못한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사랑을 이해하는덴 하등 문제되지 않았다. 편하고 쉬운 사랑을 택하지 않고 기꺼이 불같은 사랑에 빠져든 두 사람의 용기와 믿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펠리체의 친구가 릴리의 집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이 둘은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펠리체가 처음 만난 릴리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잘 익은 빨간 사과를 선물하지 않았다면 둘은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이런 가정은 다 쓸데없는 짓이다. 이 둘은 어떻게 해서든지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그게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사랑이 더 안타깝고 아름답게 보인다. 운명을 거스를수 없는 강력한 사랑에 빠진 릴리와 펠리체. 비록 이들이 함께한 시간은 너무도 짧았지만 그만큼 더 강렬했다.

처음엔 아이가 4명이나 되는 릴리가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한다는게 이해되지 않았다. 펠리체는 자신이 레즈비언인걸 자각하고 있었지만 릴리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알았다면 남자와 결혼하지도, 다른 남자들과 관계를 맺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릴리는 어린시절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여자를 사랑할수밖에 없다는걸 깨닫게 된다. 여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었다는 것과 그로인해 부모님이 걱정한 사실을 말이다. 사회는 릴리를 이성애자로 교육시켰지만 펠리체와의 만남은 릴리의 감춰진 본능을 드러내게 만든다.

만약 이 둘이 40년대가 아니라 현재 만났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적어도 전쟁이라는 끔찍한 일 만이라도 없었으면 어땠을까. 유대인에 대한 인종청소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그로인해 벌어지는 수많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릴리와 펠리체는 평생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채, 행복의 정점에 서있던 순간에 갑작스런 이별을 맞지도 않았을 것이다. 행복했던 릴리와 펠리체의 사진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마음껏 사랑할수있었던 내 삶이 얼마나 축복받았는지를 알게되었다. 내겐 당연하고 평범한 것들이 다른 시대, 다른 이에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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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 - 권불십년
송국건 지음 / 네모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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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선 후보들의 공방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기가 끝나가는 참여정부의 뒤를 이어 과연 누가 청와대에 입성하게 될까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누가 되든 제발 비리에 연루되지 말고 경제를 잘 살려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국민들의 관심거리이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잘 알지못하는 청와대 생활에 대한 궁금증과 대통령 임기중 일어나는 뒷 이야기들은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통령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활을 하는걸까 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주변 정치인들과의 관계, 정책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든것이 궁금하다. 그리고 청와대 출입 기자 출신인 저자는 쉽고 재미있게 청와대의 모습을 설명해주고 있다.

독재정권부터 지금의 참여정부까지 짧지않은 시간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말 한마디 잘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던 암울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정권을 비판하고 의견을 낼수 있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청와대에서 일한다는것 하나 때문에 어깨에 힘주고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도 있었다. 청와대 청소부를 고위층 인줄 알고 뇌물을 갖다 바친 이야기는 불과 몇년 전 이야기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실소가 나오는 사건이다. 그만큼 아직도 권력에 붙고 뇌물을 먹여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청와대 사람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다행히 참여정부 들어서 노무현 대통령은 탈권위 를 표방하고 젊은 사람들을 기용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또 북악산을 부분적으로 개방하고 대통령의 별장도 개방 하면서 국민들과의 교류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친인척 비리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참여정부도 비리 까지는 아니더라도 의혹을 산 일은 있었다. 그렇지만 역대 정권에서 드러난 엄청난 비리와 "그들만의 잔치"는 없었기에 가장 깨끗한 정권이 아닌가 싶다. 친인척 과의 비리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동창 인맥이 난무했던 정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동창회 분위기가 됐다고 하니 혼탁한 상황이 어느정도 였는지 짐작해 볼수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MK" 라 불렸는데 이건 목포상고와 광주일고를 뜻했다. YS는 "PK"로 경남고를 의미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TK"로 경북고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육법당"으로 육사 인맥을 뜻했다고 한다. 이러니 다음 정권으로 교체되면 자연스레 자신의 인맥으로 물갈이가 시작되고 정책이 변함으로써 혼란이 야기됐다. 그런데 특이할만한 사항은 대다수의 후임자는 전임자를 딛고 일어선다는 것이다. 전임자와 차별화를 행함으로써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는데 그게 참으로 재밌다. 박정희의 총애를 받은 전두환은 정권을 잡자 말자 유신정권의 실력자들을 단죄했고, 노태우는 전투환을 백담사에 보냈으며, 김영삼은 전두환,노태우를 구속시켜 버렸다.

