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2주

 


예고편만 봤을땐 억지 감동을 주는 신파이면 어쩌나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안봤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슬픈 영화를 즐겨보진 않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내 어머니와 내 딸이 계속 생각났다. 부모님, 혹은 자식과 함께 본다면 영화의 감동을 더 많이 받을수 있을것이다. 지금 내곁에 있다는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영화다.  

애자는 말썽많은 딸이다. 글도 잘 쓰고 성적도 좋지만 비오는 날은 학교를 땡땡이치기 일쑤고 담배도 피는 등 겉으로 봤을땐 영락없는 날라리이다. 그런 애자를 엄마는 사랑의(?) 매운 손으로 다스린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서울에서 작가데뷔를 꿈꾸고 있는 애자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다. (엄마 입장에서 봤을땐 걱정이 많이 되는 모습) 서른살이 되도록 딸의 말썽때문에 엄마는 경찰서까지 가야하고 모녀는 또 티격태격한다. 그런 모녀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사투리 때문인지 너무 격하게 싸우는것 같지만 그 무뚝뚝함 속에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기 때문이리라.

자신보다 오빠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신의 꿈을 몰라주는 엄마가 미운 애자. 밥벌이도 안되는 글쓰기는 때려치우고 자신이 하는 애견센터를 애자가 이어받길 원하는 엄마 영희. 둘의 티격태격 싸움은 엄마 영희의 건강이 나빠져도 계속된다. 사랑하면서도 순간적으로 화가날땐 다신 안볼것처럼 말을하며 싸운다. 하지만 그렇게 상처를 주면서도 또 다시 찾는건 엄마와 딸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픈게 너무 힘들다면서도 엄마를 보내고 싶지 않다는 애자의 뜨거운 눈물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언제나 이별은 예고없이 찾아오고, 누구나 이별을 맞게되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게 바로 부모,자식간의 이별이리라.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으면 모든 생활이 그 사람 위주로 돌아가게 된다. 음식,환경 등 모든것이 아픈 사람에게 맞춰진다. 특히 이 영화에서처럼 자식이 휘귀병에 걸리면 다른 자녀들은 상대적으로 부모의 관심을 덜받기도 한다. 아픈 자식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힘들어하고 아파하게 된다. 그래서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무너지지않고 버텨내려한다.  

안나는 불치병인 언니를 위해 태어난 맞춤형 아기이다.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위해 줄기세포, 혈액,골수 등을 수차례 주었고 이젠 신장까지 주어야 한다. 아직 어린 안나에게 선택권은 주어지지 않고 부모님의 설득(언니를 살려야 한다는)과 언니에 대한 사랑때문에 감내했다. 그런데 어느날 안나는 한 변호사를 찾아가 엄마를 상대로한 소송을 건다. 더이상 아무런 동의없이 언니에게 모든걸 내줄수 없다는게 이유였다. 자신의 몸에 대한 선택권을 되찾아오겠다면서.. 

영화는 안나와 엄마의 소송과 더불어 가족의 이야기가 개인별로 나온다. 아빠와 엄마, 아들 제시, 병에걸린 케이트,그리고 안나의 입장에서 바라본 일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나온다. 케이트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을때, 안나가 케이트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을때, 케이트가 첫사랑과 가슴아픈 사랑을 했을때, 케이트의 병 때문에 관심을 제대로 받지못한 제시가 난독증에 걸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때 등등.  

사랑하는 가족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건 참으로 끔찍한 경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수 없는게 바로 부모의 마음이다. 어린 시절부터 언니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던 안나가 왜 소송을 걸었는지도 충분히 이해한다.(소송의 진짜 이유가 뒤에 밝혀지지만) 자신때문에 가족이 많은 희생을 치렀다고 생각하는 케이트의 상황은 참 아프게 한다.   

논란이 많은 맞춤형 아기와 부모자식간의 소송이야기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나온다.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서로를 너무도 아끼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쉽게 해결될수 있었던것 같다.  

 

 

 

위의 두 영화가 '병'때문에 가족이 아파한 이야기라면 이번 영화는 유쾌한 코미디 영화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지만 행복한 가족을 보여주기에 추가했다.  

'마녀'로 불리우는 마가렛은 캐나다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자 비서 앤드류에게 일방적인 계약결혼을 제의한다. 그 댓가로 승진과 함께 앤드류가 권한 책을 출판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렇게 둘은 알래스카에 있는 앤드류의 집으로 주말을 보내러 가는데, 섬 대부분이 앤드류 집안이 경영하는 가게들로 즐비했다. 알고보니 이 남자 준재벌급 이었던 것.  