다만 김영삼은 김대중으로부터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고 오히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시비를 걸고 독설을 내뱉었는데 이건 자기와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한다. 공격이 최고의 방어인 셈이다.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글이었다. (이야기의 풍성함은 재산이 27만원 밖에 없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따라갈수 없겠지만) 정권 동안 단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며 청와대 공식 식탁에 달랑 칼국수만 내민 YS. 덕분에 대통령과 오찬,만찬을 한 사람들은 양이 적은 칼국수를 먹자마자 청와대 인근 식당으로 달려가 밥을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습게도 YS는 어마어마한 비자금을 받은게 탄로났으니 "청와대 칼국수"는 참으로 민망한 작품인 셈이다.

이런 재밌는 비화 이외에도 대통령의 건강, 퍼스트 레이디의 삶, 성격 등등 잡다한 이야기부터 청와대 사람들만 아는 많은 비화들이 소개되어진다. 어떤 이야기들은 우리가 신문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많이 들어봤던 사건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하고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어찌됐든 한 나라의 살림을 이끌어가는 대통령은 단순히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신이 마치 신 인양 행세하던 옛날 정권을 떠올리면 미래가 암울하고 가슴이 답답했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 내년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리고 또 한번의 물갈이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부디 역대 정권의 길을 답습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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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 - 세계 미술관 기행 3
다니엘라 타라브라 지음, 김현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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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은 처음 들어보았기에 내겐 너무도 낯선 곳이었다. 그리고 이 미술관 안에 전시된 수많은 작품들 또한 몇 개를 제외하곤 처음 보는게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내가 미술에 문외한 이기도 하고 스페인의 미술 작품을 접할수 있는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디에고 벨라스케스"라는 화가를 만날수 있었고 그의 작품이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표지의 그림도 그의 작품인데 기품있고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자꾸 시선이 간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만난것이 이 책이 준 가장 큰 발견이고 행복이다.

이렇게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고 놀라운 실력을 가진 화가들을 만나면서 신선함도 느낄수 있었고 오래전 유럽에서 유행한 화풍도 볼수 있었다. 연대순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더 차근차근 시대의 흐름을 느낄수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쉽게 읽을수 있는 책이 결코 아니다.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화가와 작품들, 그리고 지명과 다양한 문화 용어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으니까 말이다. 이름들은 어찌나 긴지 이 사람이 저 사람같고 저 사람이 이사람 같아서 계속 헷갈렸다. 아무래도 낯설다 보니까 머리에 더 안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른 책들에 비해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던건 사실이고 이책의 반만 이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혼자서 생각했을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다. 최대한 설명을 했다고는 하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은 아니었기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게 지루함의 원인이었던것 같다. 그래도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볼수 있고 작품들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알려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유럽의 미술 작품을 보면 신화나 기독교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은데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수,성모 마리아,천사 등등 성경속 인물들을 작가의 성향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게 재밌었다.

미술 작품을 볼때 배경 지식과 화가의 일생을 알고나서 보면 훨씬 더 많은것을 볼수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 하더라도 내 마음을 흔드는 작품들을 만날수도 있다. 많이 알면 그만큼 많이 보이는것도 사실이지만 작품을 오래 들여다보면서 남들이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상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첫 느낌이 너무 좋았던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를 더 많이 알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직 이 화가에 대해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그가 남긴 많은 작품을 통해 하나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이 그 만남을 주선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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