앤드류의 아버지는 뉴욕에서 출판일을 하는 아들이 못마땅해하며 자신의 뒤를 이어 가게를 경영해주길 바란다. 이 때문에 아버지와 아들은 의견차이를 보이며 싸운다. 반면 엄마와 할머니는 다정하고 유쾌한 사람들로 마가렛을 친딸처럼 대하며 둘의 약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마가렛과 앤드류의 결혼을 직접 준비한다.  

10대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지금껏 혼자 살아왔던 마가렛의 앤드류 가족의 환대앞에서 잊고있던 가족의 의미를 떠올린다. 처음엔 앤드류와 계약결혼을 하고 좀 있다 이혼하면 모든게 다 잘될거라고 여기며 간단한 일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앤드류 가족과 지내게 되면서 자신이 벌인 일이 얼마나 큰 일인지를 깨닫게 됐다. 만약 이 모든게 거짓임을 안다면 어머님과 할머니는 얼마나 큰 상처를 받게되는지를 알게 된것이다. 앤드류 가족으로 인해 따뜻함을 느낀 마가렛. 냉철했던 그녀의 변화가 앤드류를 변하게 만들었고 둘은 진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앤드류 가족의 따뜻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해피엔딩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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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도영화하면 발리우드,춤과 음악이 곁들여진 영화라고 생각된다. 누가 봐도 인도영화인걸 알아챌정도로 특색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도배우들이 연기한 인도 영화임에도 인도의 향기는 많이 나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더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할수 있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도 소재가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수 있고 감동을 느낄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자칫 지루하고 교훈적인 이야기가 될것같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강한 호흡은 감동을 배가시킬 뿐, 지루함은 날려버렸다.  

맏딸 미셸이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한다라는 판정을 받았을때 부모의 심장은 참담했을 것이다. 특히 영화속 배경인 1940년대는 장애아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장애인이 정신병원에 가는 일이 수두룩했던 그 당시, 미셸 또한 그런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아이에게 '배움'은 절대적인 것이고 인생을 꾸려나갈수 있게 해줄 약 이었지만 부모가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아이에게 사랑을 줄순 있지만 교육을 시킬순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짐승처럼 날뛰며 사고를 치는 미셸에겐 전문적인 손길이 필요했다.  

미셸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잡은 지푸라기는 사하이 선생님이었다. 그렇게 사하이 선생님은 미셸의 인생에 들어오게 되었다. 손으로 밥을 먹고 가는곳마다 사고를 일으켜(고의는 아니지만) 누구도 통제할수 없었던 미셸. 그런 미셸을 사하이 선생님은 끈기를 가지고 가르쳤다. 스푼으로 밥을 먹게 만들고 끊임없이 단어를 팔에 적어 알려줬다. 사람들은 A,B,C 부터 단어를 익히지만 미셸에겐 B.L.A.C.K를 가르치며 미셸에게 세상을 알려주려고 했다.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부은 사하이 선생님. 하지만 가르침은 쉽지가 않았다. 미셸에게 사물과 단어를 매치시키는 작업은 힘들었고 효과 또한 미진했다. 정해진 시간이 다가오는데 미셸은 더디게 변화를 보였고, 심지어는 예전의 나쁜 버릇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큰 고비가 닥칠때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미셸의 버릇없는 행동에 화가난 선생님은 분수에 미셸을 집어넣는데 그 일로 'WATER의 기적'이 일어났다. 어느새 훌쩍 자라 대학생이 된 미셸이 몇년 동안 낙제를 하면서 갈등이 생길때도 마찬가지였다. 타자 속도가 너무 느려 시험을 제대로 칠수 없게 되자 사하이 선생님과 미셸은 의견차를 보이며 대립한다. 그때 미셸이 자신의 분노를 타자기로 연신 치는데 전과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빠른 속도였다. 이렇듯 매 고비마다 그들의 기적은 하나하나 이루어진다. 이런 부분이 작위적이게 느껴질수 있지만, 워낙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보니 그렇게 느끼지 않게 된다.  

영화는 사하이 선생님과 미셸의 도전과 더불어 미셸의 사랑 부분에도 초점을 둔다. 어느새 숙녀가 된 미셸은 여동생의 결혼을 계기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평생 누구의 아내와 여자가 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된다. 그리고 주변의 유일한 남자인 사하이 선생님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난 이 부분이 좋았다. 그녀는 청각장애인, 인생역전 스토리의 주인공이기 이전에 아름다운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녀도 사랑을 받길 원하고 키스를 하길 원했다. 그녀를 장애인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 부각시켜준 장면이라 좋았다 . 

사하이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미셸은 밝은 성격을 가지지도, 대학을 다니며 꿈을 꾸지도 못했을 것이다. 항상 미셸의 곁에서 그녀의 손과 발과 눈이 되어준 사하이 선생님. 그래서 미셸은 자신이 이루어낸 꿈을 선생님이 가장 먼저 봐주기를 바란다. 병에 걸려 기억을 상실하고 거동도 불편한 선생님에게 자신이 배운것을 알려주는 미셸. 함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그 장면이 너무 따스하고 예쁘고 눈물이 났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짐승처럼 날뛰는 어린 미셸을 연기한 아역배우도 좋았지만, 성인 미셸을 연기한 라니 무커지, 사하이 선생님의 아미타브 바흐찬의 연기가 최고였다. 그들의 연기가 있었기에 영화는 더 빛날수 있었고 쉽게 잊혀지지 않을 작품이 되었다. 익숙한 스토리라 자칫 밍밍해지고 지루해질수 있을 작품을 배우들이 멋지게 살렸다. 장면 하나하나가 오롯이 남는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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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차오르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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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 천사의 비밀 - Orp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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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곤 영화 [오퍼나지]의 후속편인줄 알았다. (제목이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좋아 기대감을 가지고 봤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촘촘히 짜여진 스토리와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 덕분에 푹 빠져서 볼수 있었다.  

특히 에스터 역을 맡은 이사벨 퍼만의 연기가 놀라웠다. 영화에선 9살로 나오지만 실제 나이는 13살 이라고 하는데 성인 뺨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참 매력적인 얼굴인데 영화를 보고나면 그 얼굴이 섬뜩하고 무섭게 느껴진다. 그만큼 어려운 역할을 잘 해냈다. 이 영화 오디션을 볼때 레이스 달린 옷과 리본을 하고 갔다고 한다. 에스터라면 그런 옷차림을 했을거라는게 그 이유였다. 어리지만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대단했다.  

베라 파미가의 연기도 인상깊었다. 내겐 이 영화가 그녀와의 첫 만남인데, 조만간 그녀가 출연한 [두번째 사랑]도 볼 계획이다. 섬세한 감정 연기를 풍부하게 해낸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으니 앞으로도 계속 주목할 생각이다. 피터 사스가드는 전보다 더 후덕해졌다. 존의 마지막이 안타까웠는데 같이 본 일행은 그 장면을 속시원했다라고 표현했다. 존의 입장에선 억울한 점도 많을 듯. 에스터가 존 앞에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물론 아내의 말을 믿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셋째 아이를 유산한 후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받던 케이트(베라 파미가)와 존(피터 사스가드)은 아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하늘나라로 간 아이를 대신해 사랑을 줄 아이를 찾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고아원을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또래와는 다른 분위기의 에스터를 만나게 된다. 케이트 부부는 에스터와의 만남이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기뻐하지만, 그것은 모두 다 에스터의 계획하에 이루어졌다. 아이답지 않은 그 모습에서 영민하다는 느낌보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에스터는 케이트 부부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진다. 반항기가 있는 아들 다니엘은 에스터를 싫어하지만, 청각장애아인 딸 맥스는 에스터를 따른다. 에스터는 수화를 빠르게 익혀 맥스와 쉽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니 언니처럼 잘 따르게 된다. 하지만 이 가족의 행복한 시간은 아주 짧다. 점점 에스터의 본색이 드러나고 그녀가 저지르는 끔찍한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체 이 아이의 정체는 뭔지, 케이트에게 원하는게 뭔지 궁금해지기만 하다.  특히 에스터가 다니엘과 맥스를 해치려고 하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사랑스러운 맥스는 어떻게해서든 지켜야 한다! 

마지막에 에스터의 정체가 밝혀지며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나온다. 에스터의 그 눈빛, 표정이 너무 무서워 나중엔 징글징글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서웠던 [오펀:천사의 비밀]. 굉장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크레딧도 감각적이고 재미있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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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 천사의 비밀 - Orp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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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히 짜여진 이야기에 홀딱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